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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투자진흥지구, 어떻게 볼 것인가?
제주투자진흥지구, 어떻게 볼 것인가?
  • 미디어제주
  • 승인 2013.04.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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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 상해코트라 파견, 투자유치전문관 김남진

김남진 투자유치전문관
요즘 제주투자진흥지구가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 영주권, 휴양콘도, 토지사재기, 중국자본, 보광 성산포단지, 부영특혜 등 논란이 넘쳐난다. 개발자들에겐 일방적으로 특혜를 몰아주면서 도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별로 없다고 한다. 과연 제주투자진흥지구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2002년 제주투자진흥지구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도 외국인투자촉진법(이하 외촉법)이 운용되고 있어서 외국인투자유치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외촉법은 1998년 제정되었는데, 단군 이래 최대의 국난이라고까지 불렸던 환란 극복대책의 일환이었다. 금고에 달러가 없어 나라가 부도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하루 속히 달러를 유입시키기 위한 수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002년 특별법으로 만들어진 제주투자진흥지구 제도는 외촉법상의 외국인투자지역을 모델로 도입되었지만 그 특례는 외국인투자지역에 비해 약하다. 취득세 등의 지방세 감면기간도 짧고 법인세 감면 기간도 더 짧다. 논란이 되는 휴양콘도미니엄업도 외촉법상 외국인투자지역 지정대상이지만 투자진흥지구 지정대상이 아니다. 다만 외촉법에 없는 농지나 산지전용에 따른 부담금 면제혜택이 더 붙여지지만 그 특혜는 세금감면에 비해 미미하다. 따라서 외국인투자유치에 관한한 투자진흥지구 제도가 기여하는 것은 별로 없다.

문제는 국내자본에 대한 것이다. 기업도시, 혁신도시, 타법에 의한 투자진흥지구 제도 등 각종 특례가 만들어지면서 제주투자진흥지구는 국내 유일의 특례적 지위를 상실해 가는 상황이지만 2002년 도입 당시부터 이 제도의 가장 큰 특징과 매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외국자본뿐만 아니라 국내자본에게도 차별하지 않고 동등한 혜택을 부여한다는 것이었다. 제주입장에서는 자본유치를 하는 데에 굳이 외국인만 우대해주고 내국인은 차별해야할 이유가 없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국내자본에까지 면세 혜택을 주면 제주로 국내자본이 쏠리게 되어 타 지방경제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비판을 감수하고도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성공을 위해 제주만의 특례를 인정해 준 것이다.

제주투자진흥지구 제도를 도입하기 전해인 2001년말 내도 관광객은 420만명 (내국인 390만, 외국인 29만) 수준이었다. 그 당시 언론 뉴스 등을 살펴보면 제주의 현안과제는 관광시설 확충, 관광자원 개발, 관광상품 개발이었다. 우수한 관광시설들이 있어야 관광객을 끌어 들일 수 있고, 관광객이 늘어나면 다시 이를 수용할 관광시설을 확충해 나가면서 도민고용 등 경제파급효과가 확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제주투자진흥지구 제도의 존재 이유는 이것이다. 제주투자진흥지구는 제주가 부족한 관광시설과 관광자원을 유효하게 확충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도입된 것이며, 이 당시 이 제도 도입 자체에 대한 비판은 거의 없었고, 외국인투자지역에 비해 인센티브가 약한 투자진흥지구 제도로 과연 투자유치가 가능하겠냐는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10년이 넘은 오늘날 무엇이 화두가 되고 있나? 여러 가지 제기되고 있는 비판들이 검토할 만한 사항이지만 그 중 “제주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된 사업들이 당초 계획대비 투자율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지구 지정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므로 심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불합리하다.

우선, 제주투자진흥지구는 역량 있는 사업자를 선별해 내는 시험제도가 아니다. 제주 관광 비즈니스 시장 진입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제도다. 투자수익성 전망이 있다 하더라도 수천억원을 투자하는 것은 삼성이나 현대 같은 초일류기업에게도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정도로 부담스런 일이다. 부동산 시장은 제조업과 달리 투자회수기간이 너무 길고 수익전망을 확신할 수 없는 리스크가 상존한다. 제주투자진흥지구는 투자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고 위험을 어느 정도 완화해줌으로써 과감한 투자 결정을 유도해 나가는 장치이다.

