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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제주도, 스스로 만든 ‘민군복합형관광미항’ 함정에 빠지다
정부·제주도, 스스로 만든 ‘민군복합형관광미항’ 함정에 빠지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3.02.0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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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문제 없다’는 결론 도출 위한 짜맞추기” 비판 쏟아지는 것 당연

서측 돌제부두가 있는 형태의 당초 제주해군기지 조감도(사진 위)와는 달리, 이번 시뮬레이션 시현에서는 보고서 표지에 있는 사진(아래)에서처럼 돌제부두가 없는 것을 전제로 시현이 이뤄졌다.

“돌제부두에 대한 제 발표는 풍속 27노트 최악의 조건을 받았을 때는 돌제부두가 있는 사항은 어렵다는 전제하에 돌제부두를 치워서 했다. 그래서 저희들은 최악의 조건하에서는 돌제부두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결론이다. 최악의 조건이 아니면 돌제부두가 있어도 되느냐, 거기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어렵다. 그것은 필요하다면 돌제부두가 있는 상황, 악조건이 아닌 상태를 또 시뮬레이션을 해야 한다. 여기서 함부로 얘기하기는 어렵다. 저는 단지 이번에 실시한 최악의 조건하에서는 돌제부두는 존재해서는 안된다는 가정으로 그렇게 결론을 냈다는 말씀을 드린다.”

“지금 질문해주신 (실시계획상의 계류 함정) 8척이라는 것은 제가 생각하기에 돌제부두가 2개가 나왔을 때 거기에 배가 붙었다는 조건에서 아마 8척이었을 것이다. 지금 현재 이 시뮬레이션은 최악의 조건으로 했기 때문에 결국은 (서측 돌제부두가 없는 이번 시현 보고서의)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5척 이상은 더 붙일 수가 없을 것으로 본다.”

지난달 31일,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크루즈 선박조종시뮬레이션 시현 보고서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시현팀의 책임연구원인 이동섭 팀장의 발언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

강정 주민들을 비롯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가운데 기자들과 관계 공무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발표가 이뤄진 자리였기 때문에, 오해가 없도록 하기 위해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 내용을 녹취한 것이다.

한국항해항만학회장인 이 팀장의 발언 내용과 지금까지 시뮬레이션 진행 과정을 자세히 분석해본 사람이라면 결국 제주해군기지는 민군복합항도, 군항도 아닌 정체불명의 어정쩡한 형태라는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특히 서측 돌제부두 문제는 설계 변경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문제를 떠나 제주해군기지가 애초부터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전제로 한 설계가 아니었음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시뮬레이션 시현이 돌제부두가 없다는 가정하에 이뤄진 것처럼 선회장 크기가 직경 520m밖에 되지 않는 좁은 항만 내에 돌제부두 2개를 그대로 둘 경우 15만톤 크루즈선 2척의 안전한 입출항을 담보하지 못하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서 정리한 발언 내용에서 보듯 “이번에 실시한 최악의 조건하에서는 돌제부두는 존재해서는 안된다” 고 이동섭 팀장도 분병히 밝히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돌제부두를 없앤다면 고작 군함 5척밖에 계류하지 못하는, 최소한의 군항 기능조차 하지 못하게 되는 함정에 스스로 빠지게 된 것이다.

“시뮬레이션 시현 결과 15만톤 크루즈 선박의 안전한 입출항이 가능하다”는 시현팀 발표 내용의 이면에는 바로 이같은 제주해군기지의 태생적인 문제점이 감춰져 있다. 단지 정부와 해군, 제주도는 이런 제주해군기지의 한계를 억지로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시현 결과 발표 내용이 단지 ‘문제 없다’는 결론을 도출해내기 위한 짜맞추기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대로 제주해군기지 사업이 진행된다면 다 지어놓고 군항도, 크루즈항 기능도 하지 못하는 시멘트 덩어리를 제주도가 떠안게 되는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번 시뮬레이션 시현 결과를 통해 이제라도 공사를 중단하고 사업계획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가 더욱 분명해졌다. 그것이야말로 정부와 해군, 제주도가 새롭게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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