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22:34 (목)
"약사님께 물어보세요(Get the answers)"
"약사님께 물어보세요(Get the answers)"
  • 오원식
  • 승인 2012.09.07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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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오원식 약사입니다. 우리 일상에 약은 식품만큼이나 흔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약효와 복용 방법에 대해선 얼마나 꼼꼼히 따져보시는지요? 그래서 여러분이 간과하기 쉬운 약학 상식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 주변 약국의 건강지킴이로서 약에 대한 전문 지식을 편안한 상담가의 자세로 풀어놓겠습니다.”

 

2000년 7월 의약분업 이후 병원에서 처방을 받고 약국에서 약을 받는 일은 익숙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에 대한 처방전을 갖고 약국에 가면 그 처방에 맞춰 약을 받습니다. 이때 약사는 약에 대한 설명과 주의사항 등을 설명해 줍니다.

즉 ‘복약 상담’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복약 상담은 환자와 약사 모두에게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간혹 대수롭지 않게 여겨져 버리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복약 상담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자와 약사 모두가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이 상황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약국은 한가한 상황에서 환자와 복약 상담하고 그외의 인생 상담도 하는 등 국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의원이 많이 몰려있거나 종합병원 앞의 약국은 북새통이기 마련이지요? 처방전을 내고도 한참을 기다리고 나면 정신없이 바쁘게 약을 조제하고 나온 약사님이 ‘짧은’ 복약 상담을 하고는 다음 환자의 약을 조제하러 가버립니다.

또한 매번 같은 약을 먹는 만성질환자의 경우, 똑같은 복약 상담이 지겹기에 ‘다 아는데요’ 라는 한마디로 복약 상담을 끝내버리고는 합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약국에서 약을 받기는 하는데 대체 내가 무슨 약을 받고 있는지 모르겠다." 라는 말이 나오거나 또는 "약국에서는 매일 하루 세 번 식후에 복용하라는 말 말고는 무슨 말을 하는 거야?"라는 불만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약사 입장에서도 할 말이 있지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말할 시간도 없고, 복약 상담을 열심히 하려면 "다 안다" 소리 하는데 대체 어떤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거죠?"

제 생각엔 두 편의 입장이 다 맞습니다. 그리고 둘 다 개선해야 할 점이 있지요. 우선 약국의 입장에서는 조금의 시간을 더 투자해서라도 약을 받는 환자가 ‘이전에 같은 약을 복용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약이 바뀌었다면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리고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항상 미리 확인해서 불필요한 복약 상담을 피하고 정확한 복약 상담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환자의 질문을 받을 준비를 하고 그 질문에 맞는 필요한 답변을 함으로써, 기계적인 복약 상담보다는 상호적인 복약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환자의 입장에서는 특별히 급하지 않다면 복약 상담을 들을 수 있는 여유를 갖고 그 사이 내가 물어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생각하여 원하는 질문을 꼭 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본인의 약을 받는데 전화를 받거나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하는 등의 무관심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되겠죠?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Get the answers” 라는 운동이 진행이 되었습니다. 직역하자면 "답변을 들으세요", 즉 환자 본인이 복용하고 있는 약물에 대해서, 그리고 그외의 지켜야할 상황에 대해서 모르는 것을 직접 물어보고 확인하라는 것이지요. 약사의 입장에서 볼 때, 환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약사 직능과 신뢰도도 높이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1983년 일본에서도 1996년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약을 먹을 때 알아두면 좋은 다섯 가지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이 약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2. 이 약의 효능, 효과는 무엇입니까
3. 이 약의 용법, 용량등 주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입니까
4. 이 약의 부작용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5. 이 약을 복용할 때 주의해야 할 다른 약이나 음식물 등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물론 이 질문을 꼭 모두 하라는 것이나 이 질문만이 해야 할 전부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최소한 이 5가지 질문을 생각하고 내가 모르는 부분, 또는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면 좋다는 뜻입니다. 환자에게는 내가 먹는 약에 대한 알 권리가 있고 동시에 알아야할 의무도 있는 것입니다.

약을 받으면서 내가 궁금한 점을 자세히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궁금할 때 약국으로 전화를 하거나 또는 궁금한 채로 ‘아무 일 없겠지’ 하고 먹게 되는 것이지요. 아무런 일 없다면 천만 다행이겠지만 약이란 것은 천에 하나 만에 하나 지켜야 할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거나 약물 자체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게 되면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고,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가장 간단한 예로, 약을 드실 때 술을 마시면 수면 시 호흡 장애를 일으켜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약물이나, 약을 드실 때 졸음이 오는 약물인데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아 운전을 하다가 큰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이에 해당할 것입니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약은 그냥 처방된 대로 받기만 하고 하루 세 번 밥 먹고 나서 먹는 것’으로 생각하시지는 않으시겠죠?

이와 더불어 약국의 태도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주 극소수의 ‘엄청나게 바쁜’ 약국을 제외하고는 약사님들은 이러한 사항을 잘 준수하십니다. 뿐만 아니라 약에 대한 부분이 아닌 건강이나 기타 상담까지 사랑방의 주인으로서 여러 역할을 하고 있지요.

하지만 이러한 복약 상담을 게을리 하는, 또는 이러저러한 핑계로 제대로 하지 않는 약국의 경우 일반인들에게 신뢰보다는 불신을, 전문가로서의 인정보다는 단지 병원에 종속된 약을 주는 곳으로 인식되기 마련입니다.

약국의 약사 역시 환자에게 일방적인 복약 상담보다는 상호적인 복약 상담을 하려는 준비에 대한 노력이 더욱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환자 또는 일반 고객의 적극적인 질문이 가장 큰 기능을 발휘하게 되는 것입니다.

위의 사항들이 잘 지켜진 이상적인 모습을 그려본다면 약사는 환자에게 약에 대한 간단하고 기본적인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고, 환자에게 질문을 받아 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환자는 약사의 복약 상담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 본인에게 주어진 시간에 전화를 받거나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하면서 서로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사와 환자의 상호간의 신뢰는 이렇게 공동의 노력으로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환자로서 또는 환자가 아닌 건강을 생각하는 일반인으로서 건강에 대한 정확한 무료 상담이 가능한 곳은 약국이기 때문에 이를 충분히 활용하신다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내 건강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프로필>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졸업
중앙대학교 대학원 졸업(면역학 전공)
전 대원제약 주식회사 연구원

전 제주도약사회 상임이사
현 대한약사회 홍보위원
약사공론 시사펀치 객원필진(2009년~2012년 현재)
메디칼약국 약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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