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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관련 여론 호도로만 일관하는 제주도정
제주해군기지 관련 여론 호도로만 일관하는 제주도정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2.08.2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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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변호사 자문 결과 일부만 공개 파문 … ‘이름만 민군복합항’ 뒤늦게 인정

제주해군기지 관련 현안을 다룬 제주도의회 원포인트 임시회에서 제기된 공사정지 청문 자문 결과에 대해 제주도가 의도적으로 일부 자료를 누락한 채 공개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발단은 지난 21일 열린 임시회 도정질문에서 강경식 의원이 청문에 따른 자문 결과를 공개하면서 비롯됐다.

강경식 의원이 우근민 지사에게 “변호사들의 자문 결과 5대4로 공사정지 처분이 위법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왜 처분을 내리지 않느냐”고 추궁했고, 이에 우근민 지사가 “자문 변호사들의 이름을 빼고 몇 명이 참여했고 어떤 의견들을 냈는지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답변하면서 자료가 공개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튿날인 22일 도가 공개한 자료에는 강 의원이 문제를 제기했던 내용은 빠져 있었다.

제주도가 도의회 의원들과 언론에 제공한 자료에서는 제주도가 공사정지 처분을 내리고자 하는 3가지 사항에 대해 각각 4대5, 2대7, 3대6으로 공사정지 처분이 부적법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제주도가 변호사들에게 추가로 자문을 요청했던 ‘도지사의 행정처분에 대해 주무 장관이 시정명령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문 결과는 강 의원이 도정질문에서 지적했던대로 5대4로 시정명령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의견이 많았음에도 이 자료는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도정질문에서 해당 의원이 질의한 내용에 대한 자문 결과는 쏙 뺀 채 공사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이 위법하다는 부분만 부각시킨 자문 결과만 공개한 것이었다.

결국 22일 배포된 자료를 기사화한 대부분의 언론들은 제주도가 공사정지 처분을 내릴 정도로 해군의 위법 사실이 중대하지 않은 것처럼 보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도의 ‘언론 플레이’에 놀아난 셈이 됐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다시 23일 해명자료를 내고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에 대한 적법성 여부와는 별개의 항목이기 때문에 자문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었고 결코 사실을 왜곡하거나 진실을 감추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파문 진화에 나섰다.

도가 공사정지 처분을 내릴 경우 주무 장관인 국토해양부 장관이 이를 취소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은 청문이 시작되기 전부터 논란이 불거진 사안이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 변호사들의 자문을 구했다면 당연히 다른 자문 결과와 함께 공개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제주도는 의도적으로 이를 누락시켰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더구나 해당 자료를 제공하게 된 배경이 도의회 도정질문에서 강 의원의 공식 질의에 대한 답변자료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강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 아닌 것처럼 다수의 언론에 보도된 책임은 면하기 어렵게 됐다.

공교롭게도 23일 제주도는 지난 21일 임시회에서 박희수 의장이 “민군복합항이라고 하면 민간의 어떤 배든지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하고 군사시설에 대해 군인들이 알아서 통제하는 게 돼야 하는데 단지 크루즈선이 1년에 몇차례 왔다갔다 하는 게 무슨 민군복합항이냐”고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크루즈항) 건설 경위’, ‘크루즈 선박 이외에는 민간선박이 못 들어가는 이유’ 등 자료를 발표, 뒤늦게 수습에 나서고 있다.

이 자료를 통해 제주도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에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정책이 조정되고 추진되는 과정에서 모든 관련 근거에 당초부터 일반 어선이나 상선 등이 아닌 크루즈선에 한정돼 이용하는 항구로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상선 등 선박은 안보 측면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으로 인해 당초부러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강정마을 주민들이나 시민단체들이 줄기차게 지적해 왔던대로 ‘무늬만 민군복합항’임을 제주도 스스로 이제서야 인정한 셈이다.

‘민군복합항’이라는 그럴 듯한 포장으로 더 이상 여론을 호도할 수 없게 된 우근민 제주도정에게 묻는다.

“강정마을 주민들도 제주도에 세금을 내고 있는 제주도민”이라면서 울부짖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모습이 진정 보이지 않는가?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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