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앓는 제주 곳곳의 오름들, 탐방객 증가에 산악자전거까지

[제주도 오름 기본계획] ① 늘어나는 제주오름 훼손 ... 10여개 오름 몸살 금오름서 일부 멸종위기 생물 개체수 감소 아부오름서는 산악자전거에 따른 훼손도

2022-04-08     고원상 기자

제주도가 가지고 있는 대표적 자연환경 자산인 오름의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탐방객 증가와 그 외 많은 요인들이 제주 오름에 악영향을 끼치며 훼손 정도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제주도는 이에 따라 오름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제주도 오름 기본계획'을 지난 3월 내놨다. <미디어제주>는 이 '제주도 오름 기본계획'을 내용을 세밀하게 살펴보며 그 내용을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내 오름을 찾는 인원들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해 훼손이 이뤄지고 있는 오름도 늘어나고 있다. 더군다나 현재 자연휴식년제에 들어간 오름 중 일부 역시 무단출입 등이 지속되면서 자연복원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가 지난달 내놓은 5개년 ‘제주도 오름 기본계획’에 따르면 제주도내 10여개의 오름에서 탐방객의 증가 등에 따라 식생훼손 및 쓰레기 무단투기 등의 오름 훼손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본계획에 따르면 제주도내에는 모두 368개의 오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이 중 인지도가 높은 오름과 과도한 탐방으로 훼손이 이뤄지고 있는 오름 등 47곳의 오름에 대해 현장 조사에 나섰다.

조사는 ‘제주환경자산(오름) 보전관리계획’ 수립 학술연구용역을 맡은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에서 담당했다.

현장 조사 결과 많은 탐방객이 몰리고 있는 금악오름과 아부오름 등에서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금악오름은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 위치해 있다. ‘금오름’으로도 불리며 정상에는 원형의 분화구와 함께 왕매 혹은 금악담이라 불리는 연못도 있다.

이 연못을 중심으로 한 습지 주변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삼백초가 분포하고 희귀 수생 양치식물인 가는물부추 등이 있는 것로 알려져 있다. 역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있는 맹꽁이의 산란처 및 서식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 금오름의 탐방객 급증에 따라 인위적인 영향이 가해지면서 삼백초와 맹꽁이 등의 개체군 감소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분화구 내에 탐방로 및 출입금지구역 등의 안내표지판도 없어 탐방객 답압으로 인한 식생 훼손이 이뤄지고 각종 쓰레기가 무단으로 버려지면서 경관 훼손 등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오름 내에서 방목도 이뤄지면서 본연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많은

제주도 동쪽의 대표적인 오름 중 하나인 아부오름 역시 훼손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부오름은 다른 오름들에 비해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것과 동시에 오름 정상에서의 경관도 뛰어나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다만, 조사 결과 아부오름에서 탐방객들이 탐방로를 이탈하거나 산악자전거 등을 이용하면서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는 식생 및 지형·지질 등의 훼손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주의 오름은 지질구조상 특히 산악자전거를 이용하게 될 경우 급격하게 훼손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부오름의 인근에 있는 문석이오름 역시 산악자전거 및 산악오토바이의 출입 등으로 인해 짧은 기간 많은 훼손이 이뤄지면서 결국 자연휴식년에 들어갔다. 

아부오름

제주 동쪽을 대표하는 오름인 다랑쉬오름은 오름 자체의 훼손보다는 진입도로의 확포장 공사로 인한 주변 생태계 훼손 우려가 지적됐다.

조사 용역진은 “다랑쉬 오름은 제주를 대표하는 상징오름의 위상에 걸맞게 탐방환경 및 주변지역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진입로의 도로 확포장 공사로 인해 지면이 노출되고 주변 식재가 벌목돼 생태축 단절 등 생태환경의 악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천읍 선흘리에 있는 웃밤오름의 경우는 탐방객들이 정해진 탐방로를 이탈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따른 답압으로 인한 훼손이 우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탐방객들이 탐방로를 이탈하는 것은 길을 안내하는 안내표지판 없는 것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이 외에 우도에 있는 쇠머리오름 등도 정상부에서 답압에 따른 훼손이 이뤄진 상태다. 

또 물영아리 역시 꾸준히 늘어나는 탐방객의 영향으로 오름 내 식생이 훼손되거나 애완동물 유기 및 각종 쓰레기 투기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 4.3유적지로 알려진 섯알오름은 서쪽 사면에서 송이 채취가 이뤄지면서 훼손이 나타나고 지면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연휴식년에 들어간 오름들 역시 무단출입 등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찻오름은 지난 2008년부터 자연휴식년에 들어가 탐방객의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하지만 무단출입자가 꾸준히 나오면서 답압으로 인해 훼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무단으로 사육됐던 동물들이 방사돼 생태계 교란 등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에 대한 관리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역시 자연휴식년에 들어가 있는 도너리오름 무단출입자의 답압 및 방목하고 있는 소와 말에 의한 훼손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사 용역진은 도너리오름에 대해 “일부 지역에서는 쏠림 현상으로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복원이 이뤄진 지역이라 해도 다시 답압이 진행될 경우 곧바로 훼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사 용역진은 이외에도 “최근 순유입인구와 관광객 증가 등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오름 경계면까지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