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장 때문에 용천동굴 은폐? "월정리 무너진 지반, 신규 동굴 가능성"

2022-10-06     김은애 기자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세계자연유산이자 국가지정문화재로 보호받는 용천동굴 주변, 본류로 추정되는 신규 동굴의 흔적이 발견되며, 시민사회와 지질학 전문가가 고발에 나섰다.

10월 6일 오전 11시 시민단체 ‘제주진실탐사대’는 기자회견을 갖고 신규 동굴로 추정되는 지점과 주변 정황 증거 등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과 엄문희 활동가는 신규 동굴 존재의 가능성을 말하며, 총 네 가지 증거를 밝혔다. 아래 내용이다.

 

증거1. 월정리 곳곳에서 발견된 지반 무너짐 현상

제주진실탐사대는 이날 동굴 유로로 추정되는 현장을 공개했다. 지반이 움푹 꺼지거나 무너진 현장이다.

강순석 소장은 “지반이 무너진 현장을 직선으로 연결하면, 만장굴에서부터 일직선에 가깝게 이어진다” 밝혔다. 이는 용암동굴의 일반적인 특징이며, 해당 구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다면, 신규 동굴이 발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반이 무너진 현장의 구멍을 들여다보면, 규모가 상당하다. 성인 남성의 팔 길이가 들어가고도 남는 정도 크기의 구멍이 발견된다.

 

증거2. 월정리에서 발견되는 습지 및 용천수가 신규 동굴의 가능성을 증거한다

강순석 소장은 지반이 무너진 현장 중심으로 습지가 다수 분포해 있음을 알렸다. 또 그 주변으로는 비가 오면 물이 터진다는 물길이 있으며, 사시사철 흐르는 용천수도 존재한다.

강 소장은 “지표면에 늘 물이 흐른다는 사실은 지하에 빈 공간(동굴)이 있음을 방증한다”며 신규 동굴 존재의 가능성을 말했다.

 

증거3. 현재 알려진 동굴의 규모에 오류가 존재한다

강 소장은 용천동굴의 특성을 알면, 기존 동굴조사보고서에서 오류를 찾을 수 있다 말한다. 만장굴에서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등 순서로 이어지는 동굴은 ‘용암’이 흘러 형성된 동굴이다.

이에 대해 강 소장은 "폭 10m 이상 대규모 동굴 내부는 용암의 ‘배수로’ 역할을 한다"며, “만장굴의 규모는 폭 18m, 폭이23m에 달한다” 말했다.

이 논리에 따르면, 해당 규모만큼의 동굴이 지속되어 월정리 해안까지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월정리 해안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진 용천동굴은 규모가 이보다 협소하다.

이런 이유로 강 소장은 “만장굴에서 흘러온 나머지 용암은 어디로 간 것이냐”며 “이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가지굴 혹은 본규로 추정되는 신규 동굴이 용천동굴 인근에 존재함을 의미”한다 말했다. 또 강 소장은 현재 알려진 용천동굴의 위치 또한 사실과 다를 수 있다 말했다.

 

증거4. 용천동굴 유로는 학술적으로 해명이 어렵다

강 소장은 제주도가 주장하는 용천동굴 유로에 오류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알려진 용천동굴은 만장굴입구 사거리에서 90도 가까이 틀어서 흐르고 있다”며, 학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강 소장은 “제주도가 발표한 ‘만장굴 용암동굴 형성과정’ 보고서를 보면, 만장굴에서 용천동굴 하류까지 직선상 지표경사는 1.5도 내외로 매우 완만해야 한다” 말했다. 이는 용암동굴의 특징이며, 하와이 용암동굴의 경우에도 이와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가 발표한 보고서 상 용천동굴의 유로는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에 강 소장은 “현재 알려진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 유로는 만장굴에서부터 흘러온 용암의 ‘본류’로 보기 어려울 뿐더러, 학술적으로 해명이 어려운 유로”라며 “오히려 용천동굴의 다른 본류가 인근에 있다고 추정하는 편이 합리적”이라 말하고 있다.

제주진실탐사대는 위 증거를 들며, 제주도가 신규 동굴의 존재를 알면서도 고의로 은폐했을 거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신규 동굴의 유로가 만장굴에서 제주동부하수처리장으로 향하고 있어, 고의로 존재를 지웠다는 주장이다.

이에 제주진실탐사대는 제주도에 “용전동굴 주 유로에 대한 공동 조사”를 제안했다. 또 엄문희 활동가는 “10년 넘게 용천동굴 하류 지역을 방치한 사실에 대해 제주도는 공식적인 방법으로 설명과 반성문을 내야 할 것”이라며 “동부하수처리장 공사를 강행해 문제를 덮으려고 시도한다면, 시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를 전하기도 했다.

이같은 지적에 현장을 찾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제주진실탐사대가 요구한 조사의 진행 여부는 현재 확언하기 어렵다' 말하면서도, 관련 검토는 진행하겠다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