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8 13:33 (목)
왜 그들은 이력서를 제출하지 않았을까?
왜 그들은 이력서를 제출하지 않았을까?
  • 윤철수 기자
  • 승인 2010.09.19 13:49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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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구직자들이 '등돌린' 일자리박람회 '쪽박' 유감

민선 5기 우근민 제주도정이 취임 후 주요 현안 접근에 있어 종전과는 차별화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해군기지와 영리병원 문제 등에 있어 결과론적으로 '뻔한 결론'이 나올 것 아니냐는 푸념 속에서도 그래도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은 문제를 접근하는 방법상의 차이때문이라 할 수 있다.

최종적인 종착점에 있어서는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과정상의 미세한 차이가 행정수요자인 도민들에게는 '변화'를 느끼게 하는 긍정적 피드백(feedback)으로 이어지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출범 두달이 갓 지난 탓에, 가시적인 성과를 재촉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민선 5기 도정이 그래도 뭔가 해보고자 하는 모습과 변화의 시도는 뭔가 기대를 갖게 한다.

이러한 변화의 시도, 그리고 노력 속에서 행정 수요자인 도민들은 그 실질적 성과가 피부에 와닿을 수 있을 것이다.

▲차별성 보인 일자리 창출계획, 그러나...

도민들에게 피부에 와닿을 수 있는 정책구현 노력은 일자리 창출분야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우근민 도정의 임기 중 일자리 창출 목표는 2만개.

이 2만개라는 일자리 창출목표는 민선 4기 도정의 목표이기도 했다. 수치는 똑같지만, 내용면에 있어서는 뭔가 다르게 펼칠 것이란 기대가 컸다.

우근민 도정은 자립경제 기반구축 분야에서 향토자원 5대 성장산업, 첨단기술 4대 제조업, 성장유망.타켓기업 및 콜센터 유치, 국제자유도시 프로젝트 추진 등을 통해 일자리 1만4600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중소기업 육성 연계 분야에서는 청년희망프로젝트, 사회적기업 육성, 중소기업 창업 지원 등의 사업으로 일자리 1700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한 해외인턴 파견, 기업수요에 따른 맞춤형 전문인력 양성, 청년취업지원서비스 등을 통해서도 3700개의 일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일자리 창출 계획에서 지난 도정과 비교할 때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시책이 가장 큰 차별성이라 할 수 있다. 소위 '청년희망프로젝트'가 그것이다.

기업체에서 청년실업자를 채용하면 2년간 매달 일정한 지원금을 지급하고, 2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해 채용하면 특별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물론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지원대상 기업이 제조업 등으로 한정돼 구상하고 있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은 빚고 있지만, 어쨌든 색다른 시도임에는 틀림없다.

▲첫 일자리박람회는 왜 모양새에만 치중했을까?

그런데, 민선 5기 제주도정이 출범한 후 처음 열린 '2010 제주특별자치도 일자리 박람회'는 여러가지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여러가지 평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수요자인 청년 구직자들에게는 허탈감과 실망감, 그리고 제주에서의 구직활동 한계를 절실히 느끼게 한 부정적 효과로 이어지게 했다는 부정적 시각이 주류를 이뤘다.

한마디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일자리 박람회는 많은 청년 구직자들이 큰 기대를 했다. 참여한 구인기업 규모가 컸기 때문이다.

제주도내 43개 기업에서 162명, 도외 26개 기업에서 247명 등 407명의 취업을 알선한다는 사전 홍보도 사전 기대감을 고취시켰다.

대학측에서 행사를 주관하면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굴지의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홍보도 구직자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이러한 기대감은 행사당일 구직자들이 크게 몰리는 '성황'으로 이어졌다.

때마침 같은 장소에서 개최하던 제2회 글로벌 제주상공인대회 주최측과 주요인사들은 이러한 많은 구직자들이 몰린 것에 대해 잔뜩 고무된 듯 했다. 그들의 모습은 흡족한 표정의 사진으로 표출됐다.

참가자 수에 행사 주최측에서도 크게 고무된 모습이었다. 어떤 이는 어림잡아도 3000명은 족히 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구직자들의 몰림이 얼마나 대단했는가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까지도 단체로 참가했다는 데서 잘 알 수 있다.

교복차림의 학생들, 대학생들, 나이가 든 중장년 실업자에 이르기까지 행사장은 발디딜 틈 없이 대성황을 이뤘다.

▲구직자들은 왜 이력서 제출을 포기했을까?

그러나 허탈하게도, 열려진 뚜껑 안의 내용물은 너무나 빈약했다.

소문은 요란했지만,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선뜻 내놓을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수천명이 몰렸들었다는 행사장에서 제주도내 상당수 구직 기업들은 이력서 몇장 받지 못하는 썰렁함도 연출됐다.

