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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자도하면 떠오를 꽃피는 섬 꾸미는 게 꿈”
“추자도하면 떠오를 꽃피는 섬 꾸미는 게 꿈”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2.06.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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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열전](32)절물휴양림 거쳐 추자도까지 조경 설계…고재철 제주시 추자면 주무관

 추자도를 꽃피는 섬으로 꾸미고 싶다는 고재철 주무관. 
“꽃과 나무는 늘 봐도 싫증이 나지 않고, 늘 이유 없이 끌립니다. 책을 봐도 조경 쪽으로 관심이 가게 됩니다. 자연에 친근감을 느끼는 건 타고 난 천성인가 보죠”

추자면 영흥리 자투리땅에 꽃 작업을 마치고 들어오며 땀을 훔치는 고재철 추자면 주무관(44·사계절 꽃피는 거리조성 담당)은 계면쩍은 듯 웃는다.

공무원사회에서 그는 절물자연휴양림에 근무할 때부터 이미 ‘조경의 대가’(?)로 이름을 날렸다.

고 주무관은 “처음 절물자연휴양림을 조성할 때부터 관여하면서 조경 자원을 자생식물·자연석 등 모두 휴양림 자체에서 조달, 자연 그대로 꾸미려고 고심했고 이뤄냈다”고 회고한다.

“휴양림은 거의 모두 제 손을 댄 셈인데요. 당시는 정말 지칠 줄 모르고 열심히 했던 게 여태껏 가장 큰 보람으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지금의 절물자연휴양림엔 그의 열정과 뚝심, 근면이 많이 배어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게 그와 같이 근무했던 동료의 귀띔이다.

 고 주무관은 절물자연휴양림에서 부터 추자도 사계절꽃피는 섬 조성까지 조경디자이너와 개척자로 나섰다.
지난 1997년 제주시 공원녹지과에서 공직에 몸을 담은 고 주무관은 절물휴양림, 동부보건소를 거쳐 지난해 추자면에 올 때까지 산림보호, 환경조성 업무를 맡아왔다.

“제주도 최북단인 추자도에 처음 왔을 때 ‘섬 곳곳의 자투리 공간을 이용해 꽃을 심어야겠다’는 느낌이 박혔다”는 고 주무관은 날마다 아침 출근하면 하는 게 매립장에 꽃을 심는 일이었다.

“이곳에선 염해를 고려해 바다환경에 알맞은 식물이어야 하기 때문에 송엽구,해국, 상록패랭이, 갯방풍, 털머위 등 수종 선택이 힘들었죠. 게다가 각 마을마다 자투리 공간은 흙을 며칠 놔두면 마치 콘크리트처럼 딱딱해져 꽃을 심기 어렵습니다”

고 주무관은 추자섬 길이 형편없어 폐타이어에 꽃을 심었던 걸 모두 정리해 보기 좋게 꽃으로 장식했던 게 보람이었고, 지난해 ‘사계절 꽃피는 거리 조성’평가에서 추자도가 우수상을 받은 게 기억에 남는다고 전하다.

추자도에서 고 주무관은 ‘추자를 꽃으로 장식하는 디자이너’라는 별명이 붙었고, 주민들이 그를 보면 ‘꽃 주사’‘나무 주사’라고 부른다.

고 주무관은 “꽃을 심은 다음 날은 비가 와서 늘 희한하게 생각합니다. 지난번 시청 녹지과에서 ‘베리골드’1만 본 갖고 와 꽃을 심자마자 다음날 비가 와 꽃과 인연이 깊다고 느꼈죠”

 추자도 곳곳의 자투리땅을 꽃으로 장식하기 위해 늘 고심하는 고 주무관.
꽃을 심는 작업을 하다보면 겪는 어려움도 꽤 많다.

우선 토질상태가 나빠 이를 개선하려해도 장비가 턱없이 부족해 대규모 꽃 조성에 힘들고, 꽃을 구하기 위해선 주말을 이용해 본섬에 가서 구해 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예산이 적은 것도 풀어야할 과제다. 꽃 구입예산이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긴 했으나 꽃 한 송이에 400~1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모자라기만 하다.

고 주무관은 꽃 심는 일 이외에도 공중간이화장실 22곳을 관리하고 있다.

섬에 처음 왔을 때 상당히 더러웠지만 이젠 깨끗해져 화장실협회에서 관리를 잘 했다는 칭찬을 들을 정도라고 그는 전한다.

고 주무관이 추자지역에서 근무하다보니 눈에 거슬리는 일도 있다.

“6개리 주민들이 동네 앞만이라도 스스로 청소하고, 가꿔가면 좋겠습니다. 주민들뿐만 아니라 낚시꾼 가운데도 쓰레기 분리수거 개념이 없어 민박집이나 길거리를 더럽히고 있죠”

“위·아래·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공무원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봐요. 모든 일을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요”

추진력 있고, 자기 소신껏 최선을 다하는 공무원이 고 주무관이 닮고 싶은 이상이다.

고 주무관의 가족들은 현재 부모와 함께 조천읍 와흘리에 살고 있다. 주말에 날씨가 나빠져 한 달이 넘도록 집에 가지 못할 때가 안타깝지만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는게 작은 바람이다.

“도내에서 김녕 하면 ‘수국’, 한림 하면 ‘선인장’이 떠오르듯이 앞으로 추자도하면 굴비만 연상할 게 아니라 지역특색에 맞는 수종을 택해 ‘추자하면 그 꽃’이라고 할 수 있어야 하죠. 그 꽃으로 추자만이 특색 있는 꽃피는 섬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하주홍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추자도에서 '꽃 주사''나무 주사'로 불리는 고 주문관은 자신이 가꾼 꽃밭을 돌보기에도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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