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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빚어낸 최고의 걸작, 바위에 새겨진 관음보살상
자연이 빚어낸 최고의 걸작, 바위에 새겨진 관음보살상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2.05.2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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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하천 엿보기] <3> 제7경 ‘진소’ 지나 관음보살의 은은한 미소를 마주치다

지난 5월 17의 광령천 탐사는 여러 가지로 뜻깊은 탐사였다.

조선후기 한학자인 김영호가 ‘무수천 8경가’에서 노래한 광령 8경 중 4곳을 모두 찾아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또 광령천 계곡을 따라 내려왔던 4월 26일의 탐사 경로와 달리, 이날은 계곡을 따라 오르는 탐사 길이어서 마치 암벽등반을 하는 듯한 아슬아슬한 상황도 자주 맞닥뜨리게 됐다.

# 광령 8경 중 한 곳 진소, 아이들 물놀이하기에 ‘안성맞춤’

광령8경 중 제7경 '진소'. 길쭉한 형태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광령8경 중 선계(仙界)와 속계(俗界)의 경계라는 제6경 우선문(遇仙門)을 지나 다음 맞닥뜨린 제7경은 ‘진소’라는 곳이다. ‘장소도(長沼道)’라고도 불린다.

마치 인공적으로 만들어놓은 듯한 길쭉한 홈 모양이다. 길이가 족히 70m 이상 됨직한 길쭉한 모양의 소(沼)다. 마침 며칠 전 내린 비 덕분에 깨끗한 물이 적당하게 고여 있다.

상류 쪽은 수심이 깊지만 하류 쪽은 허리 정도의 깊이여서 여름에 아이들의 물놀이 장소로 적당할 것 같은 곳이다.

포충망을 들고 온 민속자연사박물관의 정세호 박사가 물가에 가만히 서서 노려보더니 단 한 번에 검은 빛깔의 우아한 날갯짓으로 수면 위를 날아가는 나비 한 마리를 채집하는 데 성공한다.

긴꼬리제비나비다. 호랑나비과에 속하는 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5월부터 9월 사이에 출현한다고 한다.

# 계곡 동쪽 절벽에 선명하게 새겨진 관음보살상의 옆 모습에 ‘탄성’

광령천 계곡에서 마주한 관음보살상의 옆 모습. 자연이 빚어낸 최고의 걸작품에서 눈을 떼기가 쉽지 않다.

진소를 지나 앞서가던 김완병 박사가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조사단 일행을 불러세우고. 계곡 왼쪽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가만히 살펴보니 은은한 미소를 띤 관음보살의 얼굴 옆 모습이 계곡 절벽에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앞으로 지나가 정면의 모습을 보려 하면 그 모습이 아니었다. 하지만 30~45도 각도로 비스듬히 서서 보이는 모습이 영락없는 관음보살상이었다.

천년을 넘게 기다려 세속의 인간들에게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일까. 하지만 광령천의 관음보살상은 그렇게 인간들이 자신을 발견할 것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모습이다.

자연이 빚어낸 최고의 걸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누군가가 김완병 박사에게 어떻게 그걸 찾을 수 있었느냐고 묻자 그 대답이 또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불심이 가득한 사람의 눈에 보인 것이겠지요.”

# 다양한 계곡 식생과 새소리가 함께 어우러지는 계곡

다시 제8경인 천조암(泉照岩)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다보니 밧줄을 걸고도 도저히 올라갈 수 없는 절벽을 맞닥뜨리게 됐다.

하는 수 없이 다시 계곡을 벗어났다가 들어오기로 하고 계곡의 서쪽 절벽을 기어오르다시피 해서 올라갔다. 힘겹게 계곡을 타고 오르니 노란 꽃망울을 터뜨린 금란초 군락이 조사단 일행을 반긴다.

계곡을 잠시 벗어나기로 하고 서쪽 절벽을 타고 오르던 중 발견한 금란초 군락.

잠시 계곡을 벗어났다가 다시 계곡으로 내려가는 중에는 숟갈일엽 군락이 눈에 띄기도 했다.

5월인데도 마치 초여름처럼 따가운 햇살이 비치는 날씨다. 계곡의 그늘을 따라 걷는 동안 휘파람새며 직박구리, 동박새, 뻐꾸기 등의 새소리가 들리는 중에 간간이 삼광조가 지저귀는 소리도 들린다.

오름 산행 등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고된 탐사 코스였지만, 독특한 계곡의 풍광과 다양한 식생이 조사단 일행의 피로를 잊게 해준 하루 일정의 탐사였다.

광령천 계곡과 어우러진 물 빛깔이 속이 투명하게 비칠 정도로 깨끗하다.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의 정세호 박사가 먼지벌레를 채집하고 있다.

가파른 지형 때문에 공동조사단 일행이 로프를 이용해 힘겹게 바위를 오르면서 광령천 계곡 탐사를 이어가고 있다.

광령천 계곡의 물 속에 비친 계곡 주변의 풍경이 이채롭다.

광령천 계곡 주변의 절묘한 풍경이 조사단 일행의 발걸음을 수시로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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