둘째로,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된 기업이 얻게 되는 세금감면액은 제주의 재정을 뺏어가는 것이 아니다. 제주에 투자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그 세금은 발생하지 않는다. 투자자가 감면받는 세금 때문에 제주가 손해를 본다는 생각보다는 리스크를 감수한 과감한 투자가 늘어나는 관광객을 수용하고 도민 고용 등 경제적 이익을 창출해 나가는 동력이라는 미래지향적 확장의 사고가 필요하다. 투자자나 제주 모두 미래의 경제적 윈윈을 추구하는 블루오션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지 내가 뺏기고 남은 이익을 얻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셋째로, 심사 또는 심의를 잘못해서 투자진흥지구로 잘못 지정되어 투자율이 미치지 못하고 관리가 부실한 것이 아니다. 심의를 잘못하는 것이 아니라 심의를 받을 대상들, 즉 제주에 투자하려는 자본들 자체가 허약한 것이다. 삼성, 현대와 같이 우수한 자본을 가진 역량 있는 기업들이 사업을 추진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획대비 투자율이 미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역량 있는 대기업 또는 자기자본이 풍부한 기업들은 제주 투자에 관심이 없고, 투자진흥지구 지정신청을 하는 기업들 대부분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금융차입을 하거나 지분 투자를 받아서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기 때문에, 외부 여건에 따라 사업추진이 지연되거나 좌초되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이것은 제주의 관광시장 구조의 허약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투자수익성이 있는 곳에 자본이 몰려드는 것은 자본주의의 본질이다. 자체 경쟁을 통해 우수한 자본가가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제주 관광시장의 유인력, 즉 투자수익성은 아직도 불확실하다. 최근 관광객이 급증했다고 해서 마치 제주에 사업하면 무조건 돈 벌 수 있는 것처럼 보이나 그렇지 않다. 원론적으로 투자수익성이 확실히 보장되는 여건이라면, 대기업 또는 역량 있는 개발자들이 경쟁적으로 나설 뿐만 아니라, 은행권이나 재무적 투자자들이 기존 허약한 개발자들에게 금융투자를 확대한다든지 심지어 M&A등도 제안하는 일이 발생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얼마나 발생하고 있나?

우수하고 역량 있는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달려들 만큼 제주가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직은 아니기 때문에 투자진흥지구에 따른 세금감면 혜택을 준다고 마케팅을 하고 다녀도 아직 제주는 허약한 자본들이 기웃거리는 정도에 그친다. 국내 자본의 관심이 미흡하기 때문에 입지가 우수함에도 사업추진이 부진한 사업장을 상대로 중국 등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투자유치 마케팅을 해왔던 것이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통계연보상 관광호텔의 객실이용률을 살펴보면(아래 표 참조), 최고급 시설인 특1급은 오랜 기간 60%대에 머물다 2009년 70%대를 돌파하였고 2010년에는 80%를 넘어섰다. 특2등급과 1등급은 60%대에 머물다 2010년에 70%를 돌파하였고, 2등급은 40~50%대에 머물다 2011년에 60%대로 진입하였으며, 3등급은 20~40%대에 머물다 2011년에 50%를 넘어섰다.

구분 특1등급 특2등급 1등급 2등급 3등급
점유율 객실수 점유율 객실수 점유율 객실수 점유율 객실수 점유율 객실수
2001 69.4 2,636 73.4 809 67 1,429 35.4 339 33.9 323
2002 65.7 2,813 68.6 575 70.1 1,426 57.2 412 32.6 323
2003 62.5 3,187 66.4 575 65.2 1,531 54.5 353 32.1 222
2004 53.9 3,187 54.6 575 57.3 1,632 44.6 356 11 192
2005 61.7 3,187 59.6 575 64.2 1,704 45.9 284 42 162
2006 66.7 3,187 63.1 575 68.1 1,704 49.8 284 22.3 172
2007 67.6 3,700 75 507 65 1,564 48 357 24.1 114
2008 69.7 3,626 69.9 507 62.9 1,564 47.4 357 40.2 114
2009 77.8 3,626 66.5 507 67.1 1,564 44.2 357 24.7 123
2010 81.2 3,626 72.8 507 73.4 1,564 56.4 357 37.6 123
2011 80.9 3,622 72.2 507 78.9 1,600 63.1 357 56.6 123

보통 관광호텔의 손익분기점은 객실점유율 70%라고 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관광호텔에만 한정시켜 보더라도 국제자유도시로 지정된 2002년부터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주가 투자수익성을 확실히 보장하는 투자처의 입지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투자진흥지구 제도의 1차적 도입 취지는 기업체의 투자역량을 심사하여 합격 불합격을 판정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세금감면 등 혜택을 무기로 투자를 하도록 유인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도다. 과거 대부분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된 사업들은 지금처럼 중국인 등 외국인을 비롯하여 내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던 시기가 아니라 관광객수와 관광시설도 부족한 상황에서 제주의 관광 잠재력을 확충하여 관광산업의 발전을 이끌어내려고 했던 시기였음을 감안해야 한다. 투자진흥지구 지정 심의위원들이 역량 또는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업체와 유착하여 안 될 업체를 지정한 것이 아니고, 제주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하여 지정한 것이다.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관광객 증가는 급속히 증가하는 데 비해 관광산업 종사자들의 이익은 증가율이 크지 않다. 이는 수요에 비해 공급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도외자본으로 설립된 후발업체는 기존, 토착업체보다 규모면에서 경쟁력이 높아 수요가 후발업체에게 돌아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투자에 의한 수요창출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소득이 도외 자본으로 유출, 지역 경제에 마이너스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세금 등 감면 혜택까지 주는 건 도둑에게 밥 먹여주는 꼴"이라고 지적하며 투자진흥지구 지정의 문제점을 비판한다. 하지만 이것은 바른 진단이 아니다.

