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 퍼진 제주4.3의 숨비소리 ... 제74주년 4.3희생자추념식

'4.3의 숨비소리, 역사의 숨결' 슬로건으로 진행 윤석열 당선인 및 김부겸 국무총리 등 참석 윤석열 "제주의 역사 앞에서 숙연해진다"

2022-04-03     고원상 기자
제74주년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74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이번 추념식은 희생자 명예 회복을 원하는 도민의 염원이 역사의 숨결로 되새겨지길 바라는 의미를 담아 ‘4·3의 숨비소리, 역사의 숨결로’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됐다.

추념식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김부겸 국무총리를 비롯해 법무부장관, 행정안전부 차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 국가인권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또 현충원 집례관과 국방부 의장대가 참석해 헌화·분향 등 행사를 지원했다.

추념식 사회는 배우 정태우 씨와 KBS 제주방송총국 박아름 아나운서가 맡았다. 외가가 서귀포시 성산인 정태우 씨는 외조부가 4·3유족으로 외조부의 부친, 모친, 형이 4·3희생자다.

이날 추념식이 시작되기 전  오전 10시 정각에는 1분간 제주도 전역에 묵념 사이렌이 울려 4·3영령에 대한 추념의 시간을 가졌다.

이어 4.3을 노래한 김진숙 시인의 ‘사월, 광장으로’를 배우 문희경 씨가 낭송하는 오프닝 영상이 상영되는 것으로 추념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다음으로는 김부겸 국무총리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헌화와 분향이 이어졌다. 헌화와 분향에는 제주출 신 바이올리니스트 김윤희씨가 바흐의 ‘아다지오’를 연주로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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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국민의례와 묵념 후에는 오임종 4.3유족회장이 인사말을 통해 현 문재인 대통령과 추념식에 참여한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오 회장은 문 대통령을 향해 “4.3해결을 100대 국정 과제로 채택해주시고 세 차례나 추념식에 참석해 영령님을 추모해주셨다”며 “유족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시고 4.3특별법 개정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주시어 진정한 제주의 봄을 열어 주셨다”고 말했다.

또 윤 당선인을 향해서는 “4.3추념식에 참석해 영령님을 추모해주시겠다는 약속을 지켜주셔 감사드린다”며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 국민통합의 시대를 여는 대통령이 돼 달라”고 말했다.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 역시 “제주도정은 4.3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통해 유족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정성을 다하겠다”며 “과거사 청산의 모범이 되도록 4.3의 완전한 해결을 이뤄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윤 당선인의 추념사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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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은 추념사를 통해 “소중한 이들을 잃은 통한을 견뎌온 제주도민과 제주의 역사 앞에서 숙연해 진다”며 “4.3이 담고 있는 평화와 인권의 가치가 널리 퍼져나가 세계와 만날 수 있도록 새 정부에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족 사연은 조부와 부친, 동생이 희생자로 결정된 1세대 유족 강춘희(78세)씨의 사연이 배우 박정자 씨의 독백으로 전해졌다.

행방불명 희생자로 결정된 강춘희씨의 부친 고 강병흠씨는 토벌대 연행 후 행방불명됐으며, 역시 행방불명 희생자인 조부 고 강익수씨는 일반재판 수형인으로 지난 29일 무죄판결을 받아 70여 년 만에 오랜 한을 풀었다.

이외에도 4.3 당시 한 살이던 남동생 고 강원희씨는 4·3사건 당시 상해의 후유증으로 3세에 사망했으며, 제7차 추가신고 시 희생자로 신청해 지난 14일 희생자로 결정됐다.

추념식장에는 고 강익수 님의 외손녀인 고연숙(79)씨가 참석했으며, 바로 옆자리에는 강춘희씨의 남동생인 고 강원희씨의 좌석을 마련됐다. 강춘희씨가 손수 이름을 새긴 광목천을 의자에 덮고, 동백꽃 등을 갖춰 추모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어 추모공연으로 미얀마 소녀 완이화 씨(16)와 도란도란 합창단 6명이 ‘애기동백꽃의 노래’를 합창했다. 제주 출신 가수 양지은 씨 역시 ‘상사화’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