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북 앞바다 오수 콸콸, 해명 들어보니... "빗물은 원래 더럽다?"

[기획특집: 이면을 보다] 화북천을 둘러싼 13번째 이면 17일 화북천 앞 바다, 오수 쏟아져... "악취 및 부유물로 바다 오염" 오수 문제 위해 최근 월류수 처리시설 완공됐지만... "문제는 여전"

2022-08-17     김은애 기자

기획특집 <이면을 보다>는 제주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 그 이면에 숨은 이야기를 다룹니다.

모든 사람에겐 이면이 있듯, 사건에도 이면이 있습니다. 여러 이면을 통해 본질을 보게 되는 여정, 어쩌면 조금 더딜 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사건의 본질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질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는 있을 겁니다.

해당 기획은 화북 지역에서 벌어지는 무분별한 오수 배출 및 홍수 피해 등 현안을 다룹니다. [편집자주]

화북 앞바다, 오수 쏟아져 악취 진동

17일 화북천 하류와 이어지는 화북 앞바다에 오수가 쏟아지며, 환경훼손과 악취 문제가 다시 또 대두되고 있다.

강우 시 화북 앞바다에 위치한 하수관에서 쏟아지는 오수 문제. 오랫동안 주민들로부터 제기되어 온 화북 지역의 현안이다. 강우 시 우수와 오수가 한꺼번에 화북중계펌프장으로 몰리게 되고, 이 과정에서 오수와 우수가 뒤섞여 흘러 넘쳐 화북 앞바다로 내쳐지는 것이다.

<미디어제주>가 현장을 찾은 것은 17일, 이날 제주 지역에는 약 20~70mm(일부 지역 120mm 이상) 많은 비가 내렸다. 이에 대한 영향으로 화북 앞바다에는 어김없이 오수가 쏟아지고 있었다. 화북중계펌프장에서 바다 쪽으로 가까이 갈수록 악취는 심해졌고, 육안으로 봐도 더러운 물이 하수관을 타고 하염없이 바다로 흐르는 모습이었다. 아래 영상을 참고하자.

 

최근 ‘월류수 처리시설’ 준공했건만… “여전히 오수는 콸콸”

문제는 이번만큼은 오수가 바다로 내쳐지는 상황이 벌어지면 안 됐다는 사실에 있다.

제주도는 해당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 반대에도 불구, 올해 간이공공하수처리시설(월류수 처리시설) 준설공사를 완료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사업의 실효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제주도는 강우 시 발생하는 월류수 문제(우수와 섞인 오수가 흘러 넘치는 현상) 해결을 위해 월류수 처리시설을 올해 준공 완료했다. 이 사실을 감안하면, 이제 강우 시 화북 앞바다에 흐르는 월류수는 깨끗하게 정화된 물이어야 한다. 아래 월류수 처리시설 사업 개요를 참고하자.

화북

하지만 앞서 서술했듯 17일 화북 앞바다에는 악취가 나는 오수가 흘렀고, 인접해 위치한 멸종위기종 ‘기수갈고둥’ 서식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아래처럼 말이다.

월류수 문제 해결을 위해 처리시설이 설치됐지만, 여전히 오수는 흐르는 상황. 행정은 어떤 입장일까.

현장에서 만난 월류수 처리시설 시공 및 관리업체 관계자는 시설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빗물은 원래 더럽다”면서, 도로의 쓰레기나 축사에서 나온 오물 등이 빗물과 섞여 우수관으로 흐르기 때문에 이번 문제가 발생했을 거라는 견해를 내놨다. 월류수 처리시설에서 깨끗하게 월류수를 처리하더라도, 화북 앞바다에 위치한 하수관에는 빗물로 인한 오수가 유입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업체 관계자는 월류수 처리시설에서 처리된 처리물(오수+우수)을 흘려보내는 하수관과 우수관이 별개로 존재한다며, 이날 발생한 오수 문제가 시설과 관계가 없다 자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현장에서 만난 다수 주민들은 “월류수 처리시설을 설치했음에도, 오수가 월류되고 있다”면서 “이는 월류수 처리시설이 쓸모없는 시설임을 방증한다” 말했다. 행정의 하수처리계획이 땜질 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행정(업체)과 주민 간 의견이 상이한 상황. 무엇이 진실일까.

이날 현장을 찾아 살핀 제주참여환경연대 홍영철 대표는 주민 의견에 한 표를 던졌다. "원칙대로라면 바다에 이같은 오수와 부유물이 흘러서는 안 된다"면서 월류수 처리시설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해석이다.

홍 대표는 "행정은 월류수 처리시설을 설치하면, 오수(월류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밝힌 바 있다"면서 "문제 해결이 전혀 안 된 오늘(17일) 현장을 보면, 행정이 주민을 기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화북 앞바다 쏟아지는 오수, 이유는 뭘까?

주민들은 말한다. “행정의 하수처리계획이 땜질 식으로 운영되며, 강우 시 오수가 화북 앞바다로 계속 흐른다”라고.

무슨 의미일까.

이는 화북 및 인근 지역에 존재하는 ‘합류식 하수관(오수와 우수가 함께 흐르는 하수관)’ 때문이다. 아래 기사를 참고하자.

*미디어제주 2021.12.20일자 기사: "화북 앞바다 악취와 오염, 제주도에 책임 있다"

제주도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제주도가 완료하지 못한 화북처리분구 내 합류식 하수관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펌프장의 처리용량을 초과하는 하수가 정화되지 못한 채 월류되어 화북천 인근 해안에 그대로 방류되며, 해안가 오염 및 악취 발생 등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밝힌 것이다.

즉, 화북의 월류수 문제 해결을 위해선 합류식 하수관의 오수관, 우수관을 분리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행정이 이를 완료하지 않았기에, 강우 시 상당량의 오수가 화북 앞바다로 쏟아지고 있다.

 

문제의 원인을 알지만, 움직이지 않는 행정

이 문제를 행정은 알까.

현장에서 만난 화북중계펌프장 관계자는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기자가 “월류수 처리시설을 만들었지만, 왜 아직도 오수가 화북 바다로 흐르고 있나” 라고 묻자 관계자는 “합류식 하수관이 아직 일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다시 물었다. “분류식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완료한다면 월류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라고. 관계자는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왜 행정은 아직도 분류식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서두르지 않는 걸까. 이 문제를 지적하자 관계자는 자신도 그것이 답답하다며, 기자의 문제 제기에 공감을 표했다.

결국 수백억 예산을 들여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실시하고, 월류수 처리시설을 설치했건만. '합류식 하수관'이 존재하는 한, 강우 시 오수가 바다로 쏟아지는 화북 지역의 문제는 끊임없이 계속될 테다.

이에 화북 주민들은 “지금도 화북 앞바다는 오염되고, 썩어가고 있다”면서 “방만한 행정 운영으로 고통받는 것은 주민들”이라며 문제 해결을 행정에 촉구하고 있다.

한편, 주민들이 행정의 해명에 불신을 제기하자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는 화북 앞바다 물과 월류수 처리시설의 물 시료를 채취,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하기로 했다. 양측 시료의 성분이 흡사하다면 월류수 처리시설이 무용지물이라는 주민들의 주장이 입증되는 셈이다. 

또한 18일 주민들은 화북동사무소를 찾아 동장과 면담을 진행한다. 화북 앞바다 오수 문제 및 인근 상습침수지역 현안을 논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