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법도 법일까 "제도 허점 있어도, 감사 대상은 아냐"

감사원, 제주아트플랫폼 감사청구 6건 중 5건 기각 "사유는?" 제도 허점 있어 개정됐지만 "위법은 아니라 감사 실시 안 해"

2022-04-12     김은애 기자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100억원 부동산에 계약금 2원, 계약해지 위약금 20억원".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추진 중인 제주아트플랫폼 조성사업 관련 이야기다.

관련해 제주도의회는 사업이 추진되던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감사원이 밝힌 결과에 따르면, 사안의 대부분이 감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감사가 진행된 것은 6건의 청구내역 중 단 1건이다.

*관련기사: 제주아트플랫폼, 제주도의 ‘뒷북’ 지방재정투자심사 드러나 / 2022.3.16.

그렇다면 5건의 청구내용은 왜 감사가 실시되지 않은 걸까? 이것이 ‘사업에 문제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다. 오히려 감사가 실시되지 않은 항목들로 인해 새로운 문제가 보인다. 

현행법, 제도, 규칙 등에 커다란 구멍이 있더라도, ‘악법도 법이다’라는 시각으로 감사는 실시되지 않을 수 있다. ‘현행법이 그러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어도 지적이 어렵다는 식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100억 이상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임에도 도지사가 아닌, ‘도청 국장’의 승인만으로 예산 집행이 가능했던 제도 문제를 지적한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이는 제주도의회가 '제주문화예술재단 설립 및 육성 조례' 개정을 통해 보완을 마친 부분이다.

제주도의회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이 기본재산 중 100억원 상당을 '재밋섬 부동산 매입비'로 사용하려 한 사실과 관련해 감사를 청구했다. 위 내용을 참고하자.

그리고 감사원은 위 참사청구 내용에 대해 “위법, 부당한 사항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 감사를 아예 실시하지 않았다. 조례 개정 전 이뤄진 예산 승인(국장 전결)이기에 당시 조례 상 위법사항이 없었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회는 지난 2018년 제주아트플랫폼 조성사업을 위한 재밋섬 부동산 매입비 100억원을 승인, 관련 예산서를 승인했다. 해당 예산서는 곧 제주도청으로 올라갔고, 제주도지사가 아닌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의 권한으로 승인이 이뤄졌다. 대의기관인 제주도의회는 이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제주도의회가 문제의 근거로 삼은 것은 “제주특별자치도 재무회계 규칙에 의거, 10억원 미만의 공사 또는 토지의 매입에 관한 사항만 실장, 국장이 전결로 집행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100억원을 초과하는 사업 예산서 승인을 도지사가 아닌, 도청 국장이 진행한 사실에 문제가 있다는 해석이었다.

하지만 감사원의 생각은 달랐다. 당시 규칙 등에 따르면, ‘문화예술단체 지원계획 수립’에 대한 승인사항은 국장 전결사항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장이 전결 가능한 예산의 한도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당시 법상으로는 100억원 재밋섬 부동산 매입은 물론, 혈세가 아무리 많이 투입되더라도 ‘문화예술단체 지원’ 관련 사업이라면, 국장 전결로 예산서 승인이 가능했다. 도지사나 도의회의 승인은 거치지 않아도 됐다.

해당 제도의 구멍은 현재 일정부분 보수가 이뤄진 상태다. 앞서 언급했듯 제주도의회가 제주문화예술재단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노라 밝히며 조례 개정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이제 제주문화예술재단이 기본재산을 사용하거나 처분·매각하려면 반드시 도의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

감사원은 이 같은 당시 제도의 허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단지 제주도가 “규정을 준용해 예산서의 승인 등 재단 운영지원 및 지도, 감독 업무를 국장 전결로 처리”했다 보고, “이 건 부동산 취득을 국장 전결로 승인한 절차에 위법, 부당한 사항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밝혔다. 이에 공익감사청구 처리규정 제20조 규정에 따라 감사는 진행되지 않고, 청구사항은 종결 처리된 상태다.

제도에 구멍이 발견되어 제주도의회가 나서 조례 개정까지 추진한 사안이지만, 감사원은 제주도가 당시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며 단순 종결 처리로 청구내용을 마무리한 것이다.

이는 감사원이 감사를 실시하지 않은 사안이라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특히 ‘법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가 앞으로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기에.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에는 언론은 물론 제주도청과 도의회 등 모두가 두 눈 크게 뜨고 감시에 임해야 하겠다.

기사는 이어진다. 나머지 감사가 이뤄지지 않은 4건에 대해서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