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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잘못 됐으면 되돌리는 것이 마땅하다”
“제주해군기지, 잘못 됐으면 되돌리는 것이 마땅하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2.03.08 23:5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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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한겨레> 인터뷰서 새누리당·보수 언론의 ‘말 바꾸기 주장’ 비판

강우일 주교
강우일 주교가 구럼비 해안 발파 등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노골적으로 강행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는 8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총선이 다가오면서 선거에 영향을 받기 전에 정부가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게 느껴진다. 국민의 소리를 너무 외면하는 일방적인 추진 상황이 정말 안타깝고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강우일 주교는 “지난해 말 국회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 관련 예산을 96%나 삭감한 것은 설계 등 여러 문제점이 있어 재검증할 때까지는 공사를 하지 말라는 입법부의 뜻을 밝힌 것”이라며 “군사독재 시절도 아닌데 정부가 왜 이렇게 국민들과 소통을 안 하고, (강행을) 결정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국책사업이라면 모두 정당화된다는 논리는 전제주의”

이어 강 주교는 “제주특별자치도는 행정적 자율성과 독립성을 중앙정부가 인정한 것이다. 그런 특별자치도의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 여야의 도당 위원장까지도 공정한 재검증을 위해 공사를 일시 보류하자는 견해를 밝혔는데도 무시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강 주교는 “정부가 못 들은 척하고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국가가 한다고 해서 모든 사업이 정당화된다는 논리는 전제주의 시대나 있음직한 일”이라며 “국책사업을 시작했다가도 국민들의 저항이 있거나 많은 사람이 반대하면 중단하거나 원위치로 되돌리는 것이 민주정부”라고 강조했다.

특히 강 주교는 “제주도 인구가 1%밖에 안 되니까 나머지 99%가 이를 무시해도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논란은) 대한민국 전체에 관련된 문제이고 동북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관련된 문제”라고 역설했다.

# 노무현 대통령에게 “잘못된 출발” 편지 보낸 일화도 소개

강 주교는 노무현 정부가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자 노 대통령에게 잘못된 출발이라는 점을 알리면서 편지를 보냈던 일도 소개했다.

“당시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한국 정부 차원에서 단독으로 결정하기가 어려운 사안이라는 걸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정말 받아들일 수 없는 프로젝트라는 확신을 더욱 갖게 됐습니다.”

강 주교는 “노 대통령에게 제주도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명명한 이상 이와 맞지 않는 해군기지 건설 결정을 철회해줄 것을 여러 차례 건의했다. 총리들도 만나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참여정부의 당시 잘못을 지적했다.

하지만 참여정부 인사들이 최근 해군기지 추진이 잘못된 정책이었다고 고백하는 데 대해 대통령과 여당, 보수 언론이 모두 나서서 ‘말 바꾸기’라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데 대해서는 다시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지난 정부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잘못을 시인하고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원위치 해야 되겠다’고 고백했다. 지난 정부라고 실수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 모든 정부가 역사가 흐른 뒤 잘못됐으면 반성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리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노무현 정부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현실을 직시하니까 자신들의 입장을 바꾼 것이지, 정부에 따라 잘잘못을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 “강정마을, 많은 제주도민들이 대한민국 정부에 환멸 느낄 것”

제주도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는 “우근민 지사는 행정가로서 제주도 미래를 위해서 최대한 득이 되는 쪽으로 문제를 풀려 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우리의 입장은 행정가가 취하는 입장과 차이가 있다. 해군기지 백지화는 제주도민을 위해서,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서도 절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또 제주도민이나 강정주민들의 반대운동 참여가 적은 게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 “제주도가 과거 유형지로서 중앙정부로부터 내버려졌다는 체념, 또 4·3 때 비참하게 당했는데도 지난 60년 동안 정부로부터 그에 대한 치유나 사과 등의 과정이 없었던 데 대한 자괴감, 이런 것들이 분노할 마음마저 짓눌러 버린 게 아닌가 생각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 “한편으로는 해군기지와 관련해 적극 나서서 항의하고 시위하던 주민들이 대부분 연행·고발돼 벌금형을 받고, 한번 더 나타나면 수백만원씩 벌금을 물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유를 박탈당한 상태”라는 말도 덧붙였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사가 주민들과 소통 없이 추진되면서 강정마을 주민들이 갖게 될 좌절감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강정마을만이 아니라 많은 제주도민들이 대한민국 정부에 환멸을 느낄 겁니다. 4·3 때 느꼈던 비애라고 할까, 철저히 짓밟힌다는 그런 생각, 1%밖에 안 되는 섬 지역 주민들은 짓밟혀도 당연한 것이라는, 4·3 때 느꼈던 이런 느낌을 최근 일련의 사태를 통해서 느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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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민 2012-03-09 02:41:14
해군기지 잘못됐으면 되돌리는것이 마땅이라? 뭐가잘못됐나요? 해적이나 적군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자는 시설이라고보는데 잘못됐나요? 참여정부때 실수한 사업이니 이제라도 잘못했고 반성하면된다고요? 참~~~어이가없수다

나도도민 2012-03-09 02:27:43
신부님, 세계적 안보상황에서 자기나라를 지킬수있어야 적에게 먹히지않고 주권을 지킬수있는겁니다, 종교인은 시끄러운 정치판에 끼어들지 않으시는게 품위에 걸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