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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옌과 무라카미 하루키, 그리고 고은
모옌과 무라카미 하루키, 그리고 고은
  • 고하나 특파원
  • 승인 2012.10.13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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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고하나의 일본 이야기] 무라카미의 기고를 통해 본 한·중·일 관계

올해도 고은과 무라카미 하루키는 노벨상 후보자로 남았다.

한국의 고은(79) 시인과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63)는 다시 한 번 노벨문학상을 놓쳤다.

일본 언론은 해마다 노벨상 선정 때만 되면 그 이름을 올리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상을 점치고 있었으나 결국 또 다른 유력한 후보였던 중국의 작가 모옌(57)에게 영광이 돌아갔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영토문제로 중국내 반일데모가 일어나는 등 중일 관계가 악화된 시점이었기에, 이번 노벨상의 유력 후보 접전을 두고 중일대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결과가 주목됐다.

노벨상을 수상한 모옌씨는 2006년 후쿠오카 아시아 문화상대상을 수상했을 때 일중관계에 대한 곡해를 예상하면서 사람으로서 이성으로 자기를 제어하고, 충돌을 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은 중국인으로서는 첫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이 중국의 민족주의 혹은 애국주의로 포장돼 정치적으로 모옌의 수상을 이용하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928일 무라카미씨가 한중일 관계를 언급하며 쓴 기고가 <아사히신문> 1면 톱으로 장식되기도 했다. 그의 글은 일본 뿐 아니라 한국·중국의 신문에도 실리며 관심을 모았었다.

국제적 인기작가인 무라카미씨의 글이 주는 영향력은 크다. 지난 9월 노벨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씨 등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과 문화인 1300명이 일본이 먼저 침략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영토문제의 악순환은 그만하자는 성명 발표를 두고 한국에서는 크게 보도됐으나 일본에서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은 찬반양론을 낳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물론 일본내의 한국과 중국에 대한 적대감정이 신문의 기고 한 편으로 바뀌지는 않지만 영향력 있는 인기작가의 기고기록으로 남아 이후에도 꾸준히 읽혀질 것임이 분명하다.

<아사히 신문>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고를 1면 톱으로 올렸다. 중국에서 일본관계 서적이 규제돼 서점에서 자취를 감추었다는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우익을 비판하는 글이라고 읽혀지기도 했다.
<아사히 신문>에 기고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동아시아 지역에 가장 기쁜 달성의 하나는, 거기에 고유의 문화권이 형성된 것이다. 나의 경험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린 거리는 길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전의 상황은 그만큼 열악했다. 얼마만큼 형편없었는가는 여기서 구체적 사실을 언급하지는 않겠으나, 최근에는 환경이 현저히 개선되었다. 지금은 동아시아 문화권의 풍부하고 안정된 시장이 착실히 성장하여 안정되어 가고 있다. 음악, 문학, 영화나 TV 프로그램이 기본적으로는 자유로이 교환되어, 많은 수의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이것은 아주 훌륭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TV 드라마 히트로, 일본인은 한국의 문화에 대해 예전보다 훨씬 더 친근감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어를 학습하는 사람들의 수도 급격히 늘었다.

내가 미국의 대학에 있을 때는 많은 한국인, 중국인 유학생이 오피스에 찾아왔다. 그들은 놀라울 정도로 열정적으로 내 책을 읽어주었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것들이 많았다. 그런 바람직한 상황이 나오도록 하기 위해 긴 시간을 들여 많은 사람들이 심혈을 기울여 온 것이다.

이번 센카쿠 문제, 혹은 독도문제가 이런 착실한 달성을 크게 파괴해버리는 일을, 한 명의 아시아 작가로서 또한 산 사람의 일본인으로서 나는 우려한다.

한국에서 상실의 시대」 「1Q84등으로 인기가 많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은 언제부터인가 젊은세대에서 하나의 유행처럼 번져 마치 최신형 스마트폰처럼 세계적으로 급속히 팔려나갔다. 그의 팬들은 또 다른 팬을 양산하고 또한 일본의 독특한 문화와 정신세계를 세계에 퍼트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설이 세계문학의 흐름에 뒤쳐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도 고은의 노벨문학상 수상 실패로 우리 문학작품의 해외 번역과 홍보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은의 <순간의 꽃> 속 시 한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무욕(無慾)만 한 탐욕(貪慾) 없습니다
그것 말고
강호 제군의
고만고만한 욕망
그것들이
이 세상과 저 세상 사이의 진리입니다 

자 건배  

<고하나 특파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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