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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에 관심·취미 갖고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마음이 중요”
“농사에 관심·취미 갖고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마음이 중요”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2.11.0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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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 이용·적산온도 유지·인력 관리’로 파프리카 유리온실 재배
‘농업이 제주미래의 희망’- FTA 위기, 기회로 극복한다 <9> 김봉석씨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이미 발효됐고, 한·중FTA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화·시장 개방화시대를 맞아 1차 산업엔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기둥 축인 감귤 등 농업 역시 위기감을 떨칠 수 없다. 그러나 FTA는 제주농업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 결코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니다. 제주엔 선진농업으로 성공한 농업인, 작지만 강한 농업인인 많은 강소농(强小農)이 건재하고 있다 감귤·키위·채소 등 여러 작목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꾸준한 도전과 실험정신, 연구·개발이 낳은 결과이다. FTA위기의 시대 제주 농업의 살 길은 무엇인가. 이들을 만나 위기극복의 지혜와 제주농업의 미래비전을 찾아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열심히 하면 된다는 신조로 파프리카 유리온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봉석 대표이사

“농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죠. 관심과 취미가 있어야 해요. 날마다 밭에 다녀야 한다고 봐요. 그래야 나무를 제대로 관찰할 수 있고, 품질도 좋아지고 수확량도 많아질 게 아닙니까. 최소한 자기 밭에 몇 그루를 심었는지 바로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죠”

늘 ‘농사는 열심히 하면 된다’는 신조로 애월읍 납읍리에 있는 파프리카 유리온실로 날마다 출근하는 김봉석 새파란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52).

1995년부터 토마토와 파프리카를 함께 재배해오다 ‘토마토 황화잎마름병’이 생겨 토마토는 포기하고 파프리카로 작목을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다.

“토마토를 연간 450~500톤 생산하다 우리나라에 등록되지 않은 신종 ‘황화잎마름병’ 때문에 큰 타격을 받고 2009년부터 어쩔 수 없이 파프리카로 전환했죠. 파프리카가 전망이 좋다는 점도 감안 했죠”

김 대표는 최근 토마토 시세가 좋은 것도 당시 신종병 발생으로 재배면적이 크게 줄면서 생산량이 준 것도 한 몫하고 있다고 풀이한다.

4500평(1.5㏊)에서 생산되는 빨간·노란색 파프리카는 연간 200~250톤.8월에 심어 다음해 7월초·중순께 따기 시작한다. 생산량의 60~70%는 일본으로 수출하고 나머진 내수용으로 판다.

값은 해마다 차이가 나지만 연간 평균 조수입은 8억 원가량 된다. 인건비와 경영비를 빼면 대략 순소득이 나온다며 정확한 액수는 알려주지 않는다.

김 대표이사가 네덜란드에서 들여온 해충 천적을 가리키고 있다.
본격적인 수확 철엔 하루 7~9명이 작업을 한다. 이곳에서도 인력을 구하기 힘든 건 다른 농가와 마찬가지다. 이 가운데 외국인노동자 3명이 4년 동안 일을 하고 있다.

“작업장 분위기를 좋게 하는 게 중요하죠.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육지로 자리를 옮겼다가도 다시 돌아오곤 합니다. ‘새파란 조합이 좋아요’란 전화를 받을 땐 뿌듯하죠. 평소에 인간적으로 잘해주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력이 모자라 수확을 못한 적도 있었던 김 대표이사는 인력 관련부서에서 배려가 필요하다고 바라고 있다.

“고용지원센터에 3명씩 두 차례 신청했는데 모두 지명이 안 됐어요. 수출하는 대형온실엔 외국인노동자를 우선 배정해주길 바랍니다. 농산물을 수출하는 농가에서 겪는 인력난은 매우 심각하죠”

김 대표이사는 자신의 특별한 영농 노하우로 ‘천적이용, 전산온도 유지, 인력관리’ 세 가지를 꼽는다.

가장 독특한 건 천적을 이용해 파프리카 해충을 없애며 재배하는 것이다. 파프리카에 피해를 주는 해충은 담배가루이, 온실가루이, 총체벌레, 청벌레 등 다양하다.

