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위 분뇨시설 납득 안 돼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철거하라"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 반대, 철거 목소리 "세계자연유산 문화재 보호 위한 실태조사 필요"

2022-01-21     김은애 기자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문화재보호구역 내 하수처리장이 위치하며, 이에 대한 타당성 여부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 관련해 추후 법적 분쟁의 소지도 다분해 논란이 예상된다.

1월 21일 오전 11시 30분 제주도청 앞,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철거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와 월정리 해녀 및 주민 등(이하 ‘비상대책위’)은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자연유산 위에 세워진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철거하라”며 공론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주동부하수처리장은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바닷가 앞에 위치한다. 이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국가지정문화재인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 인근이다.

문제는 제주도가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을 추진하며,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 등 자연 훼손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이에 비상대책위는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면 인근 자연의 훼손이 불가피한 상황임에도, 제주도는 뾰족한 대책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증설사업 외에도 문제는 또 있다. 애당초 해당 하수처리장의 설치 허가부터가 잘못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비상대책위는 “제주도는 1997년 11월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설치를 허가하며 적법하게 절차를 이행했다 밝히고 있다. 하지만 설치허가가 난 시점 이전(1996년)에 이미 당처물동굴이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에 비상대책위는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곳에 분뇨시설인 제주동부하수처리장이 설치될 수 있는가, 이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원론적이지만, 문화재 보호 관점에서 매우 핵심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시법에 위법사항이 없었다는 이유로 이를 허용한다면,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법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제주동부하수처리장의 진실이 마치 베일에 싸인 듯, 꽁꽁 감춰져 있는 듯한 모습도 문제다.

비상대책위는 제주도가 제주동부하수처리장을 ‘제주밭담 테마공원’으로 홍보하며, 제주도민이나 국민에게 실체적 진실이 전혀 드러나기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졌음을 알렸다.

실제로 일반적으로 누리꾼들이 자주 사용하는 네이버 지도와 다음 지도에서 ‘제주동부하수처리장’의 이름은 찾을 수 없다. 반면, ‘제주밭담 테마공원’의 이름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만, ‘제주동부하수처리장’이라는 시설명으로 직접 검색을 하면 그 위치는 표시가 되고 있다. 이는 ‘제주동부하수처리장’의 이름이 지도상 표기되도록 각 포털에 등록 신청을 하지 않아 생긴 문제다.

이를 두고 비상대책위는 “분뇨시설(하수처리장)을 숨기기 위한 꼼수”라고 평가한다. 제주도가 고의로 일반인들에게 해당 문제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비상대책위는 “세계자연유산 문화재가 제대로 보존, 관리되기 위해서는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말한다. 세계자연유산 문화재 관리 및 보전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제주동부하수처리장은 철거 수순에 이를 거라는 예측이다.

이에 비상대책위는 “대한민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세계자연유산이자 국가지정문화재의 자연 그대로 모습이 세상에 밝게 드러나야 한다”면서 “정부와 지자체 본연의 임무인 대한민국의 자연과 문화보호 그리고 인권과 행복추구권 등에 대해서 다시금 재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제주도와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문화재청, 제주도의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