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소비자의 변화에 맞춰 새 재배기법 과감한 도입·실천을”
“소비자의 변화에 맞춰 새 재배기법 과감한 도입·실천을”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2.09.12 1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높은이랑성목이식’·‘토양피복 재배’로 고품질·고소득 노지감귤 생산
‘농업이 제주미래의 희망’- FTA 위기, 기회로 극복한다 <2> 한중섭씨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이미 발효됐고, 한·중FTA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화·시장 개방화시대를 맞아 1차 산업엔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기둥 축인 감귤 등 농업 역시 위기감을 떨칠 수 없다. 그러나 FTA는 제주농업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 결코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니다. 제주엔 선진농업으로 성공한 농업인, 작지만 강한 농업인인 많은 강소농(强小農)이 건재하고 있다 감귤·키위·채소 등 여러 작목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꾸준한 도전과 실험정신, 연구·개발이 낳은 결과이다. FTA위기의 시대 제주 농업의 살 길은 무엇인가. 이들을 만나 위기극복의 지혜와 제주농업의 미래비전을 찾아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높은이랑성목이식과 토양피복재배로 감귤재배에 새로운 도전을 한 한중섭씨.
“소비자들의 감귤에 대한 기호는 과거 맛에서 이제는 기능성과 안정성을 요구합니다. 감귤 농가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작목에 변화와 개혁을 해야 하는 건 필수입니다. 남보다 앞서 정보를 얻고 실험과 연구를 통해 과감한 판단과 실행이 필요합니다”

고교 졸업 뒤 막 바로 감귤농사에 뛰어들어 이제 35년을 감귤 밭과 함께 해온 한중섭씨(54·서귀포시 하효동317-2).

태흥리에 있는 감귤밭은 하얀 타이벡필름 위에 마치 감귤을 매달아놓은 우산대가 줄을 서 있어 여름인데도 눈 속 상록수 숲에 서있는 착각을 들게 한다.

현재 서귀포시 하효동과 남원읍 태흥리감귤원 1만2540㎡에서 노지온주 (7590㎡)와 만감류 (한라봉·천혜향 4950㎡)를 재배하며 올리는 연간 소득만 1억2000만원을 훨씬 넘는다.

노지온주에서 지난해 6000만원 소득을 올렸는데 올해는 최하 7000만원(추정), 만감류에서 5000만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한 씨가 노지감귤을 재배하면서 높은 소득을 올리는 특별한 노하우는 ‘높은이랑성목이식’과 ‘토양피복재배’(타이벡필름)를 꼽는다.

30년 이상해온 노지감귤재배에서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 새로운 방법으로 바꿨다.

높은이랑성목이식은 말 그대로 감귤밭에 높은 이랑을 만들어 자란 감귤나무(성목)을 옮겨 심어 좋은 품종과 접목시키는 방법을 말한다.

높은이랑성목이식을 하면서 이식수에 접목한 부분을 가리키는 한중섭씨
한 씨는 2009년 감귤밭에 높은 이랑을 만들어 자란 감귤나무(성목)을 옮겨 심어 이식수(유라조생)에 탱자나무의 접순을 고접 갱신해 재배를 시작했다.

탱자나무의 접순을 확보해 접목하는 건 한 씨가 처음 시도했다고 말한다.

감귤밭의 방풍수를 정비하고, 개폐형 자재와 다목적 스프링클러, 우산식지주대를 설치하고 타이벡필름을 깔았다.

이랑을 설치함으로써 물 빠짐이 좋고, 우산식지주대로 통풍과 많은 햇볕을, 타이벡 필름을 깔면서 당도를 높였다.

“높은이랑성목이식을 통해 유라조생을 재배하면 수확시기를 10월로 앞당길 수 있고, 당도도 비교적 높다는 장점이 있죠. 일반재배보다 생산량은 조금 떨어지나 해마다 착과할 수 있고, 따는 시기가 브랜드감귤이 나올 때가 아니란 점에서 경쟁력이 매우 높습니다”

타이벡필름을 이용해 6600㎡(2000평)에서 감귤을 16.8톤(상품률 82%)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씨가 높은이랑성목이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갖기까진 나름대로 노력이 필요했다.

