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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갈수록 증폭되는 제주대 총장선거 후유증
<기획취재>갈수록 증폭되는 제주대 총장선거 후유증
  • 진기철 기자
  • 승인 2005.03.25 09:24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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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추된 위상,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정상화추진위 발족으로 교수사회 ‘소리없는 논쟁’ 가열
총학생회, 29일 비상총회서 재선거 촉구 결의안 채택 논의

선거가 끝난지 3개월이 지났고, 새학기가 시작된지 한달이 가까워지고 있으나 제주대 총장임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주대 총장 임용안이 아직도 국무회의와 중앙인사위원회로 넘어가지 못하고 교육인적자원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나돌고 있으나 총장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사이버 비방’에 대한 경찰수사가 진행중에 있는 것이 큰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항간에서는 교육부 감사관실에 향응제공 진정이 접수돼 이의 조사관계로 지연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실시된 총장 선거과정에서 사이버 상에 비방글을 올린 2명이 경찰에 구속되면서 경찰수사의 초점은 단독범행이냐, 제3의 공모자가 있느냐에 맞춰지고 있다.

어쨌든 총장임용이 지연되고 있으나 총장 직무대행체제의 학사운영은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지는 듯 보인다.

그러나 제주대는 심각한 선거후유증에 휩싸여 있다.

▲정상화추진위 Vs 교수회

특히 학내 갈등이 크게 분출되고 있는데, 급기야 21일 제주대 정상화추진위원회(공동대표 조성윤.허남춘)가 발족했다.

정상화추진위는 발의문과 대학 공식기구인 ‘교수회’에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교수회가 공정한 시각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수사의뢰와 재수사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민주선거에 의해 뽑힌 총장임용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먼저 내는 것이 당연한 처사”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특히 정상화추진위는 공개질의서에서 “입후보자들의 상호간 인터넷 비방을 담은 문건은 10여건인데, 그중 3거난 수사의뢰를 한 이유가 무엇인갚라며 “또한 교수회 이름으로 교육부, 청와대 혹은 국가기관으로 공문을 보낸 것이 있다는 신문보도가 있었는데, 그런 공문 발송의 건이 있다면 이를 전체교수에게 공개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상화추진위는 공개질의서 말미에 “이 공개질의서는 교수회를 추궁하거나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주대학교 정상화를 위한 취지에서 작성됐고, 학교 구성원의 중지를 모아 우리대학의 난국을 해결하려는 정념에서 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교수회는 23일 '제정추의 공개질의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글을 발표하고, "제정추의공개질의서는 학칙에 따라 공식기구로 구성된 교수회와 선관위의 업무에 흠집을 내고, 학내 구성원들을 분열시키면서 여론조작을 꾀하는 불순한 기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교수회는 특히 "공개질의서는 '중론'을 빙자해 총장임용 지연에 대한 책임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는 소수 특정후보 지지자들의 행태로 간주한다"며 "사실확인도 없이 자의적 편견과 억지로 일관하고 있으며, 사실을 왜곡하는 그 교묘한 수법에 분노와 실망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계속되는 ‘소리없는 논쟁’

정상화추진위와 교수회간의 글을 통한 설전이 오가면서, 교수사회는 겉으론 말을 자제하면서 삼삼오오 모이면 ‘소곤소곤’ 입장을 표명하는 ‘소리없는 논쟁’에 빠졌다.

K 교수는 “그렇지 않아도 총장선거과정에서 나타난 ‘사이버 비방’ 등 혼탁선거 때문에 상아탑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져 부끄러움이 가득한데, 이를 조속히 치유해야 할 입장에 있는 교수사회가 내부적 갈등으로 비화되는 듯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다른 K 교수는 “이번 파문은 모두가 공동의 책임을 지려는 자세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데, 누가 무슨 말을 하면 순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그 배경을 의심하는 풍조가 만연하면서 갈등만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K 교수는 “강의하러 가면 학생들 보기가 부끄럽다”며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교수사회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도 문제거니와,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기는커녕 오히려 확산 움직임만 보이고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 없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Y교수는 “솔직히 몇 달 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된다 해서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1순위 후보임용자가 결정적인 결격사유만 없다면 경찰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임용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나 현재와 같은 갈등은 결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직원 및 학생 입장

