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은 반대하는데 교육청은 왜 통폐합을 하려 하나요”
“학부모들은 반대하는데 교육청은 왜 통폐합을 하려 하나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2.09.20 16: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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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제주인] 서귀포시 신풍리에 둥지를 튼 강성분·김정규씨 부부

강성분 김성규씨 부부. 사진 왼쪽에서부터 강성분씨와 11개월 된 김수, 김정규씨, 다섯살 된 김산.
천형의 땅이던 제주도는 이젠 모두들 그리워하는 환상의 땅으로 바뀌고 있다. 누구든 오고 싶어 하는 그런 땅이다. 예전엔 밉보인 죄로 거친 풍랑을 거치며 할 수 없이 제주에 머물러야 했으나 그런 시절은 영원히 가버렸다. 아니, 스스로 유배를 선택하는 이들이 생기고 있다. 그건 제주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서귀포시 신풍리에 둥지를 튼 강성분(43) 김정규(36)씨 부부도 그런 경우다. 이들 부부는 제주도에서도 조용한 곳을 찾아 농사를 짓겠다는 신념으로 제주 땅에 눌러 앉은 지 6년째다. 제주어는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언어이지만 그들의 머리와 몸 속엔 제주인이라는 DNA가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다.

사실 제주에 온 건 더 오래됐어요. 그 때는 대정읍 구억리에 집을 얻어 살았죠. 주말에 내려왔다가 월요일 아침에 서울에 올라가곤 했죠. 그런데 서울에만 올라가면 짜증이 났어요. 제주에 완전 정착하게 된 건 그 때문이에요.”

강성분씨는 8년전 제주에 놀러왔다가 이 곳에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다진다. 거기에 친구의 한마디는 결정적이었다. 제주에 오고픈 그는 자신의 친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자 그 친구는 강씨에게 이런 말을 던졌다. “산에는 눈이 있고, 땅에는 야자수가 있는 곳은 흔치 않다.”

어릴 때부터 시골생활에 젖은 그는 절대 농사는 짓지 않는다했으나 시나브로 농부가 돼가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서울 토박이라는 김정규씨 역시 농부로 적응하는 길을 가고 있다.

강성분씨와 김정규씨. 이들 부부에겐 2400평의 농장은 소중한 자산이다. 제주에서, 그것도 도심이 아닌 농촌을 택한 건 커가는 두 아들(다섯살 김산, 11개월 김수)에게 자급자족적인 삶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였다.

강성분씨가 자신의 농장에 있는 물벽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하우스내에 흙벽을 쌓아 온도를 조절하고 있다.
영어마을로 가는 사람들도 많아요. 하지만 우리는 애들에게 농사의 중요성과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심어주기 위해 농촌을 택했어요. 농업은 못 배우고 그런 사람들이 하는 것도 아니고, 실패한 이들이 선택하는 것도 아니죠. 애들이 커서도 텃밭을 가지며 살 수 있는 삶은 얼마나 좋은가요.”

농장 주변엔 널린 게 모두 먹거리란다. 그들은 그걸 이라 표현했다. 하지만 전혀 농약이 들어가지 않는 최고의 영양식을 먹는 셈이다.

그런 그들에게 최근 답답한 일이 한가지 생겼다. 제주도교육청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에 따라 애들이 커서 들어갈 풍천초등학교가 위기를 맞았다. 내년 3월부터는 분교장으로 격하된다는 청천벽력같은 이야기였다.

분교장으로 되면 결국 폐교로 이어지게 돼 있어요. 그렇게 되면 학교살리기는 힘들어져요. 농촌의 학교가 점차 사라지면 도시인들도 좋을 게 없어요. 사람들이 전부 도시로 몰리면 어떻게 되나요. 교육청은 적정규모를 강조하는데 일률적이면 안되죠. 도시에 맞는 적정규모가 있고, 농촌에 맞는 적정규모가 있잖아요.”

제주도교육청이 주민, 아니 학부모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것도 불만이다. 풍천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최근 분교장 격하와 관련된 비밀투표를 진행했다. 22명 가운데 대다수인 19명이 통폐합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폐교 시켜달라고 한다면 모르지만 아무도 통폐합에 동의한 적이 없어요. 학부모 대다수가 반대하는데 왜 제주도교육청은 밀어붙이려 하는지 모르겠어요.”

분교장 격하만 막을 수 있다면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서 충분히 학교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공교육에 대안교육을 끌어들이면 전학을 올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하는 그들이다. 그런 사례들은 얼마든지 있다. 학생수 23명이던 강원 평창군 면온초등학교는 올해 160명으로 늘었으며, 전북 완주군의 이성초등학교도 24명에서 올해 학생수가 149명으로 증가했다. 풍천초등학교도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이들 부부는 진단한다.

그들은 핀란드 기초교육의 틀을 제시하고 있는 툴라 아순타 교수(이베스낄라대학교)교실의 고백을 통해 현실 교육의 문제점을 제시한 미국의 존 테일러 개토씨 등과도 연대할 계획을 잡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교 체제를 유지하는 게 우선이다.

도교육청은 학교가 마을의 삶과 얼마나 직결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교과부에서 시키는 것만 따르고 1등을 시키는 교육에만 관심을 두고 있어요. 자살률 1위도 경쟁사회를 만든데 원인이 있어요. 더욱이 초등학교는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해요. 언제든 걸어갈 수 있어야 해요. 평생교육을 강조하는데, 학교를 통폐합시키는 건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이들 부부는 미래의 삶의 가치를 위해 제주도에 자신들을 던졌다. 애들의 장래를 내다보고 선택한 건 작은 마을의 작은 학교다. 그들은 공교육 틀에서 다니고 싶은 학교를 만들 자신이 있다고 한다. ‘시골 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를 살리고, 정말 환상적인 곳으로 만드는 게 이들 부부의 작은 꿈이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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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jrqns 2012-09-20 22:46:55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교육청이 얼른 진정 교육청이 해야할 일을 찾길 바라네요. 그들이 해야할 일을 부모들이 하고 있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