“네덜란드 코퍼트(koppert)회사에서 생산한 천적 벌레를 들여와 파프리카 해충을 없애고 있죠. 사용료가 연간 1500만~2000만 원 정도 듭니다. 수출품 안전성 측면에서도 관련부서에서 천적 구입비를 보전 또는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경영비에서 가장 많이 드는 게 기름 값이다. 제주지역은 날씨는 온난하지만 다른 지역보다 일조량이 적은 게 흠이다. 특히 햇볕량이 가장 필요한 온실재배 농가엔 절대적으로 불리한 요소이다. 기온과 햇볕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가온을 잘해야 생산량이 늘고, 작물 품질이 좋아지고 수확도 빨라지죠. 특히 겨울철 흐린 날 하루 종일 적산온도 20도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죠. 물론 연료비가 많이 드는 건 감수하죠. 이젠 기름 대신 전기보일러로 바꿔 쓰다 보니 40~50%에너지 절약효과를 보고 있죠”

김 대표의 바람은 여느 농가와 마찬가지로 기름 값이 내리는 것이다.

“시설재배를 육지부에서 하면 제주지역보다 일조량이 많아 같은 면적에서 생산량이 훨씬 많죠. 제 온실을 육지에 옮겨 놓는다면 30~50톤은 더 생산할 것으로 봐요”

한해 200~250톤을 생산하고 있는 김 대표이사의 유리온실
앞으로 파프리카에 대한 전망은 밝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파프리카는 웰빙식품으로 인식되면서 국내 소비가 늘고 있는 추세이죠. 일본으로 꾸준히 수출할 수 있어 판로도 괜찮고요. 수출할 때 물류비의 일정부분을 지원해주는 것도 한 몫을 하죠. 올해도 수출량은 늘 것으로 봅니다. 원예전문생산단지로 지정돼 인센티브도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죠”

한·미FTA 체결과 한·중 FTA에 관한 질문에 김 대표는 파프리카 농업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오히려 ‘전화위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반응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 제주농업은 농정기획 당국이나 연구기관에서 대국적인 관점에서 보고 농업미래비전을 제시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기후온난화와 시장개방 등 환경변화에 다른 적정한 작목을 선정, 실험·실증을 통해 농가에 제시하고 재배를 유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관에서 운영하는 유리온실이 600평 규모인 건 문제가 있다고 봐요. 최소한 3000평 이상 규모화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대단위 재배를 통해 작물에 대한 보다 나은 실험·실증을 할 수 있고, 그 곳에 나온 작물로 자체적으로 인건비·경비 등을 조달할 수 있어 생산적이란 말이죠”

또한 작목에 관한 실증실험 기간도 5년 이상, 재배면적도 대단위로 함으로써 농가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최근 한라봉 재배지도에 관해서도 일침을 놓는다.

“한라봉을 고접하면 2~3년 안에 빠른 생산과 소득을 맛이 얻을 수 있지만, 몇 해가 지나면 맛이 떨어지게 되죠. 따라서 생산과 소득기간이 4~5년 걸리더라도 묘목을 심어 제 맛을 유지하도록 권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봐요”

김 대표는 파프리카 말고도 가까운 어음리에 한라골드키위(1500평)와 만감류 레드향(1700평)을 재배하고 있다.

“사람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4~5년 전부터 골드키위를, 올해부터 만감류 재배에 손을 댔죠. 거의 날마다 세 곳을 다니고 있어요. 나무에 관심을 가질 수 있어서 나무에게 뭔가 도움을 줄 수 있죠. 그러면 돌아오는 것도 있기 마련이죠”

그래서 농가는 수확철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밭에 자주 발품을 함으로써 나무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한다.

농사는 관심과 취미를 갖고 늘 살펴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 대표이사
김 대표는 자신의 유리온실에 있는 파프리카 3만6000그루에 무작위로 샘플링을 정해 조사하면 생산량이 나온다며 농가 스스로도 모든 걸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최근 귀농·귀촌 희망자가 늘고 있지만 농사에 관심이나 취미가 없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무작정 영농을 경계한다.

“농사를 하면 시간이 자유로워요. 마음대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죠”라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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