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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조작사건 강희철씨, '진실의 문 20년만에 열렸다'
간첩조작사건 강희철씨, '진실의 문 20년만에 열렸다'
  • 문상식 기자
  • 승인 2006.06.14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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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제주지법 최종심, 강희철씨 재심청구관련 개시결정
재심 개시결정으로 간첩조작사건 원점서 다시 재판 진행

6.15 공동선언 6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9시30분 제주지방법원 법정.

우리나라 대표적인 간첩조작사건 중 하나로 명명되는 제주출신 강희철씨에 대한 제주지법의 최종심(재심)이 열렸다.

마침내 재판부의 결정이 내려졌다. 재심 개시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요지다.

굳게 닫혀 있었던 진실의 문이 20년만에 열리는 순간이었다.

20년간 묻어왔던 사건의 진실이 규명될 수 있는 문을 활짝 열어제친 것이다.

강희철씨는 물론 강씨의 인권을 회복시키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많은 이들은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재판부(재판장 고충정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201호 법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간첩조작된 강희철씨의 재심청구 선고 결정을 통해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수사과정에서 불법사실이 인정된다"며  재심개시결정을 내렸다.

 재심결정으로 그동안 간첩혐의로 오랜 옥살이를 했던 강씨에 대한 간첩조작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1심 재판이 진행된다.

#분단의 질곡에서 처참하게 유린된 인권 보호 의미

이번 법원의 결정은 분단의 질곡에서 처참하게 유린된 한 젊은이의 인권을, 파괴된 인간의 존엄성을 재심을 통해 보호하고 존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돼 그 의미를 더욱 크게 했다.

이러한 재판부의 결정 이면에는 그동안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해온 인권변호사 최병모 전 민변 회장 등 변호인단과, '이장형.강희철과 함께하는 사람들', 천주교 신부단 등의 많은 노력이 숨어있었다.

또한 개인의 명예회복 차원이 아니라 분단의 질곡에서 역사청산의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며 끈질긴 명예회복 요구를 해온 강희철씨 본인의 노력 또한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장형.강희철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진희종씨는 "재심 개시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숱한 어려움과 인권단체 등의 많은 노력도 높게 평가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검찰과 법원의 진취적인 자세를 높게 사고 싶다"고 말했다.

# "오늘의 결정은 사건의 완벽한 진실을 규명하는 출발점"

강희철씨와 '이장형.강형철과 함께하는 사람들'은  최종심이 끝난 직후인 오전 10시께 제주지법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지난 2005년 9월 5일에 접수한 국가보안법에 의한 희생자 강희철씨의 재심청구건에 대한 제주지방법원의 '재심개시결정'을 환영한다"며 "이는 어두운 역사의 한 부분을 담당해 왔던 사법부가 과거의 인권유린에 대해 '결자해지'의 모습을 보여준 용기있는 결단"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어 "그러나 당시 사건 관계자들의 책임회피식 전술과 고문사실에 대해 철저히 부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며 "우리는 이 자리를 빌어 앞으로 있을 재심과정에서 당시 사건관계자들의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또다른 강희철'들은 아직 하소연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우리는 이들이 국가의 '특별한 조치'에 의해 법적지위의 회복과 실질적인 보상조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아울러 같은 시기에 재심을 청구한 이장형씨 사건에 대해 심리조차 시작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조속한 시일에 강희철씨와 같은 결과를 내 오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늘의 결정이 사건의 완벽한 진실을 규명하는 출발점임을 확인한다"며 "우리는 앞으로의 재심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위한 검찰과 사법부의 노력이 지속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간첩으로 조작되어진 사람들의 억울함이 재심 등을 통해 법적으로 간첩이 아니었음을 확인해야 하며, 잃어버린 세월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조치 등이 실현되어야 한다"며 "우리는 강희철씨 사건이 이러한 것을 증명하는 사례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역설했다.

 

#85일간 불법구금돼 고문조사 끝에 간첩협의 무기징역 선고

그런데 강희철씨는 지난 1986년 4월 제주도경에 연행돼 85일간 불법구금돼 6일간 음식물 섭취를 못하게 하거나 구타와 물고문 등 강압조사를 받았다.

강씨는 체포된 지 132일만에 제주도내 관공서와 주요기관, 학교 등의 위치를 북한에 알렸다는 간첩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구속됐다.

1986년 12월4일 제주지법은 강씨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987년 9월8일 대법원에서 형이 그대로 확정돼 13년간 복역하다 1998년 8.15특사로 가석방돼 8년째 보호감찰을 받고 있다.

다음은 강희철씨와의 일문일답.

#지금의 심정은 어떠한가

1986년 4월 28일 연행된 후 만 21년이 지났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오늘 재심 결정이 있을 때까지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사법부에서 (간첩혐의로 구속된) 더 많은 분들에게 재심이 내려질 수 있는 틀이 마련됐으면 한다.

앞으로 재심 들어가는데 사건 관계자들이게 더 많은 진실을 요구하도록 할 것이다.

#당시 가혹행위를 한 수사관들에 대해 어떠한 생각이 드는가

모든 수사관이 그런 것은 아니다. 한편 좋은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공무원 신분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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