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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화된 특별법이나 읊조리며 살아야 할지도..."
"사문화된 특별법이나 읊조리며 살아야 할지도..."
  • 장금항 객원필진
  • 승인 2006.05.0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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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장금항 상명교회 목사, "원칙과 실용 사이"

교수와 학생의 인적 구성체(universitas societas magistrorum discipulorumque, 교수와 학생의 학문적 공동체 내지는 조합)인 중세의 대학은 원래 캠퍼스의 개념은 물론 대학 고유의 건조물과 고정적 자산을 지니지 않았다.

관세와 조세, 기부금 등의 외부 지원금과 부르사(brusa)라 불리던 일종의 기숙사비, 학위 취득료, 보직자의 지불금, 학생들의 수업료 등으로 꾸려나갔지만 넉넉한 것이 아니어서 파리나 옥스퍼드와 같이 유명한 대학들도 궁핍한 상태를 면치 못했다.

자체의 거물을 소유하지 못했던 대학들은 고정된 강의실이 없어 교사나 학생의 집, 교회나 수도원을 빌려 강의와 총회, 시험 등을 진행하였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대학의 가난이 대학 밖의 권력과의 마찰이 있을 때 이주 등의 대처를 가능하게 하여 대학과 학문의 자유에 오히려 기여하였다.(케임브리지대학은 1209년 옥스퍼드사와의 분쟁 때 옥스퍼드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이 케임브리지에 이주하여 탄생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부분적인 순기능으로 대학의 재정은 항상 골칫거리였다. 유럽 최초의 대학이며 중세 유럽의 가장 빛나는 지적 업적으로 평가,  블로냐대학은 재정권이 부유한 학생들에게 있어 교수권보다 학생권이 더 센 대학이었고 교수단의 길드적 조직(universitas magistrorum)에서 시작되었던 파리대학조차 부유한 학생들의 재정적 기여 때문에 교수들이 학생들의 눈치를 보았다.

중세의 칼리지, 산업화시대의 유니버시티,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대기업과 대학의 산학 협동이 만들어낸 멀티버시티의 거대대학에 이르기까지 재정문제는 대학 운영의 가장 중요한 문제였고 제주지역의 대학들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은 본래 자유로운 곳이니 외부에서 간섭할 바는 아니지만 어려운 재정난 속에 학생들의 등록금에 주로 의존하는 우리 대학들의 현실을 보면 대학의 역사에서 기부금은 항상 있어왔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가 그토록 불가입장을 밝히는 기여입학제의 폐해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어차피 있는 사람들은 비싼 과외에, 조기유학에 갖은 수를 써서 좋은 대학에 보내는 이 마당에 기여 입학제 금지가 우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신입생이 부족한 제주 대학들의 유치노력과 총장들의 눈물나는 기부금 노력을 생각한다면 적대 안되는 것이 아니다.

수험생 자식을 위해 20평 대치동 아파트에 7억 5천의 전세금을 내고 들어가 6백만원 넘는 유명강사 그룹과외비 마련을 위해 노래방 알바 나가는 저 뜨거운 교육열은 당장 어쩌지 못한다 해도 이미 대학 들어간 자식 때문에 빚내고 노후보장 위해 든 보험 깨는 일은 없어야겠다. 

교육 예산은 항상 부족한 것이니 교육재정이 제대로 확보될 리 없고 된다 하여도 서민 세금 담배값에 붙어 나가는 것이니 차라리 100명 쯤 되는 그 학교 학생 등록금 내는 조건으로 ! 부잣집 아이 하나 학교 아니라 한들 그것이 대수인가 학비 벌려고 pc방 아르바이트에 편의점에서 시급 3300원에 밤에 칼 맞는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지금의 형편보다 훨씬 낫지 않겠는가.

 '대학의 서열화를 개선하고 학벌 지상주의를 타파하자'는 하나마나한 소리보다는 기부금 내서 그 돈은 건물 짓는 용도말고 학생 등록금에 보충토록 하는 제한적 기여 입학제가 훨씬 현실적이다. 

네 명의 도지사 후보(아직도 모당은 후보를 공천하지 않아 자기네 당 지지율은 있는데도 깎아먹고 남 좋은 일만 시키고 있지만 결국 4명이 되지 않겠나)들의 정책과 공약이 나오고 있다.

외자유치, 관광객 천만시대, 고품질 생산으로 제주농업 회생 등의 하나마나한 소리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방안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당장 화순항, 모슬포 공군기지 등 지역 발전과 경제 이익을 명분으로 개발론이 대두되고, 기어 유치를 위하여 땅을 주고 세금을 면제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이 때, 개발과 보존의 양립이라는 지금 네 후보의 어정쩡한 논리로 어째 대처할 수 있을까.

차라리 군사기지 만들어 평화의 섬 이미지 해치고 필리핀 미군기지 꼴 나느니 카지노 만들어 도민들 중에 중독자 생기고 패가망신하는 가정 생긴다 해도 카지노 수익으로 지역 경제 보존하고 교육과 복지에 쓰겠다는 방안이 훨씬 안전하다. 

이상적이어서 좋은 것은 종교로 족하다. 정치는 현실에 기초해야하고 최선이 없으면 차악을 택할 수 있어야 한다. 진짜 배고프면 몸도 팔고 담도 넘을 수 있지만 후손들도 벌어먹고 살아야 할 제주의 자연환경까지를 앞당겨서 먹으면 안 된다.

자연을 지켜내면 천년 만년 후손들이 먹어먹고 살 수 있는데, 모 후보의 표현대로 '몇 푼 안되는' 돈 때문에 지금 제주를 팔 필요가 없다. 이미 개발되고 경쟁력이 있는 중문이나 신제주에 카지노든 공창이든 실제 돈은 되면서도 환경파괴는 적은 관광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훨씬 낫다.

그런데 어쩌나, 이번 정부는 대놓고 4. 3특별법의 실제적 개정을 거부하는 지방선거 앞두고도 정치적 배려(?)의 모양도 취할지 모르는 정권이니 사문화 된 제주특별자치도법이나 읊조리며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상명에서 장금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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