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아트플랫폼에 돈자랑 말고 도민 위한 전시실 늘리라”

[제주도문예회관을 말한다] <하> 전시실 확충이 관건

2022-11-03     김형훈 기자

제주도문예회관 대관 비율은 95%에 달해

“행정과 도의원의 관심 절대적으로 필요”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개관 34년을 넘은 제주도문예회관은 문화예술을 아끼는 제주도민들에겐 ‘제주문화의 상징’과 같은 공간이다. 제주도문예회관에서 열리는 공연과 전시를 한 번쯤 접하지 않은 도민은 없기 때문이다. ‘관계’를 중시하는 제주도의 지역 특성상 공연과 전시 역시 ‘관계’를 벗어날 수 없어서다. 내가 아는 예술가가 전시를 하기도 하고, 이웃이 단체전에 작품 하나를 내걸기도 한다. 이리저리 얽히다 보니 제주도문예회관은 문화예술을 내걸지 않는 이들에게도 오가는 공간이 된다.

이렇듯 제주도문예회관은 모든 제주도민들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다. 문제는 한 세대가 지나도록 제주도문예회관을 뛰어넘을 전시 공간은 나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1980년대 그 암울한 시대와, 선진국이 된 2022년의 상황은 달라도 너무 다른 환경이다. 제주도문예회관을 지을 당시엔 수십 년을 내다봤겠지만, 지금의 시선에서 보면 공공이 선사하는 전시환경은 너무 열악하다.

제주도문예회관은 늘 만석이 된 비행기의 모습이다. 제주도를 오가기 위해 표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대기’를 감내해야 하듯, 제주도문예회관도 그렇다. 도문예회관의 대관 비율은 95%에 달한다. 더 이상 들어갈 틈이 없다는 뜻이 된다.

매년 10월이면 문예회관 전시실을 대관하는 예약 신청을 받는다. 떨어지는 비율은 매우 높다. 대관을 받지 못한 이들은 수시대관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30년

문화예술은 창작의 즐거움을 담보로 한다. 창작의 즐거움을 혼자 간직하는 이들도 있을테지만, 자신의 작품을 대중에서 선보이는 일은 더 즐거운 행위이다. 그게 바로 ‘전시’인데, 그 행위는 전문적인 예술가들에게만 필수적인 행위는 아니다. 제주도는 ‘문화예술의 섬’을 표방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전문적인 예술가가 아닌, 생활예술인들도 창작과 전시의 즐거움을 줄 공간은 내줘야 한다. 공공의 역할은 바로 거기에 있다.

전시 공간은 없고, 전시 일정도 짧다. 수많은 이들이 전시를 원하기에 문예회관 전시실을 6일 이상 내줄 수 없다. 금요일에 전시를 할 작품을 내걸고, 다음날인 토요일부터 6일간 전시가 이뤄진다. 그렇다고 6일을 온전히 전시 작품을 감상하는 건 불가능하다. 전시 마지막 날은 철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시 공간이 더 많다면 예술인들의 작품을 더 즐겨보고, 이웃의 작품도 더 즐겨볼 수 있을테지만, 그건 꿈에 불과하다.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제주도 당국이라면 전시 공간 확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도민들의 생각을 대신 말해주는 제주도의원이라면 더 그래야 한다.

엉뚱한 곳에 돈을 들이지 않는다면, 도민을 위한 전시 공간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제주도의 행태를 보라. 가치도 없는 건축물을 100억에 사들여서 제주아트플랫폼을 만든다고 하지 않는가. 실제로는 100억이 아니다. 리모델링만 수백억이 들지도 모른다. 그런 돈이라면 도민을 위한 전시공간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은 문화예술을 누릴 줄 안다. 선진국에 사는 우리들은 더 많은 전시를 하고 싶어한다. 문화예술을 누릴 줄 알기 때문이다. 공공이 그걸 따라오지 못한다면 공공은 여전히 선진국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봐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제주아트플랫폼과 같은 엉뚱한 곳에 ‘돈자랑’만 하지 않으면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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