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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역사’ 다 빠진 채 항공우주박물관도 수익성 불투명
‘신화’, ‘역사’ 다 빠진 채 항공우주박물관도 수익성 불투명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2.04.30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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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JDC 감사 결과] <2> “제주도민 이익을 위한 공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감사원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하 개발센터)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적한 주요 내용 중 하나가 항공우주박물관 건립사업 추진 부적정에 대한 부분이었다.

감사원은 우선 충분한 사전검토 없이 사업 추진이 결정됐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장기간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사전에 사업 추진의 적정 여부, 사업 내용과 규모 등에 대한 타당성 분석을 한 후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 제안서 작성 용역기간도 만료되지 않은 13일만에 공군본부에 제안서 제출

JDC가 신화역사공원 사업 부지 내에 건립을 추진중인 항공우주박물관 조감도.

하지만 개발센터는 이 사업 참여를 위해 지난 2008년 9월 모 연구소측과 ‘항공우주박물관 유치제안서 작성 용역’ 계약을 체결한지 13일만에 총사업비 694억원을 들여 항공우주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제안서를 공군본부에 제출했다.

당시 용역비 8000만원이었던 이 용역 기간이 30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용역 기간이 만료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제안서를 제출한 셈이다.

그리고 사업권 확보 명목으로 사전 검토도 없이 해당 박물관 부지 내에 추가로 공군 휴양시설을 건립․운영하겠다고 제안해 같은 해 10월 31일 공군본부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같은해 12월에는 다시 휴양시설 건립비와 용역비 등이 누락됐다는 이유로 타당성 검토 없이 사업비를 기존 694억원에서 1324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렸고, 이듬해인 2009년 2월 11일 공군본부 및 제주도와 ‘항공우주박물관 건립․운영사업에 관한 계약’이 체결됐다.

감사원은 이 계약에 대해서도 “개발센터가 1324억원의 예산으로 공군본부가 제공하는 항공기를 전시할 항공우주박물관과 휴양시설을 건립․운영하되 휴양시설의 일부는 공군측에 우선적인 사용권을 부여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라고 밝혔다.

# 허술한 타당성조사 … 예상적자 만회 차원 수익형 체험시설 등 주먹구구식 추진

개발센터가 제주도․공군본부와 계약을 체결하자마자 국토해양부는 곧바로 2009년 2월 19일 개발센터측에 항공우주박물관 건립사업의 경제성과 수익성 등을 재검토하고 수익성 악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개발센터는 모 건축사사무소 등 3개사와 ‘항공우주박물관 건립사업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조사 용역’ 계약을 체결, 이 결과를 바탕으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무려 3억1600여만원짜리 용역이었다.

개발센터는 그러나 지난해 10월 27일 열린 이사회에 ‘항공우주박물관 건립사업 추진 현황’을 보고하면서 “캠프 프로그램 이용인원이 과다 추정됐다”며 연간 이용인원을 당초 대비 10분의1 수준으로 축소하고, 예상되는 대규모 운영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사계절 썰매장 등 수익형 체험시설을 추가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초기 5년 동안은 295억6500만원의 세전 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사업타당성 검토 없이 사업 참여를 결정하고, 용역결과 캠프 프로그램마저 연간 이용인원 등이 과다 산정돼 사업성이 없는 상태에서 또다시 예상되는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수익형 체험시설을 추가 또는 삭제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사업 추진이 이뤄지고 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항공우주박물관 건립공사가 계약된지 20개월이 지나도록 사업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비 추가 증액 및 항공우주박물관 운영 적자 예상 등으로 향후 재정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감사원이 타당성조사 용역 및 재무계획 수립 용역의 감독을 소홀히 한 관련 직원에게 주의를 촉구하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 ‘신화’와 ‘역사’는 어디로? … 환경만 훼손한 채 사실상 제자리걸음

제주국제자유도시 7대 선도 프로젝트 사업 중 하나인 신화역사공원 조감도.

개발센터가 이처럼 갑작스럽게 항공우주박물관 건립사업에 뛰어들게 된 배경은 당초 2015년까지 1조5945억원을 들여 추진하려던 신화역사공원이 민자유치 부진으로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제주도가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상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신화역사공원 조성 사업의 전체 공정률은 불과 11%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이번 감사에서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추진중이라며 뭇매를 맞은 항공우주박물관(J지구)이 19%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이 와중에 지난해에는 신화역사공원 부지에 경빙장 수익을 전제로 한 ‘아이스심포니월드’ 조성 사업이 검토됐지만 사행성 논란이 제기돼 사실상 무산되는 등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뾰족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내 시민사회단체들 사이에서는 이번 감사원 감사를 계기로 개발센터의 위상과 존재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연구지원실장은 “JDC의 7대 선도프로젝트 가운데 그나마 제주 사회와 매칭되는 사업이었는데 지금은 핵심적인 내용이 다 바뀌어 그 의미조차 퇴색돼버렸다”며 특히 “도민의 재산인 국공유지가 편입된 대규모 사업이 사실상 도민들의 이익과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설립된지 10년째 맞는 개발센터 … “제주도민 위한 새로운 역할 모색해야” 주문도

강호진 실장은 또 “개발센터가 과도하게 수익사업에만 집착하다 보니 도민을 위한 기업인지, 개발센터의 이익만을 위한 기업인지 정체성이 모호하다”며 “관련 법률을 개정해 ‘개발’사업에만 치중하고 있는 개발센터의 역할을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발센터가 추진중인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대부분 사실상 토지 분양 사업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투자자의 이익만을 위해 난개발과 자연환경 파괴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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