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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곡 뮤지컬 '그날들'...한국판 맘마미아
김광석 곡 뮤지컬 '그날들'...한국판 맘마미아
  • 미디어제주
  • 승인 2013.02.1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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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씨 노래를 갖고 만들다보니, 그가 어렵고 힘든 시간마다 우리에게 위로를 준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수 김광석(1964~1996)의 노래들로 엮은 창작 주크박스 뮤지컬 '그날들'의 연출가 장유정(37)은 14일 "그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요. 그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날들'은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행사 준비가 한창인 청와대가 배경이다. 대통령의 딸과 수행 경호원의 사라진 행방을 뒤쫓는 경호부장 '정학' 앞에 1992년 사라진 경호원 동기생 '무영'과 '그녀'의 흔적이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장 연출이 자신이 연출한 동명 뮤지컬이 바탕이자 영화감독 데뷔작인 '김종욱 찾기' 무대 인사차 지방에 갔을 때 얻은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당시 경호원들이 동행했는데 무섭더라고요. 바뀌는 것은 가르마일 뿐 항상 똑같은 얼굴이었어요. 그러다 가장 무서운 분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 우연히 그분의 휴대폰을 봤는데 곰돌이 스티커가 붙어 있는 거예요. 반전이었죠. 이것을 이야기로 만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김광석의 목숨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으로) 숭고한 목숨을 지키는 경호원 사람들 이야기를 하게 됐어요. 그래서 시작된 이야기에요."

'이등병의 편지' '서른 즈음에' '사랑했지만' '먼지가 되어' '그 날들' 등 김광석이 '부른' 26곡만 뮤지컬에서 들을 수 있다. '일어나' '그대 웃음소리' 등 김광석이 직접 쓴 10여곡은 저작권 동의 문제로 제외됐다. 김광석이 만든 곡들은 영화투자배급사 NEW와 서울시뮤지컬단(단장 유인택)의 공동 제작으로 12월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김광석'(극작·연출 장진)에서 들을 수 있다. 이 뮤지컬은 김광석 초상권 등을 확보했다.

장 연출은 이 부분이 아쉽지는 않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미국의 전설적인 록 가수 프랭키 밸리와 록&롤 그룹 '포시즌스'를 다룬) '저지 보이스'처럼 해당 뮤지션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뮤지컬과 가수의 곡만 사용한 '맘마미아!'가 있는데 우리는 후자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덜했다"고 전했다.

김광석이 부른 노래들 중에서도 못 쓰는 노래가 많다. "얼마나 극과 어울리는 노래를 선곡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처음부터 '맘마미아!'처럼 부른 가수가 나오지 않는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아쉬워할 틈이 없었죠."

대통령 경호실 경호2처 부장이자 철두철미한 원칙주의자인 주인공 '정학' 역에는 뮤지컬배우 유준상(44)과 오만석(38), 강태을(33)이 캐스팅됐다.

자신을 김광석 세대라고 정의한 유준상은 "노래를 좋아했기 때문에 오히려 따라부르지 못했다. 혼자 부를 때 그 느낌이 안 살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번에는 직접 불러야 해서 다시 한번 들어보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서른 즈음에' 노래를 하다가 전조 부분에 울컥했어요. 가뜩이나 눈물이 많은 나이인데 울먹이면서 불렀죠. 흘러가는 시간을 잡을 수는 없지만 이 작품을 통해 '그날들'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개막 두달여를 앞둔 현재 벌써 1막 대사를 다 외웠을 정도로 작품에 애정이 뜨겁다.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자신을 포함해 경호원 역을 맡은) 배우들과 웃옷을 벗은 채 격파 등의 장면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겠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오만석 역시 평소 김광석 노래를 좋아했다. 자신이 주연한 KBS 2TV 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 중 원두막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을 일부러 선곡했을 정도다. "선망의 대상인 만큼 여러가지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유준상과 오만석은 공연 중인 뮤지컬 '레베카'에서 아내 레베카의 의문사 이후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영국 상류층 신사 '막심'을 류정한(42)과 번갈아 연기 중이기도 하다.

오만석은 "준상이 형이랑 정한이 형이랑 같이 도장을 팠어요. 다음 작품에도 함께 출연하자고요. (류정한은 다음 스케줄이 미리 잡혀 있어서 출연을 못했다) 이번 작품이 창작 뮤지컬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의기투합했습니다." 유준상 역시 "뮤지컬 '즐거운 인생'에 연출가(오만석)와 배우로도 만났는데 좋은 동생이에요. 옆에 있으면 안심이 되고 포근해지고"라고 화답했다.

여유롭고 재기치있는 자유로운 영혼의 '무영' 역에는 뮤지컬배우 최재웅(34)과 탤런트 지창욱(26)이 더블 캐스팅됐다. TV에서 주로 활약하다 '쓰릴 미' 이후 3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복귀한 지창욱은 "김광석 세대가 아니라 생소한 노래도 많다"면서 "생소하고 익숙하고는 크게 지장이 없어요. 노래를 배우며 연습에 즐겁게 임하고 있어요"라고 알렸다.

무영과 20년 전 함께 실종된 '그녀' 역은 뮤지컬배우 방진의(33)와 6년 만에 이 작품으로 뮤지컬 무대로 돌아오는 탤런트 김정화(30)가 나눠 맡는다. 대통령의 딸 하나의 수행 경호원인 '대식'으로는 뮤지컬배우 김산호와 김대현, 대통령 전담요리사 '운영관'으로는 뮤지컬배우 서현철과 이정열이 더블캐스팅됐다.

김광석과 함께 노래운동을 하는 등 그와 절친했던 포크가수 출신 이정열은 "김광석을 1000만명이 좋아한다면 그 1000만명 각자에게 김광석이 있을 거예요. 옆에서 바라본 인간 김광석의 모습은 다리가 짧아 슬픈 남자였어요. 하하하. 그래도 무엇보다 닮고 싶은 큰형의 모습이었죠. 제가 기타와 작곡에 입문할 당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고민했는데 '그런 것 필요 없어' 그러시더라고요. 세월이 지나고 나니 그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김광석은 김광석이었습니다"라고 회고했다.

자신이 출연하기도 한 '맘마미아!'가 무척 부러웠다는 그는 "'그날들' 첫 연습 때 통괘해서 속으로 깔깔 웃었어요. 우리도 그런 뮤지컬이 생긴 것 같아서요."

장 연출과 '형제는 용감했다' '금발이 너무해' 등에서 호흡을 맞춘 장소영이 음악감독으로 나섰다. 워낙 유명한 김광석 노래에 대한 부담이 있을 법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곡을 내가 얼마나 해체하고 조립하는 과정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면서 "장 감독님의 열정에 감탄해서 결국 참여했는데 연습 과정을 통해서 너무나 큰 에너지를 받게 됐어요. 김광석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추억을, 이후 세대에게는 낭만을 선물로 주고 싶어요"라고 바랐다.

공연제작사 이다엔터테인먼트(대표 손상원)와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대표 장상용)가 공동 제작한다. 4월4일~6월30일 대학로 뮤지컬센터 대극장에서 볼 수 있다. 5만5000~9만9000원. 1577-3363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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