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4.3 희생을 거름으로 참된 평화의 섬이 되어야”
“제주는 4.3 희생을 거름으로 참된 평화의 섬이 되어야”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2.03.2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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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다랑쉬굴 4.3유해 발굴 20주년 기념 전국학술대회 기조강연에서 강조

강우일 주교가 다랑쉬굴 4.3유해 발굴 20주년 기념 전국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4.3의 수많은 희생자들이 피 흘린 이 땅에서 죽음의 성채를 건설하려는 계획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행위입니다.”

다랑쉬굴 4.3 유해 발굴 20주년 기념 전국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에 나선 강우일 주교가 4.3에 즈음해 제주 사회에 던진 메시지다.

천주교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는 29일 오전 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평화와 인권을 향한 기억’ 주제의 전국학술대회에서 간곡한 어조로 이같은 내용의 기조강연을 이어갔다.

강 주교는 “4.3은 아무리 국가 공권력이라 해도 국민의 생명권을 결코 짓밟을 권리는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아무리 국가 안보라는 거창한 근거를 내세워도 국민의 생명이 국가에 우선한다는 것을 4.3은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 개개인의 생명과 기본 인권을 무시하고 짓밟는 정부와 국가는 결코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4.3은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강 주교는 “우리는 이 나라의 현대사에서 4.19의거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통해서 국민 개개인의 생명과 인권가치가 국가나 정부의 권력이 갖는 가치에 우선한다는 것을 배워왔다”며 “4.3은 그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엄청난 희생을 치르면서 훨씬 더 인간생명과 그 기본권의 숭고한 가치를 역설적으로 깨우쳐주고 있다”고 역설했다.

강 주교는 세계 2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 나치와 군국주의와 식민주의로 아시아 대륙을 유린한 일본, 그리고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부르짖으며 곳곳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헤아릴 수 없는 사람을 죽이고 감옥에 넣은 사회주의 공산정권 소비에트 연방, 그리고 3대째 권력을 세습하며 백성의 기아와 가난의 고통 속에 붙잡아두고 있는 북한이 모두 국가 공권력의 이름으로 불의와 죄악을 저지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 주교는 우리나라도 “5.16에 이어 30년씩 이어진 군사독재 시절 비밀정보기관을 통해 자행된 불법적인 사찰과 고문, 억압과 음모도 모두 국가의 이름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강 주교는 “3만명에 달하는 무고한 생명들의 억울한 희생을 망각의 무덤 속에 파묻고 거기서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한다면 그들의 희생은 무의미한 죽음이 되고 만다”며 “수많은 무고한 피에 물든 이 섬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군사기지를 세우려는 것은 그 희생자들의 무덤을 다시 한 번 군홧발로 짓밟는 행위요, 그들의 죽음을 무위로 돌리는 행위”라고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는 정부와 해군을 겨냥했다.

담담하던 강우일 주교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이 평화의 섬을 현대 첨단무기로 가득 찬 군사기지로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가공할 파괴력과 살상력을 가진 각종 미사일로 무장한 해군기지는 생명을 거스르는 죽음의 성채입니다. 무력으로 평화를 이룩한다는 것은 본질적인 자가당착이며 환상입니다. 인류 역사상 평화가 무력으로 이뤄진 적이 없습니다. 상대보다 더 강력한 무력이 확보되었다고 해서 결코 평화가 보장되는 것이 아닙니다”

4.3의 아픔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아직도 4.3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국가 공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이들을 향해 던지는 강우일 주교의 완곡한 메시지였다.

강 주교는 이어 “이 4.3의 땅에 이념과 폭력을 뛰어넘는 생명과 평화의 세상을 구현해내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절호의 도약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라며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평화만이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 더 나아가 세계의 평화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평화의 전초기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강 주교는 “제주를 군사기지로 만들지 말고 평화의 바위섬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4.3 희생자들의 고통과 한을 새로운 생명의 부활로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밑거름을 만드는 것”이라는 말로 기조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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