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간혹,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 대해 무조건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정말 모르는 건지? 아니면 모른 척 하는 건지?’ 과연 어떤 것이 정답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가설을 세워 볼 수는 있다. ‘모르고 싶어 하는 건 아닐까?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은 건 아닐까?’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의력과 기억력의 부족으로 인해 “모른다.”고 대답하지만, 연극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대개 모르고 싶어 하는 욕구로 인해 “모른다.”고 대답한다.

이렇듯 분명히 알 수 있는 현실의 어떤 면(특히 자신이 잘못 한 일들)을 보고 있으면서도 직시하지 못하고 “난 한 적 없다.”, “모른다.”라고 말하는 방어기제인 ‘부인(否認)’을 사용하는 것이 연극성 인격의 주된 특성이다.

연극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의 또 다른 특성은 극적이고(dramatic), 감정의 변화가 빠르며, 자신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타인에게 의존적이고, 대인관계가 피상적인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자신이 모든 사람들의 관심의 초점이 되어야 한다고 여기며, 그렇지 못한 상황을 아주 불편해하기 때문에 과장되고 극적인 감정표현을 통하여 타인의 주의를 집중시킨다.

또한 사교적인 태도를 통하여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갖고자 하며, 실제보다 더욱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등 타인에게 사랑받기를 원하고, 사랑받고 있음을 확신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이러한 자신의 감정을 수용하지 못하고, 따라서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사교적인 태도를 보이기는 하나 내면의 깊은 생각을 공유하거나 진실된 감정을 교류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간섭으로 받아들여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나타낸다.

이러한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지나치게 자극되는, 즉 강렬한 정서를 경험해야 하는 상황에서 쉽게 압도당한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경험과 정서를 분리시켜 “난 괜찮았다.”고 지각하거나, 무의식적인 방어기제인 ‘억압’을 사용하여 기억 자체와 내면적인 욕구를 억누르거나, ‘부정’을 사용하여 경험을 인지하지 못하고(잊어버리고) “모르겠다.”라고 대답한다.

또한 상황을 작위적으로 해석하여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만 듣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나는 항상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아야 한다.”, “내가 재미없고 활기차지 못하다면 주변의 누구도 나를 원하지 않을 거야.” 라는 비합리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내면에는 의존 대상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독립적이고자 하는 마음이 공존하여 언제나 이에 대한 갈등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연극성 인격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연극성 인격장애를 가진 성인은 어린 시절에 어머니로부터 애정 부족을 느끼고 이러한 결핍을 충족시키기 위해 아버지에게 집착하게 된다. 여성은 아버지의 주의를 얻기 위해 애교스럽고 유혹적이며 과장된 감정표현을 익히게 되며, 성장 후에도 남성으로부터의 애정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유혹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 아버지에게 애정적인 욕구를 구하지 못하면 어머니를 닮아 수동적이고 여성적인 정체감을 발달시키는 모습이 나타나거나, 오히려 과도하게 남성적인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여기에서, 이 사교적이고 붙임성 있는 성격의 소유자에게 우리는 어떤 도움말을 해줄 수 있을까?

첫째, ‘숙고’를 통해 반응적 스타일이 아닌 ‘사전 생각 - 후 행동 스타일’이 되도록 노력할 것.

둘째, 매혹과는 다른 영역에서 자신의 가치를 존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

셋째, 자아탐색을 통해 스스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노출하고,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수용하도록 노력할 것.

그런데 이들은 자신의 이런 점을 알고 있을까? 아마도 이러한 자기의 모습을 인정하지 못하고, 다른 누군가를 쳐다보며 이렇게 변해야 한다고 말하고 “음. 난 아냐, 하하하” 하며 웃고 지나갈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통찰력을 가지고 자신의 내면을 직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미디어제주>

<김지윤 객원필진/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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