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그루 나무 훼손 제주자연체험파크, 결격사유에도 절차진행?

"사업부지 임대계약 무효에도 제주도의회 통과" "동복리 마을, 날짜 바꾸고 임대재계약 채결"

2022-05-31     고원상 기자
제주자연체험파크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자연체험파크와 관련해 결격사유가 있었음에도 제주도의회에서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통과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단법인 곶자왈사람들과 제주참여환경연대 등은 31일 논평을 내고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결격사유를 갖고 있는 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 동의안을 ‘무개념’으로 통과시켰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이 문제 삼은 내용은 사업부지의 임차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 지난 3월29일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심의를 통과하고 제주도의회 본회의까지 통과했다는 점이다.

이들에 따르면 자연체험파크의 조성사업은 구좌읍 동복리 마을소유지를 50년간 임차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30일까지 마을 소유의 토지에 대한 임대 계약금을 사업자가 내지 않아 계약이 무효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곶자왈사람들과 참여환경연대는 “한 마을 주민이 이 내용을 지난 2월8일 환경도시위원회 위원장과 소속 의원들에게 알렸지만 환경도시위원회는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통과시켰다”고 질타했다.

이들에 따르면 이 내용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 동복리 마을에서는 4월30일 마을 총회를 갖고 임대재계약에 대해 의결하려 했지만 주민반발로 의결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곶자왈사람들과 참여환경연대는 “이후 마을총회도 거치지 않고 사업자측과 동복리마을의 재계약이 이뤄졌는데, 재계약 체결 시점이 3월16일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마을총회의 의결도 거치지 않고, 절차적 정당성을 짜맞추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서 계약서를 체결하는, 있어서는 안 될 부정이 저질러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를 향해 “절차적으로 심각한 결격 사유가 있는 이 사안에 대해 명확하게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한편,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은 당초 ‘제주사파리월드’라는 이름으로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산1번지 일원에 추진돼 왔다. 사업 추진 초기부터 곶자왈훼손 등의 논란에 휩싸였던 이 사업은 2019년 사업계획을 변경, 오는 2023년까지 74만4480㎡ 면적에 사파리를 제외한 관광휴양시설 등을 조성한다는 방향을 잡았다. 이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동의안은 지난 3월29일 제주도의회를 통과했다. 현재 제주도의 사업승인 절차만 남아 있다.

하지만 사업승인이 이뤄지기 전에 사업부지 안에서 수백그루의 수목훼손이 이뤄지고 환경영향평가서에 들어가지도 않은 멸종위기종인 개가시나무 등의 훼손도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아울러 이번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자연체험파크와 관련된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