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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량 높이고 경영비 줄이도록 늘 연구·기술 개발해야”
“생산량 높이고 경영비 줄이도록 늘 연구·기술 개발해야”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2.09.19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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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키위 재배방법 적립, 화분증량제·작업도구 등 스스로 창작·실용
‘농업이 제주미래의 희망’- FTA 위기, 기회로 극복한다 <3> 이재근씨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이미 발효됐고, 한·중FTA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화·시장 개방화시대를 맞아 1차 산업엔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기둥 축인 감귤 등 농업 역시 위기감을 떨칠 수 없다. 그러나 FTA는 제주농업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 결코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니다. 제주엔 선진농업으로 성공한 농업인, 작지만 강한 농업인인 많은 강소농(强小農)이 건재하고 있다 감귤·키위·채소 등 여러 작목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꾸준한 도전과 실험정신, 연구·개발이 낳은 결과이다. FTA위기의 시대 제주 농업의 살 길은 무엇인가. 이들을 만나 위기극복의 지혜와 제주농업의 미래비전을 찾아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감귤대채작목으로 골드키위를 재배하고 있는 이재근 대표이사는 3만2000㎡ 과원에서 연간 3억5000만~4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키위를 기능성 과일로 만들기 위한 연구·노력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당도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재배방법과 착과량을 향상하는 게 가장 기본이지요. 생산량은 늘리고 경영비는 줄이기 위한 기술개발에 늘 염두에 둬야한다고 봅니다”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와 구억리에서 골드키위를 대단위로 재배하고 있는 이재근 제주황금다래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54).

감귤 가온하우스와 한라봉을 재배하다 골드키위로 작목을 바꾼 건 2003년이었다.

감귤원을 폐원하고 대체작물을 무엇으로 할까 고심하던 이 대표이사가 당시 남제주군수실에서 뉴질랜드대사가 골드키위 품종에 관한 얘기를 듣고 여러 정보를 입수한 게 선택의 계기가 됐다.

“골드키위 수익이 한라봉의 2배, 노지감귤의 5배가 된다는 말을 듣고 놀랐죠. 특히 계약재배를 할 ‘제스프리’회사가 다국적기업이어서 처음엔 염려했지만 외국기업을 믿고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1500평(5000㎡)에 골드키위를 심었다. 이듬해엔 3000평(1만㎡)를 더 늘렸고 올해는 구억리의 비가림 감귤을 재배하던 과원(4000㎡)도 골드키위로 바꿨다.

 도내에서 새로운 소득작물로 떠오른 골드키위. 
9년이 지난 지금은 서광리 2곳과, 구억리 1곳의 과원에서 1만평에 가까운 32000㎡을 재배하고 있다.

소득을 묻는 질문에 이 대표이사는 “1년에 3억5000만원에서 4억 원 정도”라고 말한다.

이 대표이사가 이 같이 골드키위 재배를 통해 높은 소득을 올리게 된 비결은 꾸준히 기술을 연구개발해 실천하고 경영비를 줄이기 위해 스스로 독창적인 노력을 한 결과였다.

특허를 내도 될 만한 괜찮은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어 키위재배와 관련해선 뛰어난 아이디어맨이다.

한·미FTA체결과 한·중 FTA협상 등으로 농업의 위기감 속에 서부농업기술센터에서 ‘농어민개발과제’을 개발하면서 골드키위 재배방법과 착과량을 늘리는 기술도 개발했다.

이 대표이사는 먼저 가지치기 방법을 개선했다.

“골드키위 계약재배를 하고 있는 ‘제스프리’사는 예비가지만 써야 한다고 교육했죠. 하지만 재배하다보면 예비가지가 잘 나오지 않아 썼던 가지를 재활용하는 방법을 찾게 됐습니다. 그랬더니 수확량도 늘고 효율적으로 쓸 수 있더군요”

 이재근 대표이사가 자신이 개발한 숯가루 치는 기계를 다루는 방법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경영비를 줄이기 위해 골드키위 꽃가루증량제로 숯가루를 이용하는 독특한 방법을 쓰고 있다.

다른 지방에 5차례 현지답사를 한 뒤 세밀하게 조사한 뒤 숯가루 치는 기계를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농장에서 쓰는 석송자(꽃가루증량제)를 외국에서 수입하면 900만~1000만 원 가량 들지만, 이를 숯가루로 대체하면 100만 원이면 돼 800만~900만원이 절약된다고 이 대표는 전한다.

