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북 앞바다 악취와 오염, 제주도에 책임 있다"

[기획특집: 이면을 보다] 화북천을 둘러싼 열두 번째 이면 제주도 감사위, "교체되지 않은 합류식 하수관로 의해 해안가 오염" 주민 및 시민단체, "화북 앞바다 오염 방치한 제주도, 믿을 수 없다"

2021-12-20     김은애 기자
기수갈고둥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화북 앞바다를 썩게 만든 근원, ‘월류수’ 문제가 사실상 제주도의 방치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감사 결과가 나와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는 주민들의 강경한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 ‘화북중계펌프장 간이공공하수처리시설(월류수 처리시설)’ 설치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번 감사 결과는 큰 의미를 가진다. 화북 앞바다의 환경오염, 주민들의 행정에 대한 불신, 주민 의견을 무시한 인권 탄압 등 화북천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의 중심에 '행정의 방만'이 있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이야기일까, 하나씩 짚어보자.

 

화북 앞바다를 썩게 만든 원인 중 하나, ‘월류수’

화북천

월류수란, 하수처리시설의 용량을 초과하는 비가 올 경우, 빗물(우수)과 오수가 정화되지 못한 채 그대로 하천으로 방류되어 넘치는 물을 의미한다. 이에 월류수는 하천과 바닷가 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

그리고 월류수는 빗물과 오수가 함께 흐르는 ‘합류식 하수도’에서 발생한다.

오수관과 우수(빗물)관이 분리된 ‘분류식 하수도’의 경우 월류수의 주요인이 될 수 없다. 아무리 비가 많이 오더라도, 분류식 하수도에서는 빗물이 오수와 만나 흐르지 않는다. 강우 초기, 도로와 공기 중 오염물질이 빗물에 쓸려 하천으로 방류될 수는 있다. 그럼에도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하천·바다의 오염원 '월류수'는 '합류식 하수도'에서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렇기에 제주도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화북중계펌프장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총 4차례 149억원 규모의 ‘화북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실시한 바 있다. 화북 앞바다를 썩게 만드는 월류수 문제 해결을 위함이었다.

‘화북 하수관거 정비사업’의 주된 내용은 ‘합류식 하수도’을 ‘분류식 하수도’로 교체하는 일이었다. 화북동 지역 일원 기존 합류식 하수관로를 오수관로 20km, 우수관로 1.7km 규모의 분류식으로 교체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합류식 하수관을 분류식으로 교체했으니, ‘월류수’ 발생 문제만큼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어야 하건만. 여전히 많은 비가 내릴 때면, 빗물과 섞인 오수가 화북 앞바다에 그대로 방류된다.

이유가 뭘까.

 

하수관거 정비사업 하면 문제 해결된다는데,
4년 째 중단 상태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화북처리분구 내 3.676km의 합류식 하수관로는 분류식으로 교체되지 않고 그대로 방치된 상태다. 여기서 화북처리분구란, 화북 지역을 포함해 화북중계펌프장에서 하수를 처리하게 되는 지역들을 뜻한다. 도련, 봉개, 영평 지역이 해당된다.

제주도는 정비되지 못한 화북처리분구 내 합류식 하수관을 2025년까지 분류식으로 교체하겠다 밝히고 있다. 하지만 막상 2018년 이후부터 2021년 10월까지 약 4년 동안 교체 공사는 이뤄지지 않고 그대로 멈춰 있다.

이에 대해 도 감사위는 “강우 시 위 교체되지 않은 합류식 하수관로를 통해 우수가 유입되는 면적이 84.3 ha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기존 합류식 하수관로 등을 통해 오수와 우수가 함께 섞인 다량의 하수가 화북중계펌프장으로 유입되었고, 펌프장의 처리용량을 초과하는 하수가 정화되지 못한 채 월류되어 화북천 인근 해안에 그대로 방류되면서 해안가 오염 및 악취 발생 등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수도법’ 제20조에 따르면, 공공하수도 관리청은 5년 마다 소관 공공하수도에 대한 기술진단을 실시하여 관리 상태를 점검하고, 그 결과 관리상태가 불량한 공공하수도에 대하여는 개선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도 감사위에 따르면, 제주도는 강우 시 화북중계펌프장의 하수가 화북천 및 인근 해안으로 월류되고 있음에도 “2021년 10월 (도 감사위) 조사일까지 기술진단 등을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채 내버려 두고” 있었다.

