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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정, 여당 대권 유력주자 방문에 “벌써 쫄았나?”
제주도정, 여당 대권 유력주자 방문에 “벌써 쫄았나?”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2.05.0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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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모처럼 제주 찾은 박근혜 위원장 앞에서 신공항․4.3 문제 한 마디도 못 꺼내

1일 오후 제주도청 2층 회의실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행상황에 대한 간담회가 열렸다.

5월을 여는 첫날, 여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주를 다녀갔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이날 제주에 머문 시간은 5시간. 하지만 제주에 머문 동안 박 위원장의 입에서 나온 얘기라고는 제주해군기지와 관련한 발언 외에는 전혀 없다시피 했다.

그마저도 4.11 총선을 열흘 남짓 앞둔 지난 3월 30일 제주에서의 ‘10분 유세’에서 제주해군기지를 하와이 같은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제주도정으로서도 전혀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제주도는 오후 1시부터 도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진행상황’을 보고하면서 민항기능 검증과 관련해 중앙정부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부분 등에 대해 제주도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정작 제주도가 이날 간담회를 위해 준비한 내용은 해군기지 현안 뿐이었다. 제주 신공항 건립 필요성에 대한 부분은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4.3 추념일 지정 등 4.3 관련 현안 문제도 간담회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제주도가 4월 한달간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수가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다고 발표한 시점이 바로 이 날이었다.

이번 박 위원장의 제주 방문과정에서 왜 제주해군기지 문제만 집중적으로 다뤄지게 됐는지 그 배경을 알아봤다.

제주도 관계자는 <미디어제주>와의 전화 통화에서 “(새누리당측에서) 민군복합항에 대해 제주도정의 정책을 설명해주면 들으러 오겠다고 했다”고 간담회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제주 방문 바로 전날인 지난달 30일 오후에 그렇게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제대로 된 민군복합항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지 않느냐”며 “그만큼 중요하니까 그 문제 하나만이라도 듣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제주도가 무려 6쪽 분량의 보고자료를 준비하고 설명하면서 신공항 문제와 4.3 등 제주의 현안에 대한 건의 사항을 한 줄도 집어넣지 않고 아예 언급조차 못한 데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여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에게 제주의 현안 문제를 직접 브리핑할 기회가 앞으로 다시 있을 것인지조차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하루 전날 민군복합항 관련 사항을 듣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고 해서 민군복합항 관련 내용만 준비했다는 제주도정을 보면서 ‘차기 대권주자’의 요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전형적인 복지부동의 자세가 보인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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