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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농업,‘앞으로 친환경으로만 가야한다’의식 깨뜨려야”
“제주농업,‘앞으로 친환경으로만 가야한다’의식 깨뜨려야”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3.07.07 17: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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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서 ‘미생물=만능’생각 벗어나야”…귀농한 뒤 채소류 친환경 재배
‘농업이 제주미래의 희망’- FTA 위기, 기회로 극복한다 <42>강공희 대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이미 발효됐고, 한.중FTA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화·시장 개방화시대를 맞아 1차 산업엔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기둥 축인 감귤 등 농업 역시 위기감을 떨칠 수 없다. 현재 제주 농업의 경쟁력과 현주소는 어디까지 왔나. FTA는 제주농업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니다. 제주엔 선진농업으로 성공한 농업인, 작지만 강한 농업인인 많은 강소농(强小農)이 건재하고 있다 감귤·키위·채소 등 여러 작목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꾸준한 도전과 실험정신, 연구·개발이 낳은 결과이다. FTA위기의 시대 제주 농업의 살 길은 무엇인가. 이들을 만나 위기극복의 지혜와 제주농업의 미래비전을 찾아보기로 한다.[편집자주]

15년전 귀농해 친환경채소류와 감귤을 재배하고 있는 강공희 쌍둥이농원 대표.

“앞으로 농업이 친환경으로만 가야한다고 하는 것엔 동의하지 않아요. 관행농업의 중요성도 인정해야죠. 관행농업을 통해서도 우수농산물인증(GAP)을 받고 있잖아요. 자연농법·유기농법 태평농법 등 이론적으론 좋지만 소득이 별로 없어요”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 IMF환란 때 모든 걸 정리하고 귀농해 애월읍 광령리와 조천읍 신촌리에서 채소류를 친환경재배하며 한 해 동안 줄곧 생산하고 있는 강공희 쌍둥이농장 대표(61).

자신도 채소류를 친환경재배하고 있지만 농업을 친환경 쪽으로만 끌고 가려는 경향엔 고개를 젓는다. 농산물을 우수하고 안전하게 생산·공급할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친환경농업은 재배한대로 못 파는 게 어려워요. 계획생산만 해야하니까 판로가 가장 문제죠. 그래서 어렵지 않게 팔 수 있는 것만 알아서를 재배해요. 주위에서 친환경농업이 판로 때문에 어렵다고 얘기하지만 과연 판로개척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강 대표는 30대 중반에 아내와 ‘50대가 되면 농사짓자’고 했던 약속이 실현됐는데 벌써 14~15년이 지났다. 농사를 시작할 때만해도 제대로 해낼 수 있겠느냐는 주위의 걱정과 시샘 어린 시선도 있었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제는 진정한 농민이 된 셈이다.

“처음 귀농교육을 받을 때 ‘농업은 과학’이란 말에 충실(?)하려고 모든 걸 과학적으로 하려고 도전하다 실패를 거듭했죠. 농사란 게 환경·상황에 따른 변동요인이 많고, 선배들이 해온 경험의 중요성과 책대로만 해선 안 된다는 걸 깨달기까진 시간이 꽤 걸렸어요”

쌍둥이농원에서 재배되고 있는 친환경재배 배추.
현재 강 대표는 시설 2500평, 노지 2000평에서 잎줄기채소, 쌈채류, 열매채소류 등을 친환경재배하고 있다. 노지감귤(극조생·조생)농사도 3000평에서 한다. 연간 조수입은 1억 원을 웃돌고 있지만 순소득은 해마다 들쭉날쭉하다고 강 대표는 설명한다.

“열매채소류를 재배한 뒤 다음 작기엔 잎줄기채소류 등으로 바꾸거나 또는 한해를 쉬며 돌려짓기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일 년 내내 채소류를 생산·공급하고 있죠. 작기를 잘 선택해 도내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작목과 물량 조절에 신경을 쓰고 있어요”

강 대표는 어떤 상추재배 농가는 10년이 가도 상추만 재배하다보니 지력이 약화되고 병해충 생겨 화학비료를 더 쓰는 걸 봤다며 친환경 재배나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하려면 돌려짓기를 통해 땅심(지력)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강 대표는 친환경농업, 유기농업을 한다며 미생물을 다른 곳에서 사다가 뿌리는 것에 대해 강력한 거부감을 보이며 완강하게 반대한다.

“땅심을 키우고 생산량을 높이는 데 미생물을 이용하는 게 마치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것 인양 미신처럼 믿는 걸 보면 화가 날 지경이에요. 자기 땅에 좋은 미생물이 있는데도 밖에서 굳이 구입해서 쓰는 건 이해할 수 없어요. 그래서 미생물을 구입하는 걸 거부해요”

한마디로 미생물을 굳이 외부에서 돈을 줘가며 사서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땅에도 훌륭한 미생물이 있는데도 제대로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강 대표가 머잖아 잎과 줄기 등에서 기능성 물질을 추출해내 상품화하기 위해 특허출원을 할 예덕나무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밭에다 쌀겨 한 줌 가량 100평을 뿌리고 수분을 어느 정도 적절하게 유지하게 하면 땅속의 미생물이 활성화하게 돼 있어요. 어떤 땅에서라도 미생물은 자기 먹이만 있으면 언제든지 나오게 마련이죠. 농사에 쓰는 미생물을 수입해가며 공급하는 건 한참 잘못된 거에요. 설령 우리나라에서 채취한 미생물라도 돈 주고 사다 쓰지 말아야죠”

강 대표는 땅속에 미생물이 없다면 비료를 줘도 분해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비료를 줘서 땅이 좋아진다는 건 미생물이 있다는 걸 입증하는 것이란 주장이다. 그럼에도 또 다시 미생물을 갖다놓는 건 잘못이란 생각을 전한다.

