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타이벡 연습
타이벡 연습
  • 박종순
  • 승인 2013.07.08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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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의 귀농일기] <10>

타이벡을 설치하고 있는 필자.

장마전선이 육지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와중에 지루한 여름 장마의 틈을 이용해 무더운 시간을 피해 타이벡을 깔았다.

지지난달 태흥리 해든농장에서 3년 넘게 깔아서 구석에 쌓아둔 헌타이벡을 보고는 갑자기 상효농장에 시험 삼아 깔고 싶어졌다.

귀농·귀촌교육 때 귀가 아프게 반복해서 들었던 타이벡 재배를 실제로 적용하고 싶었고, 지난 겨울 수확한 감귤보다 좀 더 당도 높은 감귤을 생산해 높은 가격을 받고 싶기도 했다.

집사람에게 어차피 불태워 버릴 타이벡인데 이참에 연습 삼아 깔아보자고 말하고 헌타이벡과 주름관, 클립을 얻어 동서에게 부탁해 트럭에 실어 하루 전에 상효농장에 실어 보냈었다.

부속이 모자라지 않게 농자재센터에서 주름관 등을 사서 농장에 와서 둘러보니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인지라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고 한숨만 흘러 나왔다.

밭이 평편하지 않고 일부는 계단식으로 되어있고, 돌창고 부근은 협소한 부분에 심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대나무숲 속에 파묻힌 채로 위치하고 있는 귤나무도 있어 대충 생각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우선 헌타이벡을 군데군데 옮겨놓고 가장자리부터 주름관을 놓아 보기로 했다.

주름관을 펴는 장치가 별도로 구비되어 있어야 하는데 장치가 없으니 주름관이 마치 낚시줄이 엉겨 풀리지 않듯이 꼬이기 시작하고 시간이 지체된다.

어쩔 수 없어 꼬이는 부분마다 가위로 잘라 가면서 작업할 수밖에 없다.

그 후는 타이벡과 주름관을 클립으로 고정시키는 것인데 흙투성이 타이벡의 어느 쪽이 위인지 아래인지 구분하는 것도 어렵고, 양쪽 타이벡을 주름관을 감아서 일일이 클립으로 고정시키는 것도 손목과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야 했다.

더욱이 새 타이벡이 아닌지라 중간 중간에 잘라져 있거나 구멍이 난 것이 있어 나무 밑동에 다다르면 가위로 잘라주기도 하고 감아주기도 하면서 옷감을 짜깁기 하듯 여간 고생이 아니다. 나무둥치 쪽은 2개의 핀이 반드시 필요하고 구멍이 나거나 찢어진 부분은 4~5개의 핀이 필요하다보니 자세한 숫자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500개 이상의 핀이 소요된 듯하다.

다음번 타이벡을 작업할 때는 악력운동이라도 미리 해두어야 할 것 같다.

줄이 맞지 않는 귤나무 아래를 지날 때마다 포복을 해야 하고 낮게 깔린 가지를 피해가며 가위질을 하고 물이 고이지 않도록 높낮이를 맞추면서 느낀 것은 타이벡 설치전에 미리 주름관을 단단히 고정시키고 풀을 예초하고 돌이나 마른가지를 제거해 두어야겠다는 것이다.

빗물이 한 방울이라도 들어가면 안 되는 작업이므로 틈새가 없도록 신중을 기하다보니 하루해가 짧았다. 선글래스를 끼지 않으면 타이벡 흰 천의 반사광에 눈이 부시고 한낮에는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여름 날씨에 햇볕에 타지 않기 위해 깊이 둘러진 모자에 얼굴을 가리는 통 넓은 마스크를 하니 온 몸이 땀범벅이 된다.

한눈에 들어오는 작은 밭이라 2~3일 만에 끝날 줄 알았는데 하루걸러 내리는 비를 피하는 등 이런저런 사유로 일주일 넘게 걸렸나 보다. 우여곡절 끝에 일을 끝내고 살펴보니 주름관이 비뚤비뚤하게 놓여있고 억지로 이어 붙인 타이벡도 여러 군데 구멍이 뻥 뚫려있다. 그중 구멍이 큰 부분만 보수하고 나머지 구멍은 타이벡도 부족하고 주름관도 모자라므로 금년에는 이 정도에서 마무리했다.

집사람과 나는 너무도 긴장했는지 며칠 몸살로 앓아누웠고, 이를 본 장모님은 작년에 열매가 많이 달려 금년에는 해거리 할텐데 쓸데없는 일을 했다고 핀잔을 주시고 지나다니는 이웃집 동네분들도 곱지 않는 눈초리를 주는 듯해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타이벡 가장자리는 디귿자형의 핀으로 고정하든지 무거운 것으로 눌러 주어야하는데 주변의 돌을 이용하다보니 조금이라도 바람이 불기라도 하면 타이벡이 바람에 날아 가기도하고 찢어지기도 해서 초보농군의 실력을 평가받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도 설치한 후 농장을 갈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무척 흐뭇하다. 다른 밭과는 다르게 헌타이벡이지만 나무사이로 보이는 흰 빛의 반사광선과 잡초가 나지 않는 시설을 누구의 도움 없이 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감과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육 받은 그대로 실천 연습해 보았다는 자부심과 이번 수확시 작년에 수확한 귤보다 당도가 높은 귤이 생산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두고 볼 일이다.

< 프로필>
부산 출신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서귀포 남원으로 전입
1기 서귀포시 귀농·귀촌교육수료
브랜드 돌코랑’ 출원
희망감귤체험농장 출발
꿈과 희망이 있는 서귀포로 오세요출간
e-mail: rkahap@naver.com
블로그: http://rkahap.blog.me
닉네임귤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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