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우근민 지사님께
지난 2월, 이 인터넷 신문 지면을 통해 한 차례 편지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해외출장중이셔서 직접 편지를 읽지 못하셨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오늘 이 편지는 읽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이렇게 편지 형식을 빌어 신문에다 글을 쓰는 저를 보고 ‘기자가 너무 감성적으로 글을 쓰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솔직히 저는 강정, 제주해군기지 얘기를 쓰려면 지나치게 감성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우근민 지사님. 제주도가 해군기지 공사정지 명령 처분 예고에 따른 청문 절차를 끝낸 지 벌써 한 달이 다 돼갑니다. 마침 오늘(10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하셨더군요. 공사정지 명령을 내릴 것인지 여부에 대한 결단이 늦어지는 데 대한 비판 여론에 한 말씀 하실 수밖에 없었겠지요.
아니나 다를까. 짐작했던대로 지사님께서는 공사정지 명령 여부에 대해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밝히는 것은 경솔하다”며 또 입장 발표를 미루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사님이 오늘 “다른 지역에 비해 너무 예민하게 굴면 제주도만 모난 것 같은 인식을 받게 돼 일하는 데 어렵고 주민 갈등만 빚어진다”고 하신 말씀에 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너무 예민하게 군다는 생각을 하고 계셨다니, 제주도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할 얘기인가요? 결국 오늘 지사님의 이 말씀으로, 애초에 지사님께서는 공사정지 명령을 내릴 생각이 없다는 속내를 다 드러낸 셈입니다.
구럼비 바위가 다 깨져나가는 동안에도, 강정 주민들이, 많은 평화활동가들이 연행되고 구속되고 수감되는 동안에도 지사님은 오직 “15만톤 크루즈선 2척의 자유로운 입출항”만 주문처럼 외우고 계셨던 것이지요.
하지만 지사님! 제주도민들은 청문 결과 서류를 들고 중앙정부와 흥정하는 지사님의 모습을 결코 원하지 않습니다. 제주도 행정의 최고 책임자라면 당연히 절차에 따라 주어진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는 당당한 모습이어야 합니다.
지사님이 오늘 오후 기자회견을 하기 전, 전주에서 오신 목사님 네 분이 제주도청 앞에서 기도회를 마치고 도청을 방문해 전달한 서한문을 보고받으셨는지요.
그 분들 중 한 목사님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박원순 서울시장과 지사님을 비교하면서 “박원순 시장이었으면 이렇게 질질 끌지도 않았을 거야” 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제가 첫 번째 편지를 쓸 때, 제주도민의 자존심을 지켜주십사 하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오늘도 제주도민의 자존심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왜냐구요? 지사님은 중앙정부에서 임명한 지사가 아닌, 제주특별자치도민의 손으로 직접 뽑은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이기 때문입니다.
2012년 5월 10일
미디어제주 정치팀장 홍석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