게다가 4건의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할 때도 제주도는 사업 내용을 제대로 고시하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했다. 주민들은 우리 동네의 하수관이 정비사업이 언제, 어떤 이유로, 어떻게 실시되었는지 알 수 없기에, 악취 발생의 원인 또한 알 수가 없었다. 이에 주민들은 지속적으로 ‘악취 민원’을 제기하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단다. 

만약, 하수관 정비사업의 미비함으로 악취가 발생 중이라는 사실을 주민들이 알았다면, 진즉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완료해달라”고 행정에 요구했을 테다.

 

하수관거 정비사업 방치한 채, '월류수 처리시설'을?
주민은 행정을 믿을 수 없다

화북천

‘월류수’ 문제 해결을 위한 149억원 규모 하수관거 정비사업. 4차례 공사로 모두 마무리된 줄 알았건만, 알고 보니 공사는 완료되지 않은 채 중단된 상황.

서로 연결되어 있는 하수관 특성상, 사업이 효과를 보려면 당초 목표치(연관된 처리구역)를 모두 정비해야 한다. 하지만 제주도는 3.676km의 남은 사업 구간 공사를 4년 동안 방치했고, 이는 화북 지역의 악취와 환경오염 문제를 지속시킨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상태에서 제주도는 돌연 미완성인 하수관거 정비사업이 아닌 신사업, '하수처리시설' 공사를 하겠노라 발표하게 된다. 현재 화북중계펌프장 옆에서 진행되고 있는 ‘간이공공하수처리시설(월류수 처리시설)’ 공사다.

주민은 제주도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수 년 동안 ‘미완성된 하수관거 정비 공사’와 ‘월류수로 인한 악취, 오염’ 문제를 방임해왔는데, 이제 와서 ‘하수처리시설’ 공사로 문제를 해결하겠다 말하는 태도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주민들은 진행 중인 공사가 사실상 "화북 지역에 하수처리시설을 증설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며 "주민을 기망한 채 진행 중인 공사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참여환경연대 또한 “당초에 149억원의 혈세를 들여서 한 공사가 제대로 시행되었다면, 다시 화북주민을 속이면서 월류수 처리시설 공사를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가 해 온 여러 차례 거짓말, 그리고 과거 잘못을 덮으려는 월류수 처리시설 공사. 이것에 의해 주민들은 행정을 신뢰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는 지적이다.

화북천

행정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20일 <미디어제주>는 제주도 상하수도본부 측 담당부서 관계자와 통화를 통해 답변을 얻었다.

일단 도 관계자에 따르면, 화북처리분구 내 미정비된 하수관의 경우 “내년도 본예산에 화북은 없지만, 추경이라도 해서 정비를 빨리 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미완료된 사업 구간의 경우, '예산'을 한번에 확보하기 어려워 단계적으로 시행 중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제주도는 주민들이 요구하는 '하수처리시설 공사 중단'만큼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태풍 나리 등 위기상황에 대비해 월류수 처리시설은 필요하다 판단된다”면서, 공사 중단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화북처리분구 내 하수관이 모두 분류식으로 교체되면, 월류수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되면, 월류수 처리시설은 필요 없는 사업이 되지 않나.

이에 대해 관계자는 “(월류수 문제의 경우) 해결될 것”이라 말하면서도, 월류수 처리시설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기존의 입장을 그대로 고수했다.

이에 화북 주민 장창수 씨는 "하수관거 정비사업에 사용할 예산은 없으면서, 월류수 처리시설에 사용할 예산은 있느냐"며 "행정은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씨는 "예산을 집행할 때, 더 시급한 사안이라 판단되는 곳에 예산을 먼저 써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며, "행정은 하수관거 정비공사보다 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판단한 듯 하다"라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지난

한편, 화북 주민으로 구성된 ‘화북곤을동청정마을을만드는대책위원회’, 그리고 ‘제주참여환경연대’는 20일 성명을 통해 “제주도정이 심각성을 인식한다면, 상하수도본부장은 즉각 화북주민에게 사과하고, 사실상 하수처리시설인 월류수 처리시설을 즉각 철거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행정소송이라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이들 2개 단체는 화북중계펌프장이 불법으로 화북천을 매립한 뒤 지어졌다며 제주시를 대상으로 행정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경찰은 한 차례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지만, 이들 단체의 불복으로 검찰 조사가 이뤄지는 중이다.

이런 상태에서 월류수 처리시설 공사에 대한 행정소송이 추가된다면, 주민과 행정 간 소송은 더 복잡한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도 감사위 감사 결과에 대한 제주도의 추후 대처 및 주민들의 추가행동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