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우리 아이의 감정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우리 아이의 감정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 김지윤
  • 승인 2012.10.22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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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전문가 김지윤 칼럼] <13>

아이가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무섭고 싫다며 소리를 지르고 버둥거립니다.
“싫어 주사 안맞아, 아프잖아, 싫어!”

주사는 맞춰야 하는데 병원에서 사람들은 쳐다보고 참으로 난감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입니다. 이럴 때 부모님의 반응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괜찮아 안아파!”
“남자가 뭐 이런 것 가지고 울어 시끄러!”
“뚝 해! 엄마가 주사 맞으면 맛있는 과자 사줄께!”
“너 이러면 다시는 아빠가 안데리고 다닌다!”
“알았어, 오늘 주사 맞지 말자!”

하지만 이 반응들은 모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뇌물을 제공해서 주사를 맞게 하거나 협박이나 위협 즉 힘을 이용해서 주사를 맞게 하거나 임시방편적으로 아동의 요구를 그냥 수용해 주는 것과 같은 것은 결국은 아동도 부모도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지고 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동의 마음을 공감해주고 아동 스스로가 이러한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대처하는 방법까지 자발적으로 모색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부모님의 바람직하지 못한 대처 유형에는 3가지 정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별거 아니야" 축소 전환형 부모

“괜찮아 아무렇지 않아 별일 아냐?” 이런 반응은 아동의 감정을 읽어주고 이해해 주기보다 빨리 달래고 주사를 맞게 하는 것이 목적이 됩니다. 그래서 아이의 감정은 별것이 아니고 축소해버리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에 급급하게 됩니다.

이런 부모에게 아이의 감정은 중요하지 않고 무시하거나 축소시키고 상황을 전환시킵니다. 이러한 부모는 감정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구분을 하게 되는데, 기쁨, 즐거움, 행복과 같은 감정은 좋은 감정이고 두려움, 화, 분노, 슬픔, 외로움은 나쁜 감정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정적 감정은 아예 인정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감정을 아이가 보이면 빨리 없애주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동은 감정을 느끼고 조절하는 것에 서툴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부모가 무시하는 감정을 느끼는 자신이 잘못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고 감정의 정체를 알 수 없어서 불안도 높게 됩니다. 축소 전환 부모 밑에서 자란 아동의 경우, 화가 나면 먹을 것으로 풀거나 쇼핑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두 번째, "그럼 안되는 거야" 억압형 부모

억압형 부모도 축소형 부모처럼 아동의 감정을 무시합니다. 슬픔, 화, 짜증 등의 감정을 나쁜 감정, 부정적인 감정으로 보는 것도 축소 전환형 부모와 닮았지만, 더욱 엄격하게 질책을 하고 그런 감정을 보일 때는 야단을 치거나 벌을 줍니다.

이러한 부모는 부정적 감정은 나쁘고, 부정적 감정을 허용하면 성격이 나빠질 것으로 생각되어 빨리 부정적 감정을 없애주고 올바른 행동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감정을 읽어주거나 이해해주기보다 협박을 하거나 화를 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동도 자아 존중감이 낮습니다. 감정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할 수도 있고, 남자아이 경우에는 공격적이거나 감정적일 수 있습니다. 또한 지나치게 억눌러 살았기 때문에 오히려 엇나기도 쉽고, 억압형 부모 밑에서 자란 남자 아동의 경우는 담배와 술을 일찍 배우거나 성에 일찍 눈을 뜨고, 청소년 비행에 가담하는 비율도 높다고 합니다.

세 번째, "그래 무서워 맞지 말자!" 방임형 부모

방임형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인정해 주고, 좋은 감정, 나쁜 감정으로 구분하지도 않고, 어떤 감정이든 허용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거나 한계를 제시하지 못합니다.

감정 조절은 행동의 한계를 인식해야 가능합니다. 자기 감정대로 얼마든지 해도 괜찮다는 허용적인 환경에서 자라면 행동의 한계를 알지 못하고 감정이 일어나는 대로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하면서도 적절한지를 알 수 없어 불안해하고 부적절해하고 대인관계를 어려워하는 사람으로 자라납니다.

그래서 자칫 왕따나 공주병, 왕자병에 빠지기 쉬워 또래 관계가 어렵고, 또래에 비해 미성숙해서 열등감을 느끼므로 자존감도 낮게 됩니다. 그럼 바람직한 부모는 어떤 모습일까요?

바로 감정 코치형 부모입니다.

감정코치형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다 받아주고 공감해주는 것은 방임형 부모랑 일치합니다. 하지만 감정 코치형 부모는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 분명히 한계를 그어줍니다. 예를 들면 처음 시작할 때, 예방주사를 맞기 싫어하는 아동의 경우 우선 아플까봐 안맞으려고 하는 아이의 두려움 마음을 알아주고 인정해 줍니다.

그러면 아이는 '아 이런 것이 나쁘거나 이상한 것이 아니구나'를 알게 되고, 부모가 자신을 이해해줌을 알게 됩니다. 그러면 아이에게는 '부모처럼 씩씩하고 훌륭한 어른이 되야지'라고 생각하고 부모에게 묻게 됩니다.

“그럼 엄마 아빠 어떻게 해야 돼요? 아빠 엄마도 무섭나요? 아빠 엄마는 무서울 때 어떻게 했어요?”라고 묻게 되고, 그럼 같이 공감해주고 같이 대안을 찾고 아이가 스스로 찾아 결정하기를 도와줍니다. 그러면 아이는 무섭거나 두려울 때 아무런 훈계나 비난 없이 어떻게 하는지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감정 코칭형 부모는 감정을 좋은 감정, 나쁜 감정으로 나누지 않습니다. 기쁨, 사랑, 즐거움의 감정도 중요하지만, 슬픔, 분노, 짜증, 놀람의 감정도 자연스러운 것으로 느끼고 왔다가 사라지는 손님이나 변화하는 날씨처럼 여깁니다.

매일 맑은 것이 좋은 것이 아니고, 바람도 불고, 비도 오고, 눈이 오는 것도 자연스럽고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감정 코칭 부모는 감정은 모두 수용해주되, 행동에는 분명한 한계를 그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쉽게 이해 할수 있는 행동의 한계는 대략 2가지 원칙을 세워 두면 좋은데, 첫째는 남에게 해로운 행동, 둘째는 자신에게 해로운 행동은 안된다고 한계를 긋는 것입니다. 아이의 안전을 위해 주사는 맞아야 하고(한계 규정), 어떻게 하면 안 무섭게 맞는지 덜 아프게 맞는지?(선택) 하는 것입니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자신이 느끼는 자신의 감정이 이상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이며 부모가 경청하고 수용해주니 자신감도 생기고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부모에게 신뢰감과 유대감이 생기게 되고, 스스로 대안을 생각하고 가장 원하는 방법을 선택해서 할 수 있으므로 아이는 자기 효능감과 자아 존중감이 높아지게 됩니다.

감정 코치형의 부모가 되어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만나고, 참된 감정이 뭔지 알며,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아이들로 키우는 것 어떨까요?

- 내아이를 위한 감정 코칭 : 존가트맨 일부 발췌

 

 

▲ 김지윤 객원필진.<미디어제주>
<프로필>
1급 정신보건전문요원
진로상담사
특별범죄예방위원 (보호관찰소)
아동행동 ․ 진술분석전문가 (제주지방경찰청)
제주 One-Stop 지원센터 운영 위원
현, 제주한라병원 임상심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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