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지사 첫 재판 출석, 4시간 가량 불꽃 공방

검찰측 “컨설팅은 명목일 뿐 … 선거운동 위해 준비된 업무협약” 변호인측 “도내외 업체들간 자율적으로 이뤄진 업무협약” 반박

2023-03-22     홍석준 기자
22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영훈 지사가 직접 제주지방법원에 출석, 첫 증인신문이 진행되면서 본격적인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22일 오후 2시부터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진행된 재판에는 오영훈 지사를 비롯한 5명의 피고인 외에도 제주도선관위 관계자 등 3명이 증인으로 출석, 검찰과 변호인측의 증인신문이 번갈아가면서 진행됐다.

4시간 가량 이어진 이날 증인신문의 쟁점은 지난해 5월 16일 당시 오영훈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20개 상장기업 유치 및 육성 업무협약식’이 누구를 위한 행사였는지 여부였다.

검찰 측은 16일 당시 오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진행된 향토기업 컨설팅이 명목상 행사였을 뿐, 사실은 오 지사의 대표적인 공약사항 중 하나인 ‘20개 상장기업 유치 및 육성’과 관련한 업무협약이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증인으로 출석한 제주도선관위 관계자는 검찰에 오 지사 등을 고발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기 전 사전선거운동이기도 하지만 단체의 조직과 직위를 이용해 선거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중대한 선거범죄로 판단했다”면서 이 경우 공식적인 선거운동기간 중에도 할 수 없는 불법적인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당시 서귀포시 신활력플러스사업추진단이 컨설팅 명목으로 업체 대표들을 오 후보의 선거사무소에 모이게 하고 후보 간담회와 업무협약을 진행한 것을 두고 집회를 이용한 선거운동이라고 판단해 검찰에 고발하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반면 변호인측은 “업무협약식은 도내‧외 업체들간 업무협약식이었는데, 오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개최됐다는 이유만으로 오 후보측에서 주도한 것으로 검찰이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업체들간 자율적으로 이뤄진 협약이었다”고 반박했다.

애초 신활력플러스사업추진단에서 준비하던 행사는 추진단의 사업에 참여하는 액션기업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이었으나 컨설팅을 맡은 업체가 오 후보와 면담을 갖고자 했고, 당초 서귀포시내에 있는 추진단 사무실로 예정돼 있었던 장소를 오 후보의 선거사무소로 변경하게 된 것도 서울에서 참여하는 업체 관계자들의 편의를 위해서였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측은 추진단의 사무국장을 상대로 한 증인신문 도중 협약식에 참여한 도내 기업 중 한 곳을 지목, 직원이 단 한 명뿐인 영세한 업체라는 점을 들어 “상장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던져 업무협약 자체가 오 지사의 공약을 돋보이게 하려는 이벤트였음을 지적했다.

애초부터 상장 가능성이 없는 업체들을 모아놓고 당시 오 후보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20개 상장기업 유치 및 육성’ 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해 마련된 업무협약이었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이에 검찰 측은 “당시 오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진행된 추진단의 관련 업체 컨설팅과 오 후보 간담회, 업무협약식 행사가 찍힌 영상을 확인해보면 될 것”이라면서 다음 재판에서 관련 영상과 오 지사가 기소된 후에 입장문을 발표한 영상 내용을 확인해볼 것을 제안했다.

4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재판이 끝나고 법정을 나서던 오 지사는 취재진의 질문에 “변호인들이 저의 입장을 잘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재판부가 잘 판단할 일이기 때문에 성실히 재판에 임하는 것이 도민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야당 탄압을 주장했던 데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기소 당시에 얘기했던 부분인데 지금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면서 입장 표명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한편 오 지사 등에 대한 다음 재판 기일은 2주 후인 4월 5일로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