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김수환 추기경의 일대기를 담은 창작 연극 ‘바보 추기경’이 지난달 11일 동안 13차례 제주무대에서 막을 올렸다. 도민 관람객이 5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미 서울·미국·전국을 거쳐 이번 제주에서 이 연극의 공연은 남다른 뜻이 있다.
이 연극의 원작자가 제주시청 자치행정국 세무2과에 근무하는 현미혜 주무관(45)이고, 원작자가 사는 제주에서 처음 열렸기 때문이다.
현 작가가 김수환 추기경의 일대기를 극본으로 쓰게 된 계기는 ‘문화선교’를 꿈꾸며 imd가톨릭문화기획을 만든 친동생 현요안 신부(중문성당 주임신부)가 요청한데서 비롯됐다.
“처음엔 경험이 얕고 신앙심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여겨 김 추기경의 일대기를 감히 쓴다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일대기를 통해 그가 국민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계속 이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품을 쓰게 됐다”고 현 작가는 전한다.
현 작가는 어릴 때 소아마비와 암 수술 등으로 몸이 불편하고,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이중의 어려움 속에서도 작품을 집필하는 데만 전념했다.
현 작가는 “작품 쓰는 석 달 동안 ‘6시 칼퇴근’해 야근하는 동료들에게 미안했고, 관련서적 9권을 비롯해 추기경 홈페이지에 들어가 추기경님을 기억하는 글을 찾아보는 등 다른 일은 모두 끊었다”고 말한다.
김 추기경과 생전에 만나보지도 못하는 등 따로 특별한 인연이 없었던 현 작가는 불과 2년전까지 살아계시던 분의 이야기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작품을 쓰는 동안 현 작가는“자료가 너무 많아 포커스를 어디에 맞출지 선택에 어려움이 많았다”며“민주화 관련 등 무거울 수밖에 없는 주제와 인물을 다루고 있어 재미있는 요소를 많이 넣었지만 너무 희화화하지 않도록 하려 고심했다”고 현 작가는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특히 현 작가는 힘없고 낮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자 했고, 세상의 이치와는 다른 스스로 밥이 되는 삶, 만인의 밥으로 살고자 했던 김 추기경의 모습을 올곧게 담고자 온 힘을 다 쏟았다.
“아직도 두려운 마음이 여전합니다. 제주 공연이 어렵사리 이뤄졌고 추기경님을 잘 알거나 가까이서 모셨던 분들의 반응이 좋아 조금 안도했죠. 제가 사는 고향에서 볼 수 있어서 더욱 기뻤습니다”
현 작가는 “연극을 관람한 아는 사람이 ‘복자반 활동을 하는 아들이 연극만 봐서는 추기경님을 이해하기 어렵더라, 아이가 볼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전해와 추기경님을 더욱 알고파 하는 마음을 주게 된 걸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물론 연극을 본 관람객들 모두가 공감하는 것은 아니어서 재미있게 표현하려는 부분이 지나치게 희화한 게 아니냐는 나무람도 받았다고 현 작가는 전한다.
‘바보 추기경’은 2011년1월24일 서울에서 초연된 뒤 전굮 성당과 미국에서 공연된 뒤 지난달 제주에서 공연됐다.
현 작가는 지난 2008년 뮤지컬 ‘IMAGO DEI(하느님의 모상)’의 가사를 만들며 작가로서 처음 모습을 보였고, 연극 대본으론 ‘바보 추기경이 첫 작품이다.
뮤지컬 ‘IMAGO DEI’는 2008년10월부터 2009년6월까지 제주에서 처음 공연된 뒤 서울과 전국에서 공연됐다.
현 작가는 “현재 천주교가 한국에 처음 들어온 시기에 박해 받았던 최초의 순교자들인 황사영과 정난주 마리아 부부의 삶을 담은 극본을 구상하고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고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계획을 귀띔한다.
현 작가는 제주시 세무과에서 공무원의 길에 들어선지 20년 동안 중간에 탐라도서관 근무 7년을 빼곤 세입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행정7급 공무원이다.
현 주무관은“민원인들의 자세가 점점 드세지는 추세”라며“기초질서를 어기고도, 자신이 잘못해놓고도 되레 당당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의 업무를 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말한다.
현재 제주시 세무관련 분야는 전문세무직원 선발이 많아졌고 전산장비가 튼실해지는 등 시스템도 개선돼 비교적 전문화가 잘 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여느 소수직렬과 마찬가지로 세무직렬도 업무량에 비해 승진의 기회가 적다”며“인사상 불이익이 많아 이를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고 현 주무관은 지적한다.
현 주무관은 “공무원은 자신의 일에 사명감을 갖고 ‘할 말은 다한다’는 마음으로 근무해야 한다고 본다”며 “자신이 암 수술을 위해 휴직한 다음 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 이를 느낀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공무원스럽다’란 말에 대해 현 주무관은“일반인은 이 말이 바람직하기 보다는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앞으로 공무원들이 존경과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처신함으로써 이 말이 긍정적인 뜻으로 변했으면 좋겠다”다고 희망한다.
그래서 현 주무관이 보는 ‘바람직한 공무원 상(像)’은 “바로 ‘공무원스런 공무원‘ 이라고 답한다.
또한 공무원사회가 전공이 독특하거나 특별한 재능을 지닌 공무원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풍토가 마련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현 주무관의 바람이다.
현 주무관은 앞으로 계획은 “부모님을 위하고,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라며“동생신부의 ‘문화사목’구상에 작은 밑거름으로 살고 싶다”고 전한다.
현 주무관의 좌우명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이다.
이 말은 누구든 엄청나게 기쁜 일을 맞이할 때나 너무 슬픈 일을 당했을 때도 공통적인 게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게 현 주무관의 설명이다.
<하주홍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