교직원인 K씨는 “교수회나 선관위, 또 최근에 발족한 정상화 추진위가 진정 대학정상화를 바란다면 경찰수사가 끝날때까지는 입장표명을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며 “요즘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어떤 입장이 발표됐다 하면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면서 문제만 더욱 꼬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제주대가 총장임용문제로 술렁이고 있는 가운데 제주대 총학생회는 오는 29일 오후 4시 제주대체육관에서 비상학생총회를 소집해 총장선거와 관련한 현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비상학생총회에서는 재선거를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문제까지 논의될 것으로 알려져 대학의 이목이 비상학생총회로 집중되고 있다.

이승철 총학생회장은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는데, 교수회나 후보 당사자 모두 공동의 책임을 지고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노력을 보여야 하는데 책임회피에만 급급해 있다"며 "지난달 기자회견서 밝혔듯이 당시 후보자 5명은 제주도민과 제주대학교 구성원에게 사과해야 하며, 교수회를 비롯한 교직원들도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후유증을 하루속히 수습하고, 정상화를 되찾기 위해 제주대 구성원의 한결같은 지혜와 의지가 모아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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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2005-03-25 15:53:30
자꾸 제주대 선거문제 문제 해서 오늘 기사 읽어서 자초지정 알아봤더니, 서로 입다물고 있으면 큰 탈없이 지날 일을, 자꾸 말을 해가지고 설라문에 갈등을 유발하고 있구먼.

정상화추진위원회가 교수회에 뭐라 안했으면 교수회도 정상화추진위에 뭐라 안했을거구 그럼 교수사회 갈등이다 뭐다 안할텐데.

깨끗한 선거 못한 죄, 모두의 책임입니다 하고 고개를 숙여있어야 할 교수사회가 자꾸 고개를 들고 말을 하려대니까 갈등이 증폭된다고 하잖어요

졸업생 2005-03-25 15:50:07
교수회에 대고 뭐라고 말하는 정상화위원회간 뭐간도 문제지만 교수회도 책임은 있는 것 아닌가. 전체 교수의 입장을 대변하는 교수회가, 전체교수가 유권자로 있는 총장선거에서 불미스런 일이 있었다면 교수회가 당연 책임져야지. 1차적인 책임은 있는거 아닌가요.
그래야 전체 교수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지. 안좋은 일에는 빠지면서 좋은 일일 때만 교수회 하면 누가 알아주남

궁금이 2005-03-25 15:02:49
학생들이 재선거를 요구하겠다는 부분이 있는데요, 실제 가능한가요?
아니면 대외적 불만표시의 하나로 그냥 제기하겠다는 건가요?
교수나 학내직원들 전부 그런데, 학생들이 불쌍타

교수사회 2005-03-25 15:00:16
언제나 존경스러웠는데, 그런 맘도 이젠 다 사라졌다.
교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 하지만, 하는 행태는 소시민과 전혀 다를 바 없다.
꼭 정치인들 흉내내는 것 같다.
교수사회는 뭔가 다를 줄 알았는데, 이기심만 가득찬,,,,,

학적포기 2005-03-25 14:58:32
이 기사에서 적시하신 대로 문제는 대학이 불신하는 문화가 생겨났다는거죠.
누가 뭐라 말하면 곱게 보는 이 없습니다.
소신껏 바른 말을 했다가도 오해받고, 무시당하기 일쑤입니다.
지성의 양심이 살아숨쉬는 대학 전당.
이젠 우습습니다.
대학에는 그런 양심도, 문화도 살아 숨쉬지 않습니다.
기자님이 지적한 것처럼 그런 논쟁만 있을 뿐입니다.
그것도 어느 것이 위선의 탈을 쓴 것인지 쉽게 구분도 안됩니다.
제주대 교수님들.
제발 이젠 그만하세요.
순수성을 되찾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