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박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 준 전직 유명 PC프로그래머가 경찰에 입건됐다.
제주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3일 오전 지방청 홍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미국에 거주하는 공범들이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준 서버 관리자 전모씨(44.대구)를 도박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으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전 씨는 우리나라 컴퓨터 1세대인자로, 당시 안철수 씨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유명 PC 프로그래머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해 8월 10일부터 미국에 거주하는 공범들이 운영하는 사설 스포츠 토토 등 도박사이트에 대한 경찰의 추적을 피하고, 도박사이트에 대한 디도스(DDos) 공격을 피할 목적으로 서버 20개를 구입한 뒤 서울과 대구 등에 있는 IDC에 입고시켜 관리해 주고 그 댓가로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경찰은 제주도 관리대상 조직폭력배가 사설 스포츠 사이트를 운영한다는 첩보를 입수, 도박관련 계좌 및 사이트를 관리한 정황이 있는 컴퓨터 등에 대한 압수수색, 정밀 조사한 결과 도박사이트를 관리하는 서버가 국내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경찰은 서버 위치(서울.대구) 및 서버관리자인 피의자 인적사항 등을 특정해 서버 보관장소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 전 씨를 검거했다.
현재 경찰은 압수한 서버, 노트북 등을 정밀 분석 중에 있으며, 전씨가 관리한 서버에는 사설스포츠 토토 외에도 또다른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정황도 일부 확인했다.
지방청 사이버수사대 장영식 경감은 "기존의 단순 도박사이트 운영자 및 도박자 처벌에서 탈피, 실제 도박 사이트를 개설하는데 관여한 서버관리자를 검거하고 서버를 압수해 도박사이트 개설 및 운영 행위 자체를 근절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장 경감은 "압수한 서버 분석 등을 통한 도박사이트 유통경로 및 개설과정, 운영방법 등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 씨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현금 등이 범죄수익금으로 추정되는 1억4500만원 전액 몰수하고, 압수한 서버에서 확보된 자료를 활용해 또 다른 도박사이트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 운영에 제주지역 폭력배가 관여했는지 여부 및 스포츠 토토 도박자 등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김진규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