공장에서 들여오는 숯가루는 물기를 많이 머금고 있어 프라이팬에서 볶아 물기를 증발시킨 뒤 가는 200매시 체로 치면 이물질이 제거된다.

여기에 송화가루와 7대3비율로 섞은 뒤 다시 꽃가루와 15대1로 섞으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꽃가루증량제를 만들고 있다.

이 대표가 자체 개발한 수확용운반기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만든 키 높이 작업보조신발
키위를 수확할 때 열매에 생채기가 나지 않도록 만든 리어카에 베니어판을 깔고 바퀴 2개를 더 붙인 수확용 운반차도 이 대표이사의 창작품이다.

“수확할 때마다 상처과가 생겨 제가 아이디어를 제공해서 공업사에 의뢰해 수확용운반차를 만들게 됐죠. 요즘은 모든 농가에서 구입해 쓰고 있습니다. 주위에서 특허를 내라고도 하지만 농가에 도움을 주고, 함께 더불어 사는데요. 그래서 개발비는 받지 않았죠”라며 웃는다.

이 대표이사의 번득이는 아이디어는 새로운 작업보조신발 이른바 ‘키 높이신발’까지 만들어 냈다.

공사판에서 시멘트작업을 마무리할 때 쓰는 신발의 윗부분과 밑창사이에 10여cm높이의 스티로폼을 붙여 만든 것이다.

무게가 가볍고 창이 높아 질퍽한 바닥에서 움직이기에 편하고 높이 매달려 있는 나무에서 일하기에도 수월하는 등 노동력 절감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신발은 과원에서 작업을 할 때 여성들이 키가 작아 어려움과 불편을 겪는 걸 보고 착안해서 개발한 작품이다.

이 대표이사도 FTA와 관련 농산물 값이 많이 내려갈 것으로 걱정을 하면서도 나름대로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키위의 당도를 더 높이는 게 최우선입니다. 현재 16~18브릭스인 걸 최소한 19브릭스 이상 높여야 해요. 경영비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가지치기 개선과 농약을 적게 쓰는 친환경영농을 유도해 키위를 기능성 과일로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이 대표이사는 2005년 안덕면 골드키위연구회(18명)를 조직했고, 2011년엔 제주황금다래영농조합법인을 조직했고 자체적으로 패킹하우스(선과장)를 준공했다.

지금까지 영농조합법인이 생산한 골드키위는 경기도 안성에 있는 패킹하우스에서 선과함으로써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패킹하우스가 더욱 절실했다는 게 이 대표이사의 말이다.

이에 따라 회원 63농가가 출연해 터 3700평을 구입해 창고 420평을 만들고, 선과기를 5억2300만원에 구입했다. 올해 저온창고 260평을 짓고 500평은 빌려줫다.

“패킹하우스가 생김으로써 회원들은 패킹료만 물면 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게 됐죠. 특히 지사가 공약했던 지역일자리 창출효과도 있어요. 하루 평균일당 8만원을 받는 100~110명이 50일 동안 일을 하고 있어 고용효과도 있는 셈이죠.”

 깨끗한 환경과 토양을 후손에게 전해야 한다며 친환경영농을 강조하는 이재근 대표이사
이 대표이사가 있는 제주황금다래영농조합법인은 회원 63명이 올해 골드키위 1200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여기서 나오는 이익금은 조합원에게 환원된다.

현재 도내 키위재배 면적은 대략 1000㏊. 이 가운데 제스프리사와 계약재배는 160농가 110㏊라는 게 이 대표이사의 전언이다.

“제스프리사에 로열티를 주고 있지만 판로를 책임지고 있고 품질관리도 엄격해 다른 키위보다 맛과 품질이 차별화했죠. 이를 통해 키위가 감귤대체작목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제주농업의 미래는 마땅한 대안이 떠오르진 않지만 감귤이 경영비를 줄이고 규모화 있게 농사를 지어야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며“타이벡 재배 등 고품질 재배로 외국산과 차별화할 수 있도록 기능성을 부각시키고 최소 3000평(1㏊)이상 재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이사는 “‘환경과 토양을 깨끗이 해야 한다’는 신조를 갖고 있다”며“제초제를 뿌리지 않고 농약을 줄여 좋은 토양을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주홍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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