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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하고 입맛에 맛는 직거래 감귤 품질 높이는데 최선”
“안심하고 입맛에 맛는 직거래 감귤 품질 높이는데 최선”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2.11.09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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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감귤 구조개선·생산량 직거래 판매…‘맛과 꿈을 드리는 드림농원’운영
‘농업이 제주미래의 희망’- FTA 위기, 기회로 극복한다 <10> 김병학씨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이미 발효됐고, 한·중FTA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화·시장 개방화시대를 맞아 1차 산업엔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기둥 축인 감귤 등 농업 역시 위기감을 떨칠 수 없다. 그러나 FTA는 제주농업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 결코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니다. 제주엔 선진농업으로 성공한 농업인, 작지만 강한 농업인인 많은 강소농(强小農)이 건재하고 있다 감귤·키위·채소 등 여러 작목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꾸준한 도전과 실험정신, 연구·개발이 낳은 결과이다. FTA위기의 시대 제주 농업의 살 길은 무엇인가. 이들을 만나 위기극복의 지혜와 제주농업의 미래비전을 찾아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고품질 노지감귤을 생산해 직거래를 실행하며 '맛과 꿈을 드리는 드림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병학 대표

“농가에서 고객에게 감귤을 직접 보내는 직거래의 생명은 믿음입니다. 그래서 고객에게 보내는 감귤 상자에 불량과가 단 하나라도 들어가는 걸 결코 용납하지 않아요. 상자 속엔 고객이 안심하고 입맛에 맞는 감귤을 담도록 품질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해야죠”

‘맛과 꿈을 드리는 드림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병학 대표(52· 제주시 조천읍 대흘리).

‘다음’(daum)블로그에 사진 찍는 농부로도 아는 사람은 안다. 자신의 농원에서 고품질의 노지감귤을 생산, 비상품을 뺀 나머지를 모두 직거래를 통해 팔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고객의 입맛에 맞는 품질 좋은 감귤을 생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그런 믿음을 고객에게 줄 수 있어야 직거래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거죠. 그게 감귤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지름길이죠”

김 대표는 현재 6500평(2만1450㎡)에서 노지감귤을 연간 50~60톤을 따내 조수입은 6000만원에 이른다. 생산품 대부분이 인터넷 전자상거래 등 직거래로 팔고 있다.

35년 동안 농원을 운영해오던 어머니가 건강이 좋지 않아 농사일을 그만두며 ‘1년에 농약 10번만 치면 된다’는 말씀에 2008년부터 감귤농사에 들어섰다. 농사짓기 전엔 유통업에만 종사했기 때문에 모든 게 낯설고 손에 설익어 처음엔 어려움이 많았다.

“농약 뿌리는 시기를 놓쳐 병충해 피해를 봤고, 감귤 병해충이 무엇인지, 어떤 농약을 택해야할지, 어떻게 농사를 지어야 할지, 아는 게 없어서 답답했죠.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을 받아도 처음엔 농업용어가 어려워 뭔지 몰랐죠. 3년 교육을 받다보니 비로소 귀가 트입디다”

감귤원 구조개선을 통해 타이벡재배를 하고 있는 김 대표의 농원

이를 바탕으로 김 대표가 본격적으로 손을 댄 건 고품질 감귤을 생산하기 위한 신기술을 도입해 농원전체를 통째로 바꿔 놓은 일이다.

2010년부터 1/2간벌과 방풍수를 정비해 나무간격을 확보하면서 너비 50㎝, 깊이 50㎝로 파서 차수막을 설치하고 배수로를 만들었다. 그 다음 높은 이랑을 만들어 점적관수를 깐 뒤 타이벡을 입혀 새로운 영농을 하기 시작하게 됐다.

“농장을 처음 운영할 때 감귤당도가 9~9.5브릭스였지만 타이벡 재배를 하면서 생산량은 줄었지만 당도가 2브릭스 높아져 조수입도 많아졌죠. 감귤품질이 좋아짐에 따라 직거래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죠”

김 대표는 감귤원을 운영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 규모가 3000평 이상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1/2간벌을 해도 수확량을 기대할 수 있고, 타이벡시설 등 비용도 감당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김 대표가 감귤을 홍보하기 위해 감귤사진을 찍다 보니 취미가 붙어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며 블로그까지 만든 것도 직거래 결심에 한 몫을 했다. 이제 감귤사진을 찍는 건 판매의 도구이자 취미가 돼 1년에 한 차례씩 ‘문사동’동우회원과 전시회도 열고 있다.

