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사과하지 않는다” 제주대 입구 사망사고 유족 울분

8일 제주법원 첫 공판서 아들 잃은 아버지 토로 “3명 죽은 큰 사고에 미안하다고 하는 사람 없어” “화물차주는 폐차 걱정만·운송업체라도 사과해야” 운송업체 대표 법정 밖서 머리 숙이며 “죄송하다”

2021-06-08     이정민 기자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지난 4월 초 제주대학교 입구 사거리에서 60여명의 사상자를 낸 교통사고 피해자 유족이 법정에서 울분을 터뜨렸다. 사람이 죽는 사고가 났는데 책임지거나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제주지방법원.

8일 제주지방법원 202호 법정에서 열린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사건 공판에는 유족들이 방청석에 자리했다. 심리를 맡은 형사1단독 심병직 부장판사는 방청석에 있던 유족에게 발언 기회를 줬다.

발언기회를 얻은 60대 남성 A씨는 "누구 한 명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고 비통함을 토로했다. A씨는 지난 4월 6일 제주대 입구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남성의 아버지다.

A씨는 법정에서 "3명이 죽고 1명이 혼수상태에 빠진 큰 사고가 났는데 누구 한 명 미안하다고 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 신모씨가 몬) 화물차 차주를 만났는데 차 폐차 걱정만 하고 사과 한마디 없더라"고 토로했다.

지난

A씨는 "아들이 제주에 여행을 와서 버스를 타려고 (제주대 입구)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죽었다"며 "누구한테 하소연을 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고를 낸 운전기사 신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처벌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라는 말을 듣자 "화물차주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냐"고 답답한 심정을 피력하기도 했다.

A씨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법원 밖에서 해당 화물차가 속한 운송업체 대표 B씨에게 울화통을 터뜨렸다. A씨는 "아들을 잃은 나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 공황장애도 걸렸다"며 "너희는 삼시세끼 잘 먹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또 "우리가 돈을 요구하는 것이냐. 운송업체에서라도 위로나 사과의 말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추궁했다. 운송업체 대표는 A씨의 말에 머리를 숙이며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편 지난 4월 6일 제주대 입구 화물차 교통사고는 신씨가 몰던 화물차가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60여명의 사상자를 낸 것이다. 과적에 브레이크 공기압 저하, 도로 숙지 미흡 등이 복합된 사고로 신씨는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