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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문학이냐고요? 사람이 살아가는 얘기가 있잖아요”
“왜 인문학이냐고요? 사람이 살아가는 얘기가 있잖아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3.05.04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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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학교 현장] <3> 고교 첫 인문학 아카데미 연 제주중앙고의 도전

제주중앙고가 도내 고교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인문학 강좌. 첫 강좌는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맡았다.
인문학이 뜨고 있다. 그런데 왜 굳이 인문학이어야 할까. 수많은 고민 속에 내리는 결론은 우리가 사는 걸 가르치는 게 인문학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과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통섭을 내걸고 있다. 그가 말하는 통섭은 서로 다른 영역을 인정하면서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다. 자연과학에서 경계를 넘나들려면 반드시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이처럼 인문학은 자연과학에서도 없어서는 안되는 분야가 됐다.

최재천 교수의 통섭이론은 아닐지라도, 인문학은 최근 만날 수 있는 하나의 트렌드가 돼 있다. 그러나 인문학이라는 트렌드는 어른들에게는 낯이 익고, 귀에 익숙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단어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곳이 있다. 제주중앙고가 파격적인 행사를 진행했다. 바로 인문학 강좌다.

제주중앙고가 내건 인문학 타이들은 행복한 삶의 설계를 위한 인문학 아카데미. 지난 3일 첫 강좌가 마련됐다. 제주중앙고가 왜 인문학을 택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굳이 묻지 않아도 된다. 반응 자체가 다른 강좌와 다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일반적인 강좌는 자발적이 아닌 강제동원이 뒤따르지만 제주중앙고가 진행한 인문학이라는 타이틀은 이런 고정관념도 벗어던지게 만들었다. 제주중앙고 3층에서 마련된 인문학 강좌는 당초 150명만 받을 계획이었으나 학생들의 참가가 잇따르면서 200석 강의실도 부족, 20석은 별도의 의자를 마련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제주중앙고 강의실이 꽉 찰 정도로 학생들의 인문학에 대한 배고픔을 증명하고 있다.
제주중앙고의 파격에 학생들의 반응도 파격적인 건 바로 인문학에 있다. 그동안 학생들이 접하지 못한 새로운 분야에 대한 시도였기에, 학생들은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임에도 강의실에 앉아 대체 인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건 무엇인지에 대한 경청을 하는 기회가 됐다.

제주중앙고 부재호 교장은 처음을 강조했다. 부재호 교장은 인문학 강좌 시작에 앞서 학생들에게 인간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한다.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게 바로 인문학이다제주중앙고 60년 역사상 처음이면서 첫 시간이다고 강조했다. 부재호 교장이 내건 처음은 도내 고교에서도 아마 처음이 아닐 듯싶다.

제주중앙고는 꿈은 이루어진다는 모토를 내걸고 있다. 이날 시작된 인문학 아카데미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꿈을 던지고 있다. 제주중앙고는 오는 12월까지 12차례 인문학 강좌를 통해 학생들에게 새로운 미래에 대한 꿈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첫 인문학 강좌의 첫 주인공은 제주올레를 이끌며 제주의 가치를 끌어올린 서명숙 이사장이 맡았다. 그는 제주중앙고의 도전에 무척 감명을 받았다. 그는 제주중앙고의 인문학 아카데미에 대해 굉장히 신선하다며 말을 풀었다.

서명숙 이사장은 학생들을 향해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만난 친구 얘기를 꺼내며 꿈을 펼칠 것을 주문했다. 서명숙 이사장은 내 친구는 학교 때 공부를 중간 정도 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브로드웨이에서 만난 그 친구는 굉장히 큰 매장을 3개 가지고 있었다. 학교시절 그와는 책을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며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서명숙 이사장은 사람의 재능은 가지가지다. 그러나 공통점은 인문학과 사람에 있다. 수학과 과학의 공식은 기억나지 않지만 고교 때 읽은 책은 기억이 난다면서 누구든 브로드웨이에서 만난 친구처럼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제주중앙고 학생들이 인문학 강좌를 진지하게 듣고 있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다. 3학년 강지이 학생은 인문계와 자연계로 구분할 때의 인문만 알고 있었다. 인문학이 이런 것인 줄은 새삼 몰랐다면서 내가 원하는 걸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내가 어떤 길을 가야하는 게 좋은지를 인문학 강좌를 통해 배우게 돼 너무 좋다고 말했다.

제주중앙고가 시도한 첫 도전은 상큼하다. 서명숙 이사장의 말마따나 신선도가 넘친다. 제주중앙고는 철학, 역사, 건축, 향토학, 미학 등을 인문학 강좌에 담을 계획이다. 앞으로 더 기대가 된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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