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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일대로 꼬인 제주해군기지, 19대 국회가 풀 수 있을까?
꼬일대로 꼬인 제주해군기지, 19대 국회가 풀 수 있을까?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2.05.0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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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제주도-국회의원 당선자들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 … “우선 공사중지 명령부터”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다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강정 해군기지 전면 수역을 무역항으로 지정하기에 앞서 국방부가 지난 4월 25일자로 먼저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설정하기 위한 법령을 입법예고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방부는 국토해양부에 앞서 먼저 관련 법령을 입법예고해놓고도 국토부의 무역항 지정을 위한 입법예고 발표가 나온 뒤에야 지난 4일 입법예고 사실을 포함한 공식 입장을 슬그머니 발표하는 ‘꼼수’를 선보이기까지 하고 있다.

# 먼저 입법예고해놓고 나중에 슬그머니 공식 입장 내놓은 국방부

국방부는 해당 자료를 통해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면, 제주 민·군복합항의 수역은 기동전단 전력을 수용할 수 있는 작전기지로서의 기능과 크루즈 선박의 입·출항을 보장할 수 있도록 군사보호구역과 무역항계로 중복 지정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국방부는 이 자료의 앞 부분에서 “일부 언론에서 제주 민·군복합항 일부 수역이 무역항으로 지정되면서 크루즈 선박의 입·출항과 관련된 방파제, 항내 구역, 항로 등이 군사시설 보호구역에서 제외된다고 보도하였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국방부의 입장은 민군 복합항 내에 무역항 수역과 군사시설 수역을 따로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수역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형태를 구상하고 있는 셈이다.

강정마을회 등이 “기존 무역항으로 지정돼 있던 서귀포항에 제주해군기지를 끼워놓고 나서 제주해군기지는 차후 군사 전용기지로 지정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며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용어 자체가 존재할 수 없는 희대의 사기극에 불과하다”고 강력 비난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 국방부, 무역항·군사보호구역 중복 지정 방침 … 결국 ‘무늬만’ 민군복합항

결국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롯한 제주도민 뿐만 아니라 우근민 제주도정, 그리고 지역 국회의원들을 포함한 정치권 모두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현란한 수식어에 놀아난 셈이 됐다.

이같은 국방부의 구상대로라면 시뮬레이션 검증이 무슨 필요가 있으며, 무역항 지정은 또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 다시 봉착하게 된다.

국방부가 입법예고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시행령(안)의 내용을 보면 국방부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제8조의2(크루즈선의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입․출항 보장) 관할부대장 등은 법 제9조 제1항 제1호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구역 또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중 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155조의2제1항의 관광미항을 의미한다)의 출입허가와 관련하여 ‘해운법’의 순항 여객운송사업이나 복합 해상여객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하고 ‘관광진흥법’에 따라 크루즈업을 목적으로 승인·등록된 선박 중 관할부대장 등이 지정하는 선박(승객, 승무원을 포함한다)의 입·출항을 최대한 보장하여야 한다.

이 내용대로라면 결국 크루즈선을 포함한 민간 선박의 입․출항은 관할 부대장의 통제를 받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무늬만’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지난 5일 열린 제주지역 국회의원 당선자들과 우근민 지사가 자리를 함께 한 간담회 자리에서도 심각하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19대 국회의원 당선자 초청 간담회가 지난 5일 열렸다. 이 자리에서 당선자들은 우 지사에게 공사중지 명령을 조속히 내릴 것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 제주지역 국회의원 당선자들 “공사중지 명령부터” … 특위 구성․예산삭감 등 강경방침 천명

<미디어제주>가 회의에 참석했던 복수의 국회의원 당선자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날 당선자들이 얘기한 주요내용은 3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우선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먼저 공사가 중단돼야 하는 만큼 제주도지사의 공사중지 명령이 내려져야 한다며 강력하게 우 지사를 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들 4명의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19대 국회가 개원되는 즉시 여야 동수로 국회 내 특별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여기에다 현재 국방부와 해군에 의해 추진되는 방향대로 계속해서 해군기지 공사가 강행된다면 내년도 해군기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강경한 방침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중요한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이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몸싸움 방지법’이 통과되면서 핵심 쟁점 법안의 단독 처리 기준이 기존의 과반에서 5분의3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결국 내년 예산 심의 과정에서도 민주당의 목소리가 그만큼 커지게 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19대 국회가 문을 열기 전에 ‘무늬만’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 아닌 제대로 된 방향을 잡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날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제주도에 요구한 대로 제주도가 공사중지 명령을 통해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데 더욱 여론의 무게가 실리고 있다.

19대 국회가 개원돼 원 구성을 마치고 본격 가동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제주도가 그 전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려야 하는 이유와 명분이 더욱 분명해진 셈이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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