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 선율로 이어진 ‘아버지와 아들’ 4명의 특별한 무대

40년째 이어져온 오현고음악부동문회 공연 무대, 1‧2호 부자동문 배출 ‘눈길’ 설 연휴 앞둔 20일 고교음악부동문 신년음악회에서 만난 부자(父子) 이야기

2023-01-21     홍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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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아버지와 아들.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만날 수 있는 아버지와 아들의 얘기를 포함해 우리는 주변에서 수많은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설 연휴를 목전에 둔 지난 20일 저녁, 아주 특별한(?) 무대에 함께 오른 두 부자(父子)를 만날 수 있었다.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오현음악부동문회의 신년음악회. 올해로 22회째를 맞은 이날 정기공연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한 무대에서 선 오현고 음악부 동문 가족의 얘기다.

이제 갓 오현고를 졸업한 김종수 군(클라리넷)과 38회 졸업생 아버지 김상훈 씨(퍼커션), 그리고 대학에 진학해 음악 동아리 활동까지 열심인 69회 김효상 군(베이스 트롬본)과 아버지 37회 김현종 씨(바리톤 색소폰).

한 시간 삼십 분 가량 이어진 공연이 끝난 후 잠시 만남을 가진 이들 4명의 부자는 다른 여느 가족의 부자들과도 전혀 다르지 않은 분위기였다.

김상훈 씨는 아들 종수 군이 어떻게 밴드부를 시작하게 됐느냐고 묻는 질문에 “공부하기 싫으니까 밴드부를 시작했겠죠”라며 웃으며 아들을 쳐다봤다. 아들 종수 군도 멋쩍은 웃음으로 아버지의 얘기를 부인하지 않았지만, 내심 졸업을 하자마자 음악부동문회의 신년음악회 무대에 아버지와 함께 연주에 참여하게 된 스스로에게 뿌듯한 마음을 갖는 듯했다.

5일 정도에 불과한 연습 기간이었지만, 부자가 함께 같은 공간에서 음색을 맞춰본 것만으로도 이들 부자에게는 아주 특별한 시간이었을 게다.

지난해 대학에 진학한 효상 군과 아버지 현종 씨는 오현고 음악부 동문 뿐만 아니라 대학 밴드 동아리까지 끈끈한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고 한다.

우연히 어머니에게 밴드 동아리에 가입한 사실을 대화 중에 효상 군이 얘기하게 됐고, 그 밴드 동아리 이름을 확인한 어머니로부터 아버지 현종 씨가 대학 시절 활동했던 동아리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다.

효상 군은 아버지와 함께 무대에 선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음악을 통해 서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다.

다만 “실수할 때마다 아버지 눈치를 살피게 되는 건 좀 긴장되는 부분이지만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기도 한 것 같다”면서 연습 과정과 무대에서 느낀 아버지와 묘한 긴장 관계(?)를 내비치기도 했다.

아버지 현종 씨는 “음악부 동문회 내에서도 부자가 함께 무대에 선 1‧2호 부자 동문이 돼 뿌듯하다”고 말하면서 앞으로도 함께 음악으로 호흡을 맞추게 될 아들과의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못했다.

오현고음악부동문회의 신년음악회는 지난 1984년부터 시작돼 횟수로는 22회지만 40년 가까이 이어져왔다. 애초에는 격년제로 열리던 음악회가 10여 년 전부터는 매해 열리고 있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2019년이 마지막 무대였다가 3년만에 다시 신년음악회를 갖게 된 것도 이들 4명의 부자에게는 특별한 무대를 안겨준 기회가 됐다.

한편 이날 음악회에서는 신성동문합창단과 오현OB합창단의 콜라보 무대, 소프라노 강정아의 협연까지 어우러져 설 연휴를 앞두고 문예회관을 찾은 동문들과 가족들에게 다채로운 관악의 선율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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