“2010년 처음 전자직거래를 할 때 고객은 190명이었지만 지난해는 1500명으로 늘었죠. 고객층도 강원도에서 도내까지 전국적이죠. 지난해는 직거래 물량이 4500~5000상자였죠. ‘파치’만 빼고 생산된 전량을 직거래했다고 볼 수 있어요”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감귤을 직거래 고객에게 보내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는 김대표

김 대표는 자신이 생산한 ‘소비자들이 얼굴도 맛도 보지 않고 믿고 사가는’ 직거래 감귤의 진정한 품질을 국가기관에서 공인받아 자신 있게 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소형 선과기를 들여왔고, 품관원에서 2년 연속 우수농산물인증(GAP)에 이어 올해는 우수관리시설에서 포장해서 도외로 나가는데 필요한 우수관리시설인증(GAP)까지 받았다.

“왜 직거래인가”라는 질문에 김 대표는“가격 안정을 통한 농가수입의 안정화를 위하고, 구조적으로 많이 드는 유통비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고 명쾌하게 답한다.

“직거래의 기본은 사람의 믿음과 정(情)이 담겨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1상자에 단 하나의 불량과가 섞이지 않아야 한다는 게 저의 신조입니다. 모든 걸 체계적으로 프로그램화해 고객에게 ‘안심 먹을거리’가 될 수 있게 노력해야죠 ”

앞으로 제주감귤의 전망에 대해 김 대표는 FTA 등 외부적인 요인을 볼 때는 부정적이지만 “내부적인 요인을 볼 때는 일단 밝다”고 말한다.

그 이유로 감귤이 과일 가운데 가장 우수하고, 감귤을 많이 먹는 마니아층이 나름대로 형성돼 있다는 점을 꼽는다.

“여기엔 고품질 감귤을 생산해야한다는 전제가 따릅니다. 고품질 감귤에 맛을 들인 고객들은 일반감귤은 외면하기 마련이죠. 고객들이 입맛에 맞는 믿음을 줄 수 있는 감귤을 만들어 인정을 받으면 해마다 생산 판매할 수 있다고 봅니다”

FTA에 관해 김 대표는 한·미FTA보다 한·중FTA를 무척 경계한다.

“FTA는 시기적으로 하긴 해야 한다지만 1차 산업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너무 일찍 문을 열어 논 게 문제에요. 현재 1차 산업이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인데다 경쟁력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잖아요. 앞으로 이 상태에서 중국과 FTA가 체결된다면 2세대 농업인들은 부도날 수밖에 없어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짊어져야 할 부담이 엄청나다고 봐요”

그 이유로 중국 감귤은 당도가 높고, 물량이 다량에다, 값이 싸고, 수입기간이 이틀밖에 되지 않아 FTA가 이뤄지면 제주감귤엔 직격탄이 돼 감귤산업자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상과정에서 제주감귤은 제외품목이나 초민감 품목으로 지정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뿐 만아니라 김 대표는 FTA가 체결된 뒤 더 큰 문제가 있다고 걱정한다.

“지금은 FTA체결을 위해 정부나 자치단체가 농업 등 1차산업에 관심도 갖고 각종 지원을 하고 있지만 체결이 끝나면 농업에 관한 관심이 없어질 게 아니냐는 점이죠. 물론 농가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은 말할 필요가 없지만 말입니다”

직거래 고객에게 보내기 위한 감귤을 선별하고 있는 김대표


김 대표는 앞으로 제주농업의 미래는 비전이 있다고 본다.

“유네스코 3관왕 등 청정지역 이미지에다 볼거리·먹을거리 등 조건이 좋고요. 농업을 영어로‘agriculture’인데 이는‘입+문화’라고 풀고 싶어요. 문화는 형성하기는 어렵지만 오래가지 않습니까. 따라서 제주농업을 문화로 만들어가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갖고 있다고 봐야죠”

“국가가 지금까지 대표기업을 키워왔듯 이제 도내에선 농업을 대표산업으로 키울 때가 왔어요. 농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해요. 예산을 불필요한 데 쓰지 말고 소외계층이 먹고 살 수 있게, 농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실질적인 행·재정적인 지원이 절실해요”

김 대표의 생활신조는 ‘집중’과 “내일을 위해 지금 최선을 다한다”라고 소개한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자신은 “The future is now”란 구절을 늘 마음에 담고 살아간다고 전한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김 대표는“인간 냄새가 나는 직거래를 하고 싶고, 현재 개인적으로 직거래에서 동아리 직거래를 하려고 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21세기에 살면서도 농업경영은 19세기로 돌아가 사람냄새가 나야한다는 지론이다.

“지금까진 감귤직거래를 대한민국 고객 1%만 상대하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러나 앞으로는 ‘국민 99%’가 제주감귤을 잘 먹을 수 있도록 좋은 감귤을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제 혼자가 아닌 공동으로 출하한다면 가능하다고 봐요. 좋은 감귤을 정당한 가격에 많이 출하하면 농가 수입도 늘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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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 2012-11-09 11:15:20
장하다!. 앞으로도 잘 해서 경쟁력을 갖추고 제주 감귤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