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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작은 정성이 모여 벌써 3억원이 됐네요”
“시민들의 작은 정성이 모여 벌써 3억원이 됐네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1.02.26 08:4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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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교육발전기금 모금 2개월만에 2천명 참가...3월중 재단법인화

한 마을의 구심체는 대개 초등학교였다. 그러나 이농현상으로 농촌지역의 학교는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그렇게 작아지는 현실만큼이나 마을도 작아지고 있다. 곧 교육의 붕괴는 한 마을의 붕괴로까지 이어지는 게 현실이다.

우린 학교 살리기의 대표격으로 애월읍 납읍리를 들곤 한다. 왜 납읍리는 이처럼 학교살리기에 매달렸을까. 이는 바로 ‘교육이 살아야 마을도 살린다’는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 ‘교육’에 사활을 던진 서귀포시 

이런 철학은 작은 마을 단위로만 그치지 않는다. 서귀포시는 매년 줄어드는 인구로 고심을 하고 있다. 지난 2000년이후 수년간 지속된 지역의 저발전과 인구이동의 불균형. 서귀포시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찾은 건 납읍리와 다르지 않았다. 서귀포시는 납읍리 주민들이 그랬듯이 ‘교육’에 사활을 던졌다.

“서귀포시 인구는 최근 10년간 1만명이나 줄었어요. 이유를 따져봤더니 교육 문제가 최우선이었죠. 말로만 떠드는 ‘명품 교육도시’가 아닌, 진정으로 서귀포만의 특화된 무언가를 해보자고 뛰어들었죠.”

김재웅 서귀포시 창조도시팀장은 지난해말부터 ‘교육’에 매달리게 된 배경을 이처럼 설명했다. 창조도시팀은 현재 추진중인 교육발전기금 모금의 주역 가운데 하나다.

출발은 쉽지 않았다. 창조도시팀은 고창후 시장 취임이후 교육 관련 일에만 매달리게 됐다. 하지만 모든 걸 ‘창조’해야 했다. 교육이 살아야 서귀포시가 산다는 건 명제였으나 그 명제를 풀어내는 과정은 산고만큼이나 힘들었다. 지금껏 해보지 않은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 제주도로부터 10억원의 예산을 받아 지역 학생들의 교육에 투입했다. 서귀포 지역 10개 고교에 학교별로는 많게는 1억2000만원까지 지원했다.

# 십시일반 쌓이는 ‘서귀포의 힘’ 

서귀포 지역에서 매년 제주시 동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중학생들은 200명을 넘는다. 서귀포 지역의 인문계 고교로 가기보다는 교육환경이 좀 더 나은 제주시 동지역을 택한 학생들이다. 문제는 학생들만 빠져나가질 않는다. 학부모까지 포함하면 연간 500~600명 이상의 인구가 제주시로 이동하는 셈이다.

서귀포 시민이라면 누구나 이런 문제를 공감하지만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매년 이렇게 내버려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서귀포시는 지난해 11월 행정, 교육지원청, 교사, 학부모, 교육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한 ‘서귀포시 교육발전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서 본격적인 모금활동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지난해 12월말부터 추진된 모금활동은 2개월이 됐다. 3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개월간의 모금엔 거대 기업이 참가하거나, 재력가들을 동원하지 않았다. 시민들의 작은 정성이 하나 둘 쌓이면서 어느새 3억원이라는 자금이 마련됐다.

김재웅 팀장은 “환경미화원들이 기억난다. 어떤 분은 부친상을 당했는데 조의금을 내놓기도 했다. 하루 매상을 교육발전기금으로 내놓는 이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십시일반이다. 지금까지 참여한 이들만도 2000명에 달한다. 환경미화원 114명은 폐지로 모은 돈 312만원을 기꺼이 내놓았고, 웅담식당과 다비드커피점 등은 하루 매상을 미래를 위해 써달라며 아낌없는 후원을 했다. 

# “재단법인 출범시켜 더 활성화 시킬 것” 

시민들의 작은 정성은 시작일 뿐이다.

서귀포시는 3월중 재단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인 교육발전 기금 조성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올해 목표인 20억원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50억원, 2013년 이후 100억원의 교육발전 기금 모금을 목표로 정했다.

시민들이 열정이 있기에 기금 모금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창조도시팀은 뭔가 부족한 모양이다.

“아직까지는 주민들 마음 깊숙이까지는 들어가지 못했죠. 물론 기금모금은 3년이지만 계속 필요하다고 봐요. 공감대는 형성된만큼 계속 파급시키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서귀포시 창조도시팀 직원들이 교육발전 기금 모금에 좀 더 힘을 기울이자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왼쪽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김경희, 강승미, 조수정, 오영란, 김재웅씨.

김재웅 팀장은 모든 시민들이 참가하도록 해 서귀포시가 진정한 명품 교육도시로 만드는 게 꿈이다. 재단법인이 되면 ‘시민 1계좌 갖기 운동’도 벌여나갈 계획이다.

김 팀장은 “서귀포시 교육환경이 열악한 점은 시민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며 “교육발전기금이 좀 더 활성화되도록 모든 시민들이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지만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 ‘교육이 살아야 서귀포시가 산다’는 사실이 서귀포시를 차츰 움직이고 있다. 서귀포시의 실험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교육발전기금 모금에 참가하려면 농협중앙회 계좌(302-0310-7872-61, 예금주 송형록 서귀포시 교육발전추진위원회)로 입금하면 된다.

자세한 기부 안내를 받으려면 서귀포시 창조도시팀(064-760-3970)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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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 2011-02-26 16:18:05
아 제주시에선 이런 거 안 하나?? ㅠㅠ

십시일반 2011-02-26 10:20:09
나도 참여했는데요. 교육투자가 있어야 서귀포가 살아나요.
만흥 시민이 참여하는 시민 1계좌 갖기운동 좋은 생각이네요

서귀포사랑 2011-02-26 10:09:04
서귀포의 밝은 미래가 보입니다.
계속 화이팅 하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