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02:42 (토)
“손이 안 간 제주음식이 세계적인 웰빙 음식이지”
“손이 안 간 제주음식이 세계적인 웰빙 음식이지”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1.02.04 14: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사람] 제주 첫 향토음식 ‘명인’ 김지순요리제과전문학원장

지난해 5월 제주를 찾은 세계적 음식 거장인 장 조지가 반한 제주 음식이 있다. 다름아닌 몸국이다. 그가 몸국에 반한 이유는 어릴 때 먹던 음식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릴 때 장 조지의 어머니가 양배추와 돼지 내장을 넣고 끓여준 수프의 맛을, 제주에서 ‘몸국’이라는 음식으로 마주한 그였다.

제주에서 음식이라면 김지순씨(74·김지순요리제과전문학원 원장)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김지순 원장이 장 조지 앞에 걸쭉한 몸국을 내놓았다. 그 맛에 장 조지가 반한 것이다. 세계적 셰프인 장 조지의 입맛을 사로잡을 정도라면 김지순 원장의 위력을 알만도 하다.

장 조지(사진 왼쪽)와의 만남.

#세계적 셰프 장 조지도 반만 제주 맛

장 조지를 사로잡은 솜씨도 그렇지만 김지순 원장에게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그가 제주 첫 ‘향토음식명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를 통해 음식이 무엇인지 얘기를 들어봤다.

“의식주가 그렇듯, 음식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지. 더구나 음식은 그 지역의 생활문화이거든. 생활문화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살아온 역사’라고 할 수 있겠지.”

먹는 것. 인간이라면 매일 세끼를 먹는 관행이 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 관행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민족의 이야기이면서, 마을단위마다 구분을 지을 수 있는 문화요소임을 김지순 원장은 강조한다.

장 조지가 누구이던가. 앞서 거론한 세계적 음식 거장이라는 이름만으로는 부족하다. 1959년생인 장 조지는 29세 때 뉴욕타임스 레스토랑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는 등 지난 20년간 뉴요커의 입맛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장 조지가 지난해 제주를 찾은 이유는 한식 기행 다큐멘터리에 제주를 담기 위해서였다. 1월 한달간 미국에서 방영된 음식 다큐에서 그의 입맛을 반하게 만든 제주 이야기를 장 조지는 마음껏 풀어냈다.

#음식은 개발하는 게 아니라 지키는 것

장 조지가 생각하는 음식은 김지순 원장이 느끼고 말하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장 조지가 몸국을 2그릇, 3그릇을 비우더라고. 그 자리에서 장 조지는 음식을 개발하려 들지 말고 지킬 것을 강조했지. 그렇게 돼야만 그 지역에 가서 그 맛을 먹을 수 있다는 거야.”

김지순 원장.
김지순 원장이 말하는 제주음식은 바로 그런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제주도 음식은 제철음식이면서 계절을 거스르지 않는 음식이지.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리려는 우리 조상들의 생각이 담겨 있지.”

김지순 원장이 ‘명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데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외식산업 육성과도 맥락이 닿는다. 제주도의 음식을 향토자원화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난 2009년 ‘제주특별자치도 향토음식 육성 및 지원 조례’가 발의됐고, 지난해 음식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향토음식 분야에서 20년간 활동한 이에게 ‘명인’이라는 타이틀을 준 것이다. 그 첫 영광은 김지순 원장에게 돌아갔다.

명장의 타이틀을 지닌 김지순 원장이 음식을 통해 대중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가진 건 1960년대 후반부터다. 요리강습회를 거쳐 식생활개선운동, 이후 향토음식 보존을 위한 각종 활동을 해왔다.

그런 결과는 제주음식을 전국적인 음식으로, 더 나아가 세계적 웰빙음식으로 자리매김하는 일익을 담당하게 됐다.

일본에서 온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제주 음식을 설명하고 있다.

“일본을 오가기도 하지. 다카오카와 시즈오카에 가서 강연하는 건 물론, 도쿄 등지에서 직접 온 일본인들에게 제주음식을 배워주기도 하지.”

지난 2000년엔 학원 부설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을 설립해 학계와 산업계, 언론, 관련 연구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문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제 그는 제주음식의 달인인 ‘명인’이라는 이름을 갖기에는 부족하다. 제주 음식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문화전도사다.

“거칠고, 손이 많이 가지 않은 음식이 제주 음식이지. 지금으로 말하면 웰빙음식 그 자체인 셈이야. 음식은 조상들이 살아온 생활문화인만큼 이제부터는 제주음식을 어떻게 하면 체계적으로 보존할지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