“감귤연구소·농업기술센터 등의 교육을 통해 처음 정보를 얻었고, 인터넷 서핑 등으로 나름대로 정보를 모았습니다. 여기에다 30년 농사 노하우를 접목한 게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봐요”

높은이랑성목이식은 도내에서 2009년 처음으로 6농가가 도입을 했고, 해마다 6~7농가씩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따.

한중섭씨 감귤밭에 설치된 우산식지주대
감귤나무마다 마치 우산대에 나무가지를 끈으로 달아 놓은 것처럼 설치한 ‘우산식지주대’의 효과에 대해 한 씨는 “절대적”이라고 설명한다.

“우산식지주대에 유인끈으로 감귤가지를 달아놓으면 장점이 매우 많죠. 우선 태풍 등에 가지가 찢기는 것을 막고, 햇볕을 쬐는 부분이 많아 일조량이 풍부해져 당도가 높아집니다. 가지가 땅에 닿지 않아 통풍이 잘 돼 낙엽률이 줄고, 낙과·불량과가 줄어드는 등 생산량을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이식수에 접목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죠”

한 씨의 하우스농장에는 ‘한라봉’(750평)과 ‘천혜향’(750평)을 재배하고 있다. 부피과가 생기고 가격이 지지되지 않아 올해부터 비가림 월동 온주로 전환했다. 고접갱신과 묘목을 심어 2013년부터 수확할 계획이다.

 
한 씨는 앞으로 감귤농가가 대내외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진단한다.

우선 기상이변이 많아지고 있고, 시장개방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히 꺼야할 불씨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1993년 우루과이 라운드를 시작으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한·미FTA체결 등 시장개방화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렌지 수입으로 도내 만감류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3월 만감류 값이 예전엔 ㎏에 5000~8000원이었지만 이젠 2000원대로 떨어져 농가가 너무 힘들어하고 있어요”

게다가 앞으로 소비자들이 수입오렌지를 자주 접하다보면 입맛이 수입산에 맞게 되면 도내산 만감류 소비는 더욱 떨어질게 아니냐고 한 씨는 되묻는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한·중FTA에서 감귤을 제외품목으로 해달라는 게 농민의 바람이고 제주특별자치도도 민감품목으로 지정하겠다고 하지만 앞으로가 더욱 걱정이라는 것이다.

“예전에 중국 절강성에 간 적이 있어요. 그 곳에서 재배하는 노지감귤 당도가 12~13브릭스까지 나오더군요. 우리의 노지감귤은 10브릭스 이하와 비교가 되면서 앞으로 대응하기가 만만찮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 씨는 FTA가 염려스런 대상이지만 농가와 정부가 적절히 대응해나간다면 그나마 위안이 될 게 나오지 않겠냐는 마음이다.

“한·미 FTA체결로 국내 농산물이 10년 동안 23조원이 피해를 본다는 게 국회·정부의 말이 아닙니까. 해마다 2조3000억원 가량 피해를 감당한다는 데 농민들이 심히 걱정을 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정부가 이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보죠”

한 씨는 FTA체결로 상대적으로 이득을 보는 다른 부분의 이익을 정부차원에서 농가에 비료·농약·자재비 등 경영비에 보상을 해주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는 감귤농업의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한중섭씨
앞으로 제주농업의 미래에 대해서 한 씨는 비교적 낙관적이다.

“물론 앞으로 올 일은 불투명하지만, 제주가 청정지역이란 장점이 있지 않습니까. 이를 바탕으로 발전시키고 극복해나간다면 돌파구는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를 위해선 외국농산물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관건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저비용·고효율을 올릴 수 있는 만감류 연구와 생산이 필요하다고 봐요. 농업관련 연구기관이나 농정기관에서 필요한 시책을 개발해서 제시해야죠. 농민들도 이에 따르고 나름대로 방안을 마련하다보면 길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평소 갖고 있는 신조가 뭐냐고 묻자, “부지런함이 최고의 농사”라며 “감귤을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힘줘 말한다.

만감류 가운데 좋은 품종을 선택해 재배해보는 게 한 씨의 앞으로 계획이다.

<하주홍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