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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주민, 절반 이상 정신적 고통…자살 충동도 31%
강정주민, 절반 이상 정신적 고통…자살 충동도 31%
  • 김진규 기자
  • 승인 2012.11.06 14:5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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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로 찬반 갈등을 겪고 있는 강정주민 절반 이상이 정신적 교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단법인 인권의학연구소(소장 이화영)와 한국대학생문화연대 보건의료분과 소속 등은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제주 강정마을에서 주민과 현지 자원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지역할당 무작위 표집으로 주민 99명과 현지 자원활동가 29명 등 총 128명이 조사에 응했다.

주민대상 설문지는 정신건강 진단을 위한 BSI(Brief Symptom Inventory) 53개 문항과 알코올 의존도 검사, 자살 충동 문항, 인구학적 문항, 기타 현안 의견을 묻는 문항으로 구성됐다.

활동가의 경우 우울증 검사, 불안증 검사, 스트레스 검사, 분노 증상 검사 등 진단검사지와 자살 충동문항, 알콜 의존성 검사, 인구학적 문항과 현안 의견을 묻는 문항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강정주민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 절반 이상(57.1%)이 한 가지 이상의 정신심리적 이상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심각한 증상으로는 우울증(38.8%)이었고, 다음으로는 강박증, 불안증 각각 (33.7%)로 뒤를 이었다.

정신증(29.6%), 신체화 증상(28.6%), 공포·불안(25.5%), 적대감(24.5%), 편집증(19.4%)과 대인 예민증(19.4%)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주일간 자살충동을 느낀 주민은 31.6%에 달하고, 9.1%는 심각한 자살충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에 해당됐다.

남성의 경우 알코올 의존비율이 33.3%로 나타났으며, 응답자 17.1%는 ‘해군기지 문제가 일어나면서 술을 더 마시게 되었거나, 원래 술을 마시지 않았으나 사건 이후 마시게됐다’고 응답했다.

만성된 주민들의 고통은 전통적인 공동체 붕괴로 나타고 있다.

응답 주민들의 91.8%는 해군기지 설치 문제로 마을주민 간 관계가 악화됐다고 응답하고 있다.

심지어 가족, 친적들 간에 해군기지문제로 의견 충돌을 경험한 비율은 절반이상 이었으며, 서로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피한다)는 응답도 11.3%에 달했다.

응답 주빈의 50%는 본인 혹은 가족이 제주 4.3항쟁의 피해를 직접 겪거나 목격한 경험이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A씨(75)는 “어릴 때 학교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이 내가 보는 앞에서 군인들에게 총살되는 것을 직접 봤다. 지금은 4.3때 보다 더하다. 그 때는 사람들이 많이 죽었지만 그래도 땅은 남았다. 그런데 지금은 해군이 땅도 사람도 다 빼앗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응답했다.

B씨는 “4.3때 황해도에서 온 서북청년단들이 동네 집들을 불태웠다. 5촌이 중문지서에 잡혀갔는데 찾아가보니 개에 물려 죽었더라, 지서 안에서 개에 물려 죽게한 것이다. 강정마을에 왜 경찰이 주둔하고 있나? 해군기지 공사가 떳떳한 일이라면 경찰들을 앞세울 일이 없지 않겠는가?”라고 응답했다.

4.3 항쟁을 목격·경험한 고령층의 경우, 현지 주둔한 진압 경찰, 군 병력을 보고 당시 경험을 떠올리거나 적대감을 표시했고, 해군기지 설치로 ‘고향’을 잃을지 모른다는 위기감과 상실감이 컸다.

강정마을의 발전과 평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 주민들은 ‘주민화합’ ‘공사중단’ ‘해군기지 입지선정을 새로이 한 다음 무너진 공동체를 어느 정도 복원해 화합된 분위기에서 마을 발전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현지 활동가의 경우 ‘백지화’ 후 ‘토론과 공정한 조사를 통한 민주적 해결’ 의견이 많았다.

<김진규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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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작은 전쟁? 2012-11-09 11:04:46
"4.3때보다 더하다"는 주민의 말...
정부가 조금만 주민들의 말에 귀기울였다면...이렇게까지 오진 않았겠죠.
참 안타깝네요

도내 2012-11-06 16:00:21
도내 인터넷기자들도 스트레스 무지하게 많지 않을까 싶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