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와 한파를 뚫고 평화를 향한 염원으로 강정에 온 마음들이 경찰의 성직자 등에 대한 무차별 연행에 상처받은 하루였다.
강정마을회와 제주군사기지 범대위, 전국대책회의 등은 18일 오후 3시부터 강정마을 운동장에서 ‘제7차 제주해군기지 저지 백지화 전국시민행동’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민주통합당 천정배 의원과 김재윤 민주통합당 제주도당 위원장, 문대림 전 제주도의회 의장(민주통합당), 현애자 전 국회의원(통합진보당) 등 서귀포시 선거구 국회의원 예비후보들과 이경수 제주시갑 선거구 예비후보(통합진보당) 등 총선 예비주자들과 강정 주민, 평화버스와 평화비행기를 타고 행사에 참석한 도내외 참가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가 시작되고 1시간 가량 지난 후, 구럼비 바닷가에 있던 성직자들과 활동가들의 연행 소식이 전해졌다.
구럼비에 설치해놓은 무대를 지키기 위해 카약을 타고 들어가 있던 문규현 신부와 고권일 강정해군기지반대대책위 위원장, 김성환 신부, 김정욱 목사 등 20여명이 현수막을 걸고 공연 준비를 하던 중 집시법 위반으로 경찰이 연행을 시작한 것이었다.
결국 고권일 반대대책위 위원장을 비롯해 문규현․김성환 신부, 김정욱 목사, 신용인 제주대 교수, 송창욱 주민자치연대 회원 등 14명이 연행됐다.
경찰은 구럼비 해안에 있던 활동가들이 설치한 현수막을 문제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운동장에서 열리는 행사는 집회 허가가 났지만 구럼비 해안에 대한 집회 신고는 사실상 반려됐는데 현수막을 게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활동가들은 “현수막 내용에 ‘해군기지 반대’를 적시한 문구도 전혀 없으며 ‘구럼비야 사랑해’ 등 문구가 집시법 위반에 해당되느냐”고 반발하고 있어 ‘불법 연행’ 논란이 일고 있다.
연행자들이 줄줄이 호송차량으로 서귀포경찰서로 이송되자 강정 포구로 향하던 행사 참가자들이 해군기지사업단 앞에 멈춰 서서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면서 팽팽한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2시간 가량 대치가 이어지다가 행사 참가자들이 강정포구로 이동, 다행히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편 서귀포경찰서는 이례적으로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공사현장 내 구럼비 바위에 카약을 타고 침입, ‘파괴되는 구럼비를 살리자’ 등 현수막 3개를 내걸고 신고범위를 일탈한 집회를 개최한 이들에게 해산 명령을 했으나 이에 불응한 송모씨(46세) 등 피의자 14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연행자들은 “연행되는 과정에서 미란다 원칙 고지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연행 사유로 내세운 현수막 내용에 대해서도 ‘집시법’에 저촉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