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을 하면 할수록 생명의 존엄성과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사명감이 더욱 커지는 걸 느낍니다. 현장으로 출동하는 119구조대원의 마음은 순간을 다툴 만큼 급하고 빠를 수밖에 없죠. 사명감이 깔려있기 때문이죠”
지난 1996년부터 16년 동안 소방·구조·구급 현장에서 뛰고 있는 이동훈 제주특별자치도 서부소방서 119구조대 2팀장(43).
이 팀장은 현재 도내 서부지역 5개 읍면지역의 화재예방, 교통사고, 수난·추락·산악 조난 수색 등 구조업무를 맡아 언제든지 달려 나갈 준비가 돼 있다. 평균 하루 2차례 꼴로 출동한다.
화재가 나면 대원 모두가 출동하고, 119상황실에서 가스·전기·성폭력 관련 신고를 접수하면 관련기관에 통보해주고 있다.
출동 건수는 화재진압 보다도 구조가, 구조보다는 구급이 가장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사람을 살렸을 때가 가장 보람 있죠. 지난 2000년 제주소방서에서 근무할 때 밤에 탑동 앞바다에 빠져 10분 동안 물속에 가라앉아 있던 사람을 구조해 숨을 쉬도록 한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 팀장은 태풍‘루사’가 제주를 덮쳤을 때 로프 하나에 의지해 높은 파도가 치는 50m앞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물속에 빠진 남자를 구했던 일, 화북주공아파트에서 작업하던 엘리카가 비틀어져 높은 물탱크 속으로 로프를 타고 가 구조했던 일들을 보람으로 여긴다.
119구조업무를 하다보면 겪는 어려움도 적잖다.
“구조활동을 하다보면 구조현장에서 술에 취한 사람이 고성으로 이래라저래라 관여하거나, 구조가 늦는다며 참고 기다려주지 않고 생떼를 쓰는 일 등을 겪게 됩니다. 특히 출동하다보면 통로를 만들 수 있도록 차량들이 빨리 피하지 않아 늦게 도착하게 돼 안타깝죠”
출동 시간은 1㎞거리를 1분 안에 가야하지만 서부소방서는 애월-안덕까지 관할지역 넓어 원거리 출동이 많아 늦게 도착할 때 많다고 이 팀장은 아쉬워한다.
이 팀장은 현재 평화로 쪽에 구조구급대가 생기길 바란다. 이곳에서 사고가 나면 대형이기 때문이다.
“농촌지역이다 보니 뱀·말·소·방견 등 안전조치를 해달라는 요청이 많아 보다 위급한 현장으로 갈 길을 잡기도 합니다. 환자가족이나 주변 인물 등이 구급대원을 폭행하는 일도 적잖아요. 구급대원 가운데 20%정도가 여성이어서 폭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걱정이 되죠”
근무가 3교대로 바뀌면서 한 팀이 78명에서 56명으로 줄어 가용인원은 줄었으나 인력보강은 되지 않고, 구조대원도 4명에서 3명으로 줄어 어려움이 크다.
“처음 제주소방서에서 근무할 땐 전문화하지 않았지만 16년 동안 응급구조사 보강, 교육 프로 전문화, 장비의 디지털화 등 많이 발전했죠. 응급구조장비도 첨단장비화 하는 등 구조구급 부분은 많이 보강됐지만 화재진압 장비는 아직도 열악하다고 봅니다. 워낙 고가인데다 재정이 따라주질 못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현재 도내 고가사다리 차량은 57m여서 12층까지는 커버할 수 있다. 하지만 도내에 고층건물이 많이 생기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장비보강이 시급하다는 게 이 팀장의 생각이다.
“제주지역에도 소방항공대를 하루 빨리 운영해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 고층건물에서 사고가 난다면 밑에서 올라가다보면 시간이 걸려 구조에 어려움이 있고 대비하기도 힘들기 때문이죠. 소방항공대는 산악이나 고층건물 인명구조에 필수적입니다”
이 팀장은 소방공무원의 전문성과 시책 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6~2008년에 있었던 특수구조대가 인력부족으로 폐지됐지만 다시 가동해야 한다고 봅니다. 과거 교관활동을 하며 구조전문기술 연찬 교육, 도민들에게 현실적인 화재 대처요령 등 체험교육을 시킨 적이 있죠. 현재 소방교육대에서 하고 있는 심폐소생술 등 도민안전체험은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현재 119구조대의 산악전문 구조기술은 이론과 실기가 전문가와 국제수준”이라는 이 팀장은“국제구조대 몫도 하고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군인기술을 접목하고 교육훈련을 늘려 기술적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자기 맡은 일에 충실함은 기본이고 열정을 갖고 기술을 많이 익혀 후배에게 전수, 순환시킴으로써 저변을 늘리는 게 공무원의 덕목”이란 이 팀장은 “청렴하고 열정적으로 자기 맡은 일을 하는게 자신과 조직을 발전시킨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이 팀장은 구조업무에 체력은 필수여서 2003년부터 철인3종을 시작, 2004년엔 도내에서 열린 아이언맨대회에 참가해 제주도출전자 가운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당시 만든 ‘119러너스’란 마라톤 동우회를 통해 직원들이 체력을 단련하고 있다는 이 팀장은 회원들이 동아마라톤 대비해 일주일에 두 차례 민오름에서 훈련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 팀장은“도민들이 ‘문을 따달라, 고양이 잡아가라, 야생동물 잡아주라’는 등 가급적이면 자신이 처리할 수 있는 일로 구조대를 부르지 말았으면 해요. 이는 재정·인력·시간 낭비에다 다른 위급한 상황대처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죠. 요즘 느는 경향이 있는 구급대원 폭행도 제발 없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하주홍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