“토양에 뿌리는 미생물 물량도 모르고, 어느 나라 것인지도 모른 채 쓰는 건 심각한 문제에요. 마치 황소개구리처럼 외래미생물이 우리 땅속을 점유할 우려도 있죠. 그래서 정부나 관련연구기관에서 미생물에 관련된 효능과 실증 등 연구와 적절한 검토가 필요해요”

강 대표는 농업기술 쪽보다 농업조직 면에 관심이 많아 7~8년 전에 ‘친환경시설채소연구회’을 구성해 팔지 못하는 농산물을 팔수 있도록 주선해주고 있다. 이 모임은 가입회원에게 농산물판로 마련을 도와주고 있다. 강 대표는 생협의 소비자활동가이기도 한다.

“농사는 혼자 잘해서만 되는 게 아니죠. 친환경농업은 모임이 있어야 정보 유통을 같이 할 수 있어요. 친환경농산물을 사려는 업체나 개인 등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지속적으로 하다 보니 개인이나 직장인들이 많이 구매해줘요”

강 대표는 자신 농장에 소비자단체를 일 년에 2~3차례 초청해 체험도 하게하고 있다. 귀농희망자들도 농장에 꾸준히 찾아온다. 현장에서 귀농을 하려고 실습을 하지만 1주일이나 한 달이면 포기하기 일쑤이다. 최근에 온 2명은 두 달을 넘기는 기록을 깨고 열심히 배우고 있다.

“귀농교육은 제주농업기술원이 전국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어요. 교육내용도 다양하고 알차죠. 저도 인터넷으로 귀농상담을 하곤 있지만 문제는 교육생들이 진정으로 귀농하려는지 의지에 의문이 들어요. 마치 귀농이 유행처럼 되고 있지만 확고한 실천의지가 없으면 안돼죠”

쌍둥이농원에서 자라고 있는 방울토마토
납품을 기다리고 있는 쌍둥이농원에서 생산된 친환경가시오이
제주농업의 미래를 위해선 농업후계자 양성이 절실하다고 강 대표는 힘줘 말한다. 고령화에 대비해 젊은이들이 귀농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주문한다. ‘농업은 생명을 다루는 산업’‘농산물이나 식물은 살아있고 소중한 것’을 어릴 때부터 관심을 갖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농민이 변해야 농업이 살 수 있어요. 농업에 관한 새로운 발상과 농업교육부분에 경영과 통계 쪽 분야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어요. 최소한 관련 통계치는 읽을 수 있어야죠. 도내 영농조합은 조직원이 커야 되는데 조직만 키우려고 하는 게 병폐로 남을 것으로 봐요. 마치 유통회사처럼 운영해 조합원의 복지 이익엔 뒷전으로 가는 게 현실이고 안타깝죠”

FTA와 관련, 강 대표는 우려만 하지 말고 준비를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상대국에서도 수입이 필요한 부분, 특히 농산물 쪽에 정부나 관련기관에서 관심을 갖고 파악, 팔 수 있도록 알선해준다면 국내 소비농산물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봐요. 국내 농산물시세가 좋다고 정부가 나서서 수입허가를 하는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되죠.그 값에 정부가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게 순서죠. 이런 부분에 농민들이 한 목소리로 높여야 해요”

‘제주농업의 미래는 밝다’는 게 강 대표의 진단이다. 제주산은 ‘청정’‘안전’‘무공해’이미지를 갖고 있어 다른 곳보다 경쟁력에서 50%를 선점하고 갈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여기에 높은 품질로 승부한다면 소비자에게 오래 기억되고 팔수 있어 다른 지역과 경쟁력이 충분해요. 높은 품질의 생산물의 수급을 용이할 수 있게 하는 거래처를 찾아야 하고, 상대방과 신의가 지켜야 하는 전제는 당연하고요”

그래서 농민은 물론 정치·행정 등 모든 분야에서 신의를 지킬 것을 강조한다. 그런지 강 대표가 늘 지니고 실천하려는 생활철학은 ‘신의’이다.

“서로 믿음이 있어야지, 믿음 없는 사회는 얼마나 삭막하겠어요. 신의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실천하는 이는 많지 않아요. 벗과 후배, 소비자들에게 늘 신의를 지키려고 하고 있어요”

강 대표는 제주도의 무한자원인 예덕나무를 잎과 뿌리를 활용, 차나 기능성 물질을 추출해 다른 지역 중소기업 연구실과 공동연구해서 머잖아 특허를 출원할 차비를 하고 있다. 요즘엔 ‘명월초’를키워 어떻게 활용할지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다.

“70세까지만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고, 그 뒤엔 아내와 스포츠카나 오픈카를 타서 여행하고 싶어요. ‘느리게 사는 즐거움’이란 책을 늘 읽고 있어요. 천천히 사는 것도 재미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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