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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도보도 못한 ‘유회(流會)’, ‘끝장토론’ 마다하지 말기를”
“듣도보도 못한 ‘유회(流會)’, ‘끝장토론’ 마다하지 말기를”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2.06.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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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한국공항(주) 지하수 증산 동의안 논의에서 드러난 제주도의회 토론문화 유감

‘유회(流會)’.

지난 20일, 제295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회기 중에 흔치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환경도시위원회 회의 도중 동의안 처리를 위해 의원들간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면서 정회를 선언했지만 좀처럼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채 의원들의 불참으로 성원이 되지 않아 회의가 다시 열리지 못한 것이다.

결국 이날 회의는 정식으로 산회를 선포한 것이 아니어서 정회를 선언한 채로 안건 심의가 진행중인 상태로 남게 됐다. 이를 일컬어 ‘유회(流會)’라고 표현한다는 것이었다. 의원들이 다시 회의 날짜를 잡아 회의가 소집될 때까지는 계속 안건이 논의중인 상태로 남게 된다.

의원들이 의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안건은 한국공항(주)이 신청한 지하수 증산 동의안이다. 정확히 제출한 안건 명칭을 그대로 쓰면 ‘한국공항(주) 지하수개발·이용시설 변경허가 동의안’이다.

의원들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 문제에 도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공항(주)측은 당초 먹는샘물 취수량이 1993년 11월 허가 당시 한 달에 6075톤이었다가 1996년 5월 3000톤으로 조정된 것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16년동안 하루 100톤의 취수량으로 그룹 내부 수요를 충족시켜 왔지만 최근 급격한 항공수요 증가로 한계에 도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증산을 반대하는 논리는 제주특별자치도법의 이념에 분명히 ‘공공자원’임이 명시돼 있는 지하수를 사기업의 국내 시판에 이용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찬반을 떠나 의원들이 입장이 갈려 쉽게 조율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날 회의가 거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유회(流會)’ 상태로 남게 된 것은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후 5시30분께 의견 조율을 위해 정회를 선언한 뒤 의견이 맞지 않자 9시께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결국 성원이 되지 않아 회의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요즘 정치권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끝장 토론’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문자 그대로 “결론이 날 때까지 토론해 보자”는 의미인 것 같다.

시종일관 소신껏 자신의 논리를 지키려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의견도 들어가면서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찾아나가는 성숙한 토론문화를 바란다고 하면 지나친 기대일까.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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