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선 심으면서 마지막 한 그루 벚나무까지 뽑아내는 제주시

제주시, 일주도로 확장 제성마을 벚나무 그루터기 제거 나서 마을 주민들 및 환경단체 등 반발 ... "남기기로 주민과 약속" 같은 날 오전, 강병삼 시장 사라봉서 벚나무 심기 ... 비판 이어져

2023-03-14     고원상 기자
14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시가 일주도로 확장을 위해 제성마을 일대 벚나무들을 뽑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강병삼 제주시장이 나서 벚나무를 심는 모습을 홍보하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제주시는 14일 오전 제주시 연동 제성마을 앞을 지나가는 일주도로 가로변에 심어진 마지막 남은 벚나무의 그루터기를 뽑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벚나무를 뽑는 것에 반대해온 마을 주민들과 마찰이 생기면서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제주시는 이보다 앞선 지난해 3월 일주도로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제성마을 입구 부근에서 40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벚나무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벚나무들이 제거되기 시작하자 마을회에서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나무를 제거하기 위한 공사가 이뤄질 때에도 마을 주민들이 나와 항의를 하고 대치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벚나무들을 하나 둘 뽑혀나가기 시작했고, 마지막 한 그루의 벚나무 그루터기만 남게 됐다.

제성마을벚나무대책위에 따르면 제주시는 이 한 그루 남은 벚나무 그루터기를 보전하기로 주민들과 약속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약속과는 다르게 제주시는 14일 오전 이 그루터기마저 제거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벚나무 대책위와 마을주민들은 이에 반발하며 “주민들도 모르게 그루터기를 제거하려는 작업을 강행하려 했다”고 질타하고 나섰다. 아울러 특히 벚나무의 그루터기에서 새롭게 싹이 트자, 제주시가 이를 보고 그루터기를 제거하려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루터기를 지키기 위한 대치에 나섰다. 대치상황에서 마을주민 등은 “마을에 있던 벚나무들을 무단으로 없애면서 딱 한그루 그루터기가 남아 있었는데, 이걸 마을에서 지켰다”며 “지금 새로 싹이 돋아나고 있는데, 그걸 제주시에서 없애려고만 하고 있다. 제주시가 지금과 같은 기후위기 시기에 의지가 있다면 이걸 그냥 없앨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강병삼 제주시장이 이날 오전 사라봉 일대에서 왕벚나무를 심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비판까지 더해지고 있다.

강병삼

강 시장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사라봉 일대에서 벚나무 약 350 그루를 심는 행사에 동참했다. 제성마을 일대에서 마지막 남은 벚나무를 뽑으면서 시민들과 대치하고 있던 가운데, 불과 6k 떨어진 거리에서는 시장이 벚나무를 심고 있었던 것이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이에 “벚나무 한 그루를 마구 학살하듯 처리하는 시장이 환경을 생각하는 시장으로 포장하려고 하는 것인가”라며 “시민들이 어떻게든 살려내고자 하는 의지를 짓밟으면서, 기어코 주민들 몰래 강행하는 것이 시장으로서의 기본 자세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참여환경연대는 그러면서 “강 시장은 오늘(14일) 사라봉에서 벚나무를 심는 것이 민낯을 감추려는 거짓 가면이 아니라면, 도시의 환경 및 시민의 건강과 밀접한 가로수에 대한 보존 의지를 명확히 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반환경적인 시장으로 판단하고, 제주시를 위해 퇴진 요구에 나설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