실제 구직기업들이 이력서를 제출받은 건수 자체가 얼마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도외 몇몇 기업의 부스가 구직자들이 몰리면서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왜 그랬을까? 취업문호가 바늘구멍이라는 최악의 고용한파 속에서 왜 이들은 이력서를 작성해 제출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 중에서도, 왜 대학 졸업예정자나 대졸자의 고학력 구직자들은 등을 돌렸을까?

이의 답은 처음부터 예견돼 있었다. 78개 구입업체에서 409명을 채용한다는 대대적인 홍보 속에서도 그 하나하나의 알맹이는 구직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제주도내 기업만 하더라도 그렇다. 특급호텔이나 대규모 리조트와 같은 곳에서 대거 참여했지만, 이들이 원하는 사람은 '단순 업무'의 직업을 원했다.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는 둘째 치더라도, 모집 직종은 단순한 발품을 원하는 곳이 주류를 이뤘다.

제조업이나 유통업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굳이 학력이나 전공을 필요치 않는 단순업무가 많았다.

"몇몇 기업을 빼고는 생활정보지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구인정보 수준이었다"는 한 구직자의 목소리가 이를 잘 말해준다.

대학이나 고용지원센터 등의 취업사이트에만 들어가도 일자리 박람회에서 내놓은 구직정보 보다 더 많은 내용을 볼 수 있다고 항변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학에서 버스를 함께 타고 일자리박람회 현장을 동행취재를 했던 기자는 실망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전공과는 무관한 단순직종 몇개를 나열해 놓고, '409명 채용'이란 규모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한다.

현장에서 그들을 만난 실업관련 기관의 한 관계자도, 중장년 실업자들은 그나마 당장 먹고살기 위해 일자리를 구하려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모습이었지만, 대학생 구직자들은 아르바이트 자리 정도를 물색하는게 아니라면, 포기하고 돌아서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대학 취업관련 기관에서 이번 일자리박람회를 주관했던 것만 보더라도, 지난 일자리박람회의 주 타켓은 '고학력 청년실업자'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허탈감과 실망감만 잔뜩 안겨주었다. 제주에서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 찾기란 정말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새삼 느낀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생활정보지와 무슨 차이?...참가자 동원은 '대박', 내용은 '쪽박'

'생활정보지'에서 제공하는 일자리, 그리고 일자리 박람회에서 제공하는 일자리의 차이는 없었다.

구직자들을 한곳으로 모여들게 하는 행사 겉치레 면에서는 '대박'이 났지만, 그 화려한 이면의 콘텐츠에서는 '쪽박'을 찬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좋은 구경'을 했다는 것 만으로 그들에게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면,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닐까?

일자리 박람회를 마무리하면서 제주도내 일부 구직업체에서는 기대했던 것만큼 이력서를 적게 제출받은 것과 관련해, "구직자들이 눈높이 낮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물론 그들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이번 박람회가 화려함 속에서도 실효성이 극히 낮았던 것은 지나친 보여주기식 '행사성'으로 흘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엄청난 비용을 들이면서 마련한 일자리 박람회. 일부에서는 글로벌 제주상공인대회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한 들러리 행사였다는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변화'를 모토로 한 민선 5기 제주도정의 첫 일자리 행사치고는 실망이 크다. 행사주최측의 자화자찬식 만족이 있었을 뿐, 구직자의 눈높이에서 행사를 준비하고 성과를 거두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행사개최 장소나 구인정보 콘텐츠 모두 구직자가 아니라, 행사주최측의 눈높이에 맞췄을 뿐이다.

진정성을 담아내지 못하고 겉치레에 치중했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민선 5기 도정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수천명이 몰렸던 '성황'을 이룬 행사였음에도, 피드백의 내용이 너무나 좋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왜 일자리박람회와 같은 행사에서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는지를. <미디어제주>

[현장취재 기사보기] '소문난' 일자리 박람회, "과대포장 아녀?"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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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러리 2010-09-21 18:22:11
자기들의 축제에 뭇매하고 불쌍한 구직자들을 들러리로 삼다니

말세 2010-09-20 19:15:24
이런게 쓸돈있으면 밥굶는싸람축석이나 잘새게하지
현실이 이런데도 행사떡고물먹으려고 여론왜곡하는 언론이 있으니 말세로다

2010-09-20 10:39:10
모 신문은 대박이라고 대서특필하던데
여기는 쪽박이라고 하네요.
이래도 괜찮을까요?

음. 2010-09-19 16:42:11
행사보다 개회식에 치중하는 공무원 머리가 바뀌지 않았는데.

일자리 2010-09-19 14:23:33
해마다 같은시기에 요식적으로 하려하지말고 아랫님 지적처럼 좋음일자리 정보있는 연말에 하시든지 ㅉㅉ
우 도정 첫해요ㅏ치고는
꼭 성공은 모 인사 폼잡는데 도움준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