우선 공급 측면에서, 관광협회 통계에 의하면, 2006년부터 2010년 사이 관광호텔, 휴양콘도, 일반숙박업을 포함한 전체 숙박객실 총량은 22,872실에서 24,795실로 9% 정도 증가했고, 이 중 관광호텔의 객실수는 6,196실에서 6,680실로 역시 9%정도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관광객수는 531만명에서 757만명으로 42%가 증가했다. 즉, 관광수요의 증가추세보다 공급 증가추세가 빠르지 않았다.

둘째, 숙박업체간 관광객 분담률을 살펴 보면, 관광호텔의 전체 객실 대비 비중은 2006년이나 2010년이나 똑같이 27%를 차지하며, 2006년에는 190만명, 2010년에는 230만명이 관광호텔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2006년에는 전체 관광객 531만명 대비 36%, 2010년에는 전체 관광객 757만명 대비 30%가 관광호텔을 이용하였다. 관광호텔 대부분 도외 자본들이고, 나머지 일반숙박업이 주로 도내 자본으로 본다면 관광객 분담률에서 특별히 도내자본의 이용객을 뺏어간 것이 아니다.

필자가 보기에 관광객은 급속히 증가하는데,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미흡하다든가 관광산업 종사자들의 이익 증가율이 크지 않은 것은 관광객 총량은 급증하고 있으나 부가가치 총량은 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관광호텔의 수익총액은 2006년 2,241억원에서 2010년 2,648억원으로 18%만이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관광호텔 숙박객수 증가율 21%와 부합하는 수준이다.(190만명→230만명, 21%증가). 그러나 입도 관광객 수 증가율 41%(531만→757만)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고, 물가상승률을 제외하면 실질증가율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관광호텔이 이 정도이면 나머지 일반 숙박업의 경우에는 불문가지다. 관광객수 증가가 수익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는데서 나타난 착시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관광객수 급증에 못 미치는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공급, 즉 시설 총량이 수요에 비해 더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고, 더욱이 제주투자진흥지구 때문에 공급이 촉진되어 나타난 것도 아니다. 아직까지 투자진흥지구 지정을 받아 숙박객실 공급확대에 눈에 띠게 기여한 사업이 과연 몇 개나 되는가? 2012년 말까지 지정된 31개 사업장 가운데 대부분 완공은커녕 투자율이 미진한 실정인데 말이다.

요즘 중국인 관광객이 대폭 증가하고, 중국 투자유치 성과가 일부 나타나면서 제주가 당장 관광 개발사업의 투기장으로 변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중국 자본의 투자만 하더라도 영주권을 노린 콘도 분양수요가 매년 감소추세에 있고, 이에 따라 영주권에 기반한 개발투자도 앞으로 늘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국내 자본의 투자러시는 더욱 더 발생하기 어렵다. 중국기업은 중국 시장 분석은 물론 중국 내부 네트워크라는 자산을 가지고 제주투자를 결정하고 있지만, 국내 자본은 그런 자산이 없다. 함부로 뛰어들지 못한다. 실패하면 깡통 차고 신세 망치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과거 부동산영주권 제도를 도입할 때에 필자가 즐겨 쓰던 논리가 이화제화(以華制華)이다. 중국 자본을 가지고 중국인을 요리한다는 것이다. 재주 부리는 것은 곰이지만 돈 버는 것은 왕서방이다. 중국인들이 제주에 와서 자본을 투자할 장치를 만들고 그들끼리 비지니스하도록 한다. 그들이 서로 비즈니스하는 와중에 돈을 버는 것은 제주다. 콘도는 그대로 제주 땅에 있는데, 서로 사고파는 도중에 각종 취득세, 부가세 등은 매번 제주 땅에 내려놓아야 한다. 영주권 공장이 아니라 세금 공장이다. 블루 오션적 확장사고가 필요하다.

제주투자진흥지구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제주 자신을 위한 제도다. 사업가만을 위한 특혜제도가 아니다. 제주 관광시장의 몸집을 불리고, 파이를 키우는 장치다. 파이가 다 될 때까지는 불필요한 규제나 간섭보다는 우선적으로 시장의 논리에 맡길 필요가 있다. 2부 리그 축구 경기가 재미없다고 해서 심판을 바꾸면 갑자기 프리미어 리그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관객(관광객)을 늘려나가면서 리그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우수한 선수가 입단할 수 있다. 그러나 축구 경기 자체는 선수들이 풀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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