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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지른 듯한 절벽, 암반 위에 서서 엉켜있는 연리목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암반 위에 서서 엉켜있는 연리목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2.06.08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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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하천 엿보기] <4> 올라갈수록 깊어지는 계곡, “드디어 분기점에 다다르다”

계곡을 따라 한라산 정상 방면으로 올라갈수록 골짜기가 점점 더 깊어진다.

광령천 계곡의 거대한 암반 지형이 공동조사단 일행의 발길을 붙잡는다.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한다.

# 아슬아슬하게 절벽 기어오르는 ‘고난의 행군’의 연속

지난 5월 30일, 제주도내 4개 박물관 공동학술조사 팀이 1100도로를 잇는 제2광령교에서 다시 한라산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정상을 향해 올라갈수록 골짜기는 더욱 깊어진다. 비가 온 지 며칠이 지난 후여서 계곡의 물도 많이 말라 있다. 지난 두차례의 탐사 때에 비해 비교적 경사는 완만한 편이지만, 역시 계곡 탐사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제2광령교에서 천아오름 수원지 인근 계곡까지 3㎞ 구간을 이동하는 동안 커다란 절벽을 이룬 소(沼)를 세차례 이상 맞닥뜨려야 했다.

광령천 계곡 탐사 도중 수차례 맞닥뜨리게 되는 거대한 소(沼)의 모습.

공동조사단 일행이 절벽을 기어오르며 탐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사단 일행이 밧줄을 잡고 아슬아슬하게 절벽을 오르고 있다.

밧줄을 잡고 절벽을 기어오르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다시 계곡 양쪽으로 다시 절벽을 타야 하는 ‘고난의 행군’의 연속이었다.

이처럼 거대한 소가 곳곳에 나타나지만 정작 이들 소에는 이름이 붙어있지 않다. 무수천 다리에서부터 지난 탐사 때 소개된 진달래소까지는 여러 이름의 소가 등장하지만, 이날 탐사에서 맞닥뜨린 곳도 규모면에서 진달래소에 못지 않는데도 아예 이름이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진작가 강정효씨는 “아무래도 사람들의 접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예로부터 사람들의 왕래가 많았던 탐라계곡의 방선문의 경우 곳곳에 마애명이 새겨져 있지만, 이곳 광령천 계곡에서 마애명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도 같은 이유라는 것이다.

# 바위 위에 뿌리내린 채 엉킨 연리목, “우리 사랑하게 해주세요”

조사단 일행에서 떨어져 계곡의 양쪽 절벽을 유심히 살펴보던 한라산연구소의 김대신 연구사가 길쭉한 전정가위를 쭉 뻗어 나뭇가지를 채집했다.

이 일대에서는 보기 드문 상록활엽수다. 후박나무다. 납읍 금산공원 같은 저지대 곶자왈에서와 달리 나무가 그다지 크지는 않다.

김대신 연구사가 후박나무 가지를 채집하고 있다.

종전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고란초가 바위에 붙은 채로 싱싱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김대신 연구사는 “지금 이 곳이 해발 650~700m 정도 된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후박나무가 발견되는 것도 드문 경우”라고 설명했다.

종전 멸종위기식물이었다가 해제된 고란초도 바위에서 발견됐다. 제주도 계곡 식생의 특성을 보여주는 종이다.

각기 다른 바위에 뿌리를 내린 나무 두 그루가 엉켜붙은 연리목의 모습.

밧줄을 길게 늘어뜨리고 계곡의 동쪽 절벽을 오르던 중 희한한 형태의 연리목이 눈에 띄었다. 각기 다른 암반 위에 뿌리를 내린 산벚나무와 졸참나무가 엉켜 있는 모습이 가파른 절벽을 오르는 중에도 조사단 일행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 어리목에서, 불레오름에서 구불구불 이어져온 계곡의 흐름

드디어 두 줄기 계곡이 광령천 계곡으로 합쳐지는 지점에 도착했다. 천아오름 수원지가 있는 곳이다.

멀리 산자락을 보니 불레오름에서 이어진 계곡과 어리목으로 이어지는 계곡의 흐름이 한 눈에 보인다.

전체 공동조사팀이 한꺼번에 광령천 계곡 탐사를 진행하는 것도 이제 몇차례 남지 않았다. 광령천의 여러 발원지 중 한 곳인 백록담까지 살펴본 뒤에는 각 분야별로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조사단 일행들에게 속살을 보여준 광령천 계곡. 이제 우리 제주 선조들의 이야기들을 얼마나 들려주게 될까.

볼레오름에서 광령천 계곡으로 이어지고 있는 골짜기의 모습.

광령천 계곡에서 어